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올해 적자 3조 넘겨…흔들리는 ‘중공업·조선 라인’

[파이낸셭투데이=부광우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상 최악’의 적자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올해 영업손실만 3조원을 훌쩍 넘겼다. 대표 ‘조선 라인’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손실폭을 크게 늘린 가운데 경영안정에까지 적신호가 켜지며 시름하고 있다. 그나마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계열사는 현대종합상사뿐이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01.3%로 전년동기(113.4%) 대비 12.1%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174.1%에서 220.4%로 46.3%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유동성은 떨어지고 부채 비중은 늘어나면서 경영건전성에 불안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역대 최악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허덕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는 올 3분기 영업손실(누계기준)은 무려 3조2273억원에 달했다. 88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이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률은 2.26%였다. 매출도 같은기간 39조3723억원에서 38조7363억원으로 1.6% 감소했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각각 1조1459억원, 10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반잠수식시추선 2기에서 발생한 손실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2년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Fred Olsen Energy)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 1기와 지난해 미국의 다이아몬드 오프쇼어로 부터 수주한 프로젝트 1기로 이들 모두 원가 산정을 잘못해 손실로 이어졌다.

플랜트부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사우스’ 프로젝트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5922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해 이를 포함한 영업손실은 779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모든 프로잭트에 대한 원가 산정을 다시 했다”면서 “추가로 발생한 예상손실을 실적에 반영함으로써 2조원대의 적자가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 현대삼호중공업 ‘적자의 늪’

현대중공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그룹의 중공업 사업 부문 주요 계열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올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92.6%로 전년동기(107.7%) 대비 15.1%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176.0%에서 113.5%포인트 급등한 28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년 사이 현대삼호중공업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 액수를 넘어서는 규모로 늘었고 총 부채도 자기자본의 3배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 영업손실 3조2273억원…‘사상 최대’
현대삼호重 적자 15배↑…유동성 100% 밑으로

수익성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 적자의 터널에 갇혀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 3분기 1조42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9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1466.3% 급증한 것으로 1년 새 적자 규모가 15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매출은 같은기간 5조3572억원에서 5조7673억원으로 7.7%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 현대삼호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주식을 팔며 자금을 확보하는 등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보유하던 KCC 주식 80만3000주 전부를 총 4152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경기 침체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 현대미포조선 부채 ‘경고등’

현대미포조선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영업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부채비율이 급등하며 경영상태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미포조선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00.9%로 전년동기(111.0%) 대비 10.1%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195.6%에서 383.2%로 187.6%포인트 급상승했다. 부채 수준이 자기자본의 4배 수준에 육박한 셈이다.

현대삼호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실적은 적자에 계속 머물렀다.

현대미포조선의 올 3분기 영업손실은 9377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1676억원)보다도 손실 폭이 459.5%나 급증했다. 매출은 같은기간 2조8110억원에서 2조8081억원으로 0.1% 줄었다.

이를 두고 현대미포조선의 성장을 이끌었던 원유제품운반선(PC선)에 대한 특화가 이제는 독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 공세에 밀린다는 평이다. 현대미포조선의 발목을 잡은 건 2012년과 2013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저가 수주다. 현대미포조선의 신규 수주는 2011년 20억달러, 2012년 30억달러, 지난해 59억달러로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1년을 기점으로 크게 저하됐다. 밑지고 수주하는 물량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저가 수주는 주로 PC선에서 이뤄졌다. PC선은 특화 전략의 핵심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2008년 1척당 4700만달러 수준이던 PC선의 가격은 2012년~2013년 3400만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PC선의 신규 수주량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이 PC선을 중심으로 하는 니치마켓 전략을 고수해왔으나 중국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 전략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며 “중국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이로 인해 수주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현대종합상사 ‘기지개 켜나’

그나마 현대종합상사가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익성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현대종합상사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23.3%로 전년동기(116.0%) 대비 7.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은 292.8%에서 193.1%로 99.7%포인트 급락하며 200%대 아래로 내려와 눈길을 끌었다.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체질개선에는 성공하는 모양새다.

현대미포조선 부채 ‘눈덩이’…‘저가수주’에 발목
현대종합상사는 ‘체질개선 중’…부채비율 99%↓

수익성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종합상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0.71%로 전년동기(0.83%) 대비 0.1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매출은 같은기간 3조8952억원에서 4조76억원으로 2.9% 증가했다.

4분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예멘 액화천연가스(LNG) 배당금300만달러(약 33억원)가 4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손익구조가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부담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수령하는 추가 수익을 통해 완충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예상 배당금은 5470만달러(약 602억원) 가량이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2015년 예멘 배당금으로 6500만달러(약 715억원)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내년 평균 유가를 70달러로 가정하면 배당금은 4160만달러(약 458억원)로 낮아진다”며 “가스공사에서 1310만달러(약 144억원)를 추가 수령해 전체 배당금은 5470만달러(약 602억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CEO 주목!]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딛고 4분기 흑자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31일 울산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사내이사로 뽑았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현대중공업의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까지 부실을 모두 털어낸 만큼 4분기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4분기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손실충당금을 다 해소한 만큼 적자행진을 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 공사손실충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한 만큼 4분기도 흑자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의 적자원인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부문과 플랜트부문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된 점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영업적자 규모”라며 “이는 그룹의 복합적 경영악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4분기 매출 14조8510억원, 영업흑자 500억원이라는 회사의 전망치 달성은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증권가 일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적극적으로 부실을 털고 원인을 직접 밝힌 점을 들어 4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저가수주’를 시인했고 고난도 특수선에 대한 건조경험 부족도 인정했다.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보여 온 세계 1위 조선회사라는 자부심을 버린 셈이다.

이는 권 사장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문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사업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비용 가능성이 줄었고 이번 영업손실에 육상플랜트 예정원가율을 117~120%로 산정해 예측 가능한 비용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낮아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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