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다이어트’는 성공…그룹 부담에 ‘신용도 하락’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두산그룹은 올해 최대 개선 과제로 부채구조 개선을 천명한 바 있다. 실제 지표상으로는 성과가 보이지만 자회사들을 지원하는 것이 부담이 돼 오히려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부채 감축에 골몰하다 실적을 챙기지 못하면서 그룹 전체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두산그룹에 경영안정성을 개선하면서도 실적까지 잡아야 하는 두 가지 숙제가 제시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산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01.4%로 전년동기(100.4%)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366.2%에서 264.0%로 102.2%포인트 급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채가 안정적인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경영건전성은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실적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의 올 1~3분기 영업이익률은 5.16%로 전년동기(5.42%) 대비 0.26%포인트 하락했다. 매출도 같은기간 16조2008억원에서 15조62억원으로 7.4% 감소했다.

◇ 계열사 지원하다 신용등급 ‘강등’

이같은 상황에서 재무리스크에 빠진 자회사들에 대한 지원이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최근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두산중공업의 수주부진 장기화에 따른 실적저하와 두산건설 등 계열 관련 직간접적 형태로 지속된 재무부담의 절대수준 및 추가적 발생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2012년부터 수주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수주실적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 지연과 중동지역 중심의 수주환경 악화로 4조4000억원에 머물고 있다.

두산건설 지원도 부담이다. 두산중공업은 수 차례의 두산건설 대규모 유상증자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에 참여해 1조49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우려는 (주)두산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지분 4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기평 측은 “㈜두산이 자체사업만으로 수익창출력 및 재무안정성이 두산중공업의 신인도 변화를 상쇄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계열사의 재무부담이 신용도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산 부채비율 100%p 줄였지만…신용등급↓
두산중공업 매출 8% 감소…“대형수주 잡겠다”

두산그룹이 흔들리는 두산건설의 재무리스크 영향이 크다. 두산그룹은 두산이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두산엔진, 두산엠이엠씨를 지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재무 부담이 해소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지속으로 선투입자금 회수가 원활치 못해 차입금 감소폭은 제한적”이라며 “추후에도 저조한 영업현금흐름이 예상됨에 따라 과중한 차입부담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6월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PF)우발채무는 3055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 채무는 3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미착공사업장으로 구성돼 있어 우발 채무 위험이 상존해 있다.

권나현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침체된 조선과 건설 경기에 영향을 받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의 부진으로 두산그룹의 현금 창출력이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며 “수익성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리한 영업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두산중공업 부채 잡았지만…실적은 ‘글쎄’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이와 비슷한 경영성적표를 보였다. 부채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적까지 잡기엔 버거운 모양새다.

두산중공업의 올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02.2%로 전년동기(100.5%)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379.8%에서 108.8%포인트 내린 271.0%를 기록했다.

유동성을 유지하며 부채 비중은 2/3 수준으로 낮추며 경영건전성을 개선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200%가 넘는 부채비율은 부담이다.

반면 수익성 지표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세를 나타냈다.

두산중공업의 올 1~3분기 영업이익률은 5.18%로 5.20%를 기록한 전년동기에 비해 다소(0.02%포인트) 떨어졌지만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매출은 1년 사이 14조2520억원에서 13조1189억원으로 8.0% 줄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으로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4분기 대형 수주가 예상된다”며 “올해 수주목표인 10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두산인프라코어 수익성 개선 중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안정성과 실적을 모두 개선하며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부채비율 감소폭이 작아 내년에도 여전히 ‘부채 다이어트’가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28.1%로 전년동기(120.9%) 대비 7.2%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은 305.4%에서 247.9%로 57.5%포인트 떨어졌다.

수익성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한 숨 돌리는 모양새다.

한숨 돌린 두산인프라코어 영업이익률 1.2%p↑
두산건설 ‘반전 성공’…“영업익 1300억원 목표”

두산인프라코어의 올 1~3분기 영업이익률은 6.03%로 전년동기(4.81%) 대비 1.22%포인트 상승했다. 매출 역시 5조7131억원에서 5조8503억원으로 2.4%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환율 하락 영향으로 전년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제품 판매 가격 인상과 비용 구조개선 등에 힘입어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두 마리 토끼’ 잡은 두산건설

두산건설도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부채비율을 정상궤도에 복귀시키면서 수익성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두산건설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09.9%로 전년동기(104.2%) 대비 5.7%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221.7%에서 159.2%로 62.5%포인트 하락하면서 200% 아래로 내려왔다.

비슷한 외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개선했다.

두산건설의 올 1~3분기 영업이익률은 4.65%로 2.98%였던 전년동기보다 1.67%포인트 올랐다. 반면 매출은 1조7210억원에서 1조7133억원으로 0.4% 줄긴 했지만 거의 비슷한 규모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올해 매출은 건설부분 축소에도 불구하고 기자재 매출 증가로 지난해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이익 역시 수익성 높은 기자재와 민자 사업 비중 확대, 인력 감축에 따른 고정비 절감효과가 기대돼 13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위기의 CEO]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해외 시장에서 날아든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트남 현지 법인인 ‘두산 비나’를 통해 주력 시장인 동남아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인도에서 수주한 화력발전소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으면서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동남아 지역은 전기와 전력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가 많아 성장잠재력이 풍부하고 시장 규모가 크지만 정치 리스크와 불확실한 대외 환경 등 어두운 면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동남아의 지역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최근 5년 새 베트남과 인도의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 총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베트남에서 수주한 화력발전소 프로젝트가 말썽을 일으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두산중공업은 2010년 12월 베트남 AES-VCM사와 13억 달러(약 1조4800억원) 규모의 베트남 몽중2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이 설계와 기자재 제작, 설치, 시운전 등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시공업체를 베트남 현지 업체로 선정하면서 발생했다. 2011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시공업체의 기술 역량 부족과 공사 진행 미숙으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추가 공사 비용은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법인이 전액 떠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1조원 규모의 국제입찰이 발주 계약 직전에 취소당하는 ‘국제 망신’을 당했다.

지난 9월 두산중공업은 인도 서부 벵갈지역에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카트와(Katwa) 프로젝트’에 최저가로 입찰에 참여해 수주가 유력시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프로젝트 발주 자체가 전면 취소됐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의 행보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다.

조 단위의 초거대 국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면서 현지상황이나 기본 조건들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기업의 사운이 걸린 초대형 프로젝트가 어떻게 주먹구구식 접근과 단순 정보에 의존해 진행된다는 것인지 ‘이해 불가’라는 입장이다.

베트남과 인도 등에서 수주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문제를 일으키자 두산중공업의 리스크 관리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두산중공업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 등 동남아 지역의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것은 맞지만 불확실한 대외 환경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골치가 아프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걸려있으면 민심을 얻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곤 한다”며 “하지만 갑자기 프로젝트가 좌초되거나 수정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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