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한해 보낸 기업들 새해 전망

▲ 이석우(왼쪽부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와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 황창규 KT 회장, 박삼구 금호타이어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기로에 선 기업 수장들이 을미년 재기를 노리고 있다. ‘좌초위기’를 맞은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새해 ‘합병 시너지’를 발판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고, 최악의 실적으로 ‘우울한 연말’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정철길 신임 사장을 위기탈출의 선봉장으로 영입했다. 박삼구 금호타이어 회장은 워크아웃에서 5년 만에 탈출하며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LIG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업계 자산 1위에 복귀하며 순항을 알렸다.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위기’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2014년 IT업계의 ‘주인공’이 됐던 이석우 공동대표가 카카오톡 사이버 사찰 논란에 흔들리고 있다.

31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션은 합병을 공식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7조원을 넘어 단숨에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네이버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인터넷 기업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검찰이 자신의 카카오톡을 검열했다”는 폭로를 계기로 다음카카오의 인수합병 기대감은 하루아침에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번졌다. 동시에 비밀대화 기능을 갖춘 외산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사이버 망명’ 현상도 급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다음카카오는 검열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의 공세와 경찰의 표적수사 대상으로 몰렸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카카오그룹’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 유포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각종 SNS나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이 홍수처럼 유포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온라인 서비스 대표에게 이같은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카카오 논란의 심각성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반영됐다.

다음(합병 전)과 카카오를 합산한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 줄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6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출은 2218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20.7% 늘었다. 합병 전 다음과 카카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억원과 301억원이며 매출은 각각 1335억원, 883억원이다.

다음카카오 측은 영업이익률이 13.9%로 전분기(27.6%)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23%로 높아지고 영업이익도 511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개별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다. 카카오의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83억원과 301억원으로 증권사 추정치(매출액 1000억원·영업이익 500억원)를 밑돌았다.

권기수 다음카카오 경영기획파트장은 “4분기엔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토양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신규 서비스 론칭 등 모바일 생활 플랫폼으로서 인프라 기반을 다져 향상된 실적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철길 SK이노 사장…구원등판 성공할까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붕괴되면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SK그룹이 대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4년간 SK이노베이션 대표를 맡아오던 구자영 부회장 대신 정철길 SK C&C 사장을 새 수장으로 내정해 변화를 꾀했다. 정 사장은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때부터 신임을 받았던 인사로 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석유화학통으로 꼽힌다. 유가 50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좌초위기’ 다음카카오, 새해엔 ‘합병 시너지’ 발휘?
‘우울한 연말’ SK이노, ‘정철길’ 위기탈출 선봉장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3분기(7~9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약 190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봤다. 전체 영업손실 2261억원의 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기간 에쓰오일은 710억원, GS칼텍스는 380억원의 재고평가손을 각각 기록했다.

3분기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진 SK그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을 교체한 것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사장은 2008년 SK C&C 경영지원부문장과 IT서비스 사업총괄 사장을 역임했고 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는 SK C&C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중고차 거래 전문 플랫폼인 ‘엔카’ 사업을 정착시켰고, 방글라데시 중앙부처와 산하 행정기관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간 인프라 사업을 따낸 것이 정 사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번 인사개편으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자회사인 SK에너지 사장도 겸임하게 된 정 사장에게 그룹에서 에너지와 화학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라는 미션을 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 황창규 KT 사장…‘흑역사’ 종식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이라는 출신 배경 때문에 지난 1월 차기 KT CEO로 내정될 당시 자격시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황 회장은 ‘1등 통신사’라는 포부를 밝히며 당당히 취임했다.

실제로 황창규 효과가 빛을 발하면서 KT는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KT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35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수치다. KT는 지난해 4분기 184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약속했던 배당도 취소해 주주 신뢰도 크게 잃은 바 있다. 연이은 악재 수습을 하느라 지난 1년을 보낸 황 회장은 새해부터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들어갈 전망이다.

2015년은 황 회장의 임기가 2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영성과와 KT의 명예회복에 나설 중요한 한 해로서 황 화장의 리더십에 업계 이목이 쏠려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조만간 비통신 계열사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통신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황 회장은 KT렌탈, KT캐피탈 등 비통신 계열사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매각이 마무리 되는대로 통신 경쟁력 회복에 집중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5월 속도, 용량, 연결이 폭발하는 융합형 기가 시대 선도와 5대 미래 융합서비스 육성, 고객 최우선 경영을 통해 1등 KT와 ‘기가토피아’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미래지향적인 통신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박삼구 금호타이어 회장 ‘기사회생’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박삼구 금호타이어 회장이 금호그룹의 사실상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 경영권을 유지할 지로 쏠리고 있다.

지난 23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을 끝으로 대우건설을 품었다가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2010년부터 시작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모두 완료됐다

워크아웃 졸업한 금호타이어, 어디로 갈까
윤종규 호 순항…LIG손보 인수로 ‘자산 1위’ 달성

이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박 회장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금호산업의 채권단 지분 인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금호산업의 경우 채권단 지분 57.5%를 매입해야 한다.

지분을 통째로 매각키로 한 채권단은 내년 1월쯤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들고 있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구조다.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부자가 금호산업 지분 10.4%를 들고 있어 추가로 40%를 인수하면 이를 모두 인수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에서는 박 회장측이 이 지분을 매입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KB 윤종규호 출범…‘조용한 리더십’ 성과는?

윤종규호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출범 1개월 만에 본격 항로에 진입했다.

KB금융은 경영진 내분사태로 전임 회장과 행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중대고비를 맞았고, 이사회를 전면 교체하는 진통을 겪은 후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KB금융은 지난 6월 LIG손보와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벌어진 경영진 내분 사태로 전임 회장과 행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중대고비를 맞았고 이사회를 전면 교체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윤종규 KB금융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리더십은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LIG손보 인수를 성사시킴에 따라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1일 윤 회장이 취임할 때까지만 해도 KB금융이 올해 안에 LIG손보를 인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를 허용해주는 조건으로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해 왔는데 윤 회장이 자신을 회장으로 뽑아 준 사외이사들에게 사퇴를 강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결국 이번달 중순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하기로 결정하며 윤 회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LIG손보 인수는 KB금융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총자산과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까지 13.3%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은행 집중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 3분기 말 기준 총자산 약 23조원, 손해보험업계 4위인 LIG손보를 인수하면서 KB금융의 총자산은 301조7000억원에서 325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총자산에서 비은행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그룹 총자산은 신한금융이 401조원으로 1위였지만 LIG손보 인수를 통해 KB금융이 다시 1위로 올라섰다.

금융계는 윤 회장의 리더십이 내년에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인사와 KB금융의 위상 회복 등 KB금융 정상화를 위한 과제들이 줄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당분간 추가 인수합병보다는 인수한 계열사의 경영 안정과 시너지 창출에 주력할 전망이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와서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때그때 좋은 물건이 나오면 기동성 있게 검토하겠지만 우선 인수한 KB캐피탈, 저축은행 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