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체질개선 ‘골몰’…삼성그룹과의 빅딜에 ‘시선집중’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한화그룹이 전반적인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 경영안정성과 수익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반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메스를 댄 구조개선의 효과가 실적개선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분위기다. 반면 한화건설은 경영안정성을 챙기다 실적은 적자로 전환돼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다. 이제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계열사는 삼성그룹과의 ‘빅딜’의 중심인 한화케미칼이다.

2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한화생명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성비율은 272.8%로 전년동기(269.1%) 대비 3.7%포인트 떨어졌다. 수지차비율은 같은기간 148.8%에서 111.1%로 37.7%포인트 급락했다.

보험사의 유동성비율은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최근 1년간 지급한 월평균 보험금의 3개월 분 액수로 나눈 수치다. 따라서 이 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대비 현금화가 쉬운 자산의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그만큼 경영안정성이 불안해졌다는 뜻이다.

유동성 부문의 세부 평가 항목인 수지차비율의 경우 회사가 별도의 외부 차입 없이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지를 따지는 지표로 이 또한 보험사의 안정성을 평가하는데 사용된다.

수익성도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부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한화생명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3.04%로 3.79%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0.75%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역시 10조8958억원에서 10조7722억원으로 1.1% 줄었다.

한화생명은 지속적인 저금리 상황으로 역마진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어려운 경영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3개 법인을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 9월 인도네시아 법인에 추가 증자를 실시했다”며 “앞으로 인도네시아시장을 보다 공략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얀마와 필리핀, 태국시장 진출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 3월 3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현재는 개편된 업무 프로세스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실사를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2년 플랜을 가지고 회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화손보 ‘부활의 날개’

한화손보는 적자에서 벗어나며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경영안정성 지표의 개선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한화손보의 올해 상반기 기준 원화 유동성비율은 159.9%로 전년동기(140.7%) 대비 19.2%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수지차비율은 46.0%에서 48.6%로 0.76%포인트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50%를 밑돌아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다.

실적은 반등하는 모양새다. 한화손보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0.76%다. 영업손실로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3조7505억원에서 3조9693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화손보의 개혁이 실효를 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6월 박윤식 사장이 부임한 뒤 같은해 11월 65명의 희망퇴직 인원을 최종 확정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상반기(2013년4~9월) 휴대폰 분실보험 실적 악화 여파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2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의 수익성 악화도 실적개선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급여력비율(RBC)은 147.1%로 떨어지면서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밑돌았다.

한화손보는 비용 구조조정과 함께 장기보험을 늘리는데 힘을 쏟았다.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화손보의 전년동기 대비 장기보험 성장률은 6.8%로 일반 및 자동차보험의 성장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내년에는 순익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2016년부터는 연간 당기순익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 한화건설 체질개선 ‘주력’

한화건설은 유동성을 높이고 부채 수준은 낮추는 등 체질개선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사이 실적은 적자에 빠져 울상을 지었다.

한화건설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32.5%로 전년동기(108.2%) 대비 24.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같은기간 303.7%에서 226.7%로 77.0%포인트 떨어져 경영안정성은 의미 있는 개선세를 보였다.

반면 성적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한화건설은 올 1~3분기를 합쳐 무려 40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같은기간엔 69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42%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매출 역시 이 기간 동안 2조8925억원에서 2조3595억원으로 18.4% 급감했다.

한화건설은 올 1분기 영업이익 301억원, 2분기 영업손실 4224억원, 3분기 영업이익 337억원 등 ‘롤러코스터’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동 사업장에서의 부진이 성적을 이처럼 들쭉날쭉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건설은 2011년 수주한 마라픽 발전플랜트 현장과 사우디 최대 산업단지 얀부의 발전·담수설비 공사 등에서 40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시운전 단계에서 발주자가 원하는 출력이 나오지 않아 공사비가 더 들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손실이 많이 반영된 상태”라고 전했다.

◇ 한화케미칼 기대감 ‘솔솔’

한화그룹 화학사업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도 성적이 개선됐다. 한화케미칼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을 인수하는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한화캐미칼의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95.6%로 전년동기(98.0%)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이 기간 부채비율이 192.4%에서 164.3%로 28.1%나 떨어지며 경영안정성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큰 폭은 아니었지만 실적도 개선 흐름을 보이며 기대감을 줬다.

한화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0%로 2.13%였던 전년동기와 비교해 1.03%포인트 올랐다. 매출 역시 1년 새 5조8454억원에서 6조371억원으로 3.3% 증가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부문의 부진은 숙제다. 지난 2분기 14억원 흑자였지만 이번에는 유럽이나 일본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2억원 가량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분기에 1만3000t까지 폴리실리콘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추가로 3분기 내에 2000t c추가로 증설해 모두 1만5000t 생산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CEO 주목!]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올해 연말 삼성과의 ‘초대형 빅딜’을 성사시키며 인수·합병에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제 관심은 인수자금에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2조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화그룹이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지만 한화그룹은 자금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한화갤러리아 지분매각 추진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지분매각설은 이 회사가 기업공개(IPO) 전 국내외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지분 30%를 매각할 것이란 말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한화갤러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문의조차 한 적이 없다”며 “삼성그룹 계열사 인수자금에 대한 의문 때문에 갤러리아 지분 매각설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을 인수하는 데 재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한화와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한화그룹 3사의 보유현금과 매년 창출하는 현금흐름 등에 비춰 인수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또 인수대금을 2~3년 동안 분납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자신 있어 한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을 인수하고 지급해야 할 돈의 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에,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1조6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의 1차 대금 3500억원을 내년 6월경 지급하기로 했다. 한화는 보유현금 1500억원, 연간 현금흐름과 배당 2500억원, 차입금 500억원으로 대금을 지불하려한다.

이런 방식으로 2016년에도 자금을 조달하면 삼성테크윈 인수자금 8400억원을 지불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삼성종합화학 인수엔 한화케미칼과 자금력이 좋은 한화에너지가 참여한다. 한화케미칼은 현재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의 연간 현금흐름과 배당은 1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3년에 걸쳐 4500억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는 보유현금 950억원과 잉여현금흐름 2000억원으로 대금을 납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화에너지는 올 3분기까지만 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추후 분납도 안정적이라고 강조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별도의 지분매각 등 자산 매각없이 보유현금과 영업을 통한 현금유입으로 인수자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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