계약직 비율 5.7%…롯데그룹, 5명 중 1명 ‘비정규직’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에 근무하는 직원 중 3만6000명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집계됐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 대기업 직원이지만 20명 중 1명은 여전히 ‘계약직’이라는 그늘 아래 머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직원 5명 중 1명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비정규직 비율을 보였다. 또 ‘증권맨’부터 ‘마트 캐셔’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스토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0대 그룹 직원 20명 중 1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계약직 직원 수가 1년 전 보다도 다소 늘어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적 요구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국내 10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포스코·롯데·현대중공업·GS·한화·한진) 소속 상장사 93곳의 계약직 직원 수는 총 3만617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이들 기업에 근무하는 총 직원은 63만4739명으로, 이를 기준으로 보면 계약직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70% 수준이다.

이같은 10대 그룹의 계약직 직원 수와 비중은 모두 1년 전에 비해 상승한 것이다.

계약직 직원 수는 3만5810명이었던 전년동기와 비교해 1.0% 증가했고, 전체 직원 대비 계약직 비중은 5.66%에서 0.03%포인트 상승했다.

비록 상승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외치고 있는 모습과 현실은 많이 다른 셈이다.

◆ 롯데그룹 직원 5명 중 1명 ‘비정규직’

그룹별로 보면 롯데그룹의 비정규직 비중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롯데그룹 상장사들의 전체 직원 가운데 계약직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8.47%에 달했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 5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20.24%의 계약직 비율을 기록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그나마 1.7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계약직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계열사 중 롯데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해당 업체의 경우 업종 특성 상 캐셔 등 일반 노무직이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0대그룹 상장사 계약직 3만6171명…전년比 1%↑
롯데그룹 비정규직 비율 18.5%…두 자릿수 ‘유일’

롯데그룹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비율은 모두 한 자릿수 수준이었다.

한진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계약직 직원 비중은 8.16%였다. 전년동기(8.02%)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그 다음은 GS그룹으로 7.76%를 기록했다. 8.98%를 기록한 1년 전 보다는 1.22%포인트 떨어졌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 6.35% ▲삼성그룹 5.23% ▲한화그룹 4.90% ▲포스코그룹 4.72% ▲현대차그룹 4.54% ▲SK그룹 2.97% ▲LG그룹 2.72% 등 순으로 그룹 내 상장사의 계약직 비율이 높았다.

◆ 현대중공업그룹 계약직 54% ‘급증’

1년 전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비정규직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면 SK그룹은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 상장사들의 지난해 3분기 말 계약직 직원 수는 2059명으로 전년동기(1337명) 대비 54.0% 급증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상장사들의 계약직 직원이 6056명으로 같은기간(5044명) 대비 20.1% 늘었다. 또 한화그룹 상장사들의 비정규직이 이 기간 동안 698명에서 825명으로 18.2% 증가했다.

이밖에 ▲삼성그룹 2.7%(9577명→9838명) ▲한진그룹 0.6%(2042명→2055명) 등이 계약직 직원을 늘렸다.

반면 SK그룹 상장사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계약직 직원 수는 1258명으로 전년동기(1642명) 대비 23.4% 급감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어 GS그룹 상장사들에서 근무 중인 비정규직 직원이 같은기간 1189명에서 1026명으로 13.7% 줄었고, LG그룹 상장사들의 경우도 3448명에서 2983명으로 13.5% 감소했다.

이밖에 ▲롯데그룹 -7.9%(9616명→8859명) ▲포스코그룹 -0.4%(1217명→1212명) 등이 계약직 직원을 줄였다.

◆ 증권사, 계약직 비율 상위권 ‘싹쓸이’

10대 그룹 상장사 별로 보면 증권과 유통 업체가 1, 2, 3위를 싹쓸이하며 업종 특성이 그대로 반영됐다.

증권사는 소위 ‘여의도 증권맨’들이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고 유통업체는 판매원 등 현장 직원이 계약직인 경우가 많아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는 평이다.

10대 그룹 상장사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업체는 HMC투자증권으로 이 업체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직원 대비 계약직 직원 비율은 31.72%에 달했다. 전년동기(18.55%)와 비교해도 13.17%포인트 오른 것으로 이 회사 직원 중 1/3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와 IB영업 등 전문 계약직이 많은 증권업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가폭은 현대중공업그룹 가장 커…1년 새 54%↑
증권·유통사 특히 많아…비정규직도 ‘양극화 현상’

2위 역시 증권사인 SK증권으로 이 회사의 계약직 직원 비율은 26.15%다. 8.18%를 기록한 1년 전 보다 17.97%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이 기간 동안 계약직이 75명에서 216명으로 188.0% 급증했기 때문이다.

3위는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으로 이 회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25.35%다. 같은기간 계약직 직원이 7219명에서 6755명으로 6.4% 줄면서 비정규직 비율도 26.61%에서 1.26%포인트 하락했지만 이같은 계약직 직원 수는 10대 그룹 상장사 중 단일 업체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22.83%(계약직 1621명·총직원 7101명) ▲호텔신라 21.40%(475명·2220명) ▲롯데손해보험 20.05%(335명·1671명) ▲크레듀 18.18%(92명·506명) ▲한국공항 17.78%(554명·3116명) ▲LG유플러스 16.66%(1182명·7096명) ▲롯데칠성음료 16.51%(894명·5416명) 등이 계약직 비율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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