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적자의 늪’…GS건설 ‘턱걸이 흑자’에 불안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GS그룹이 좀처럼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룹 내 최대계열사인 GS칼텍스부터 석유시장의 업황 악화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허우적대고 있다. GS건설은 드디어 적자탈출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턱걸이 흑자’에 불과했고, 국내 편의점 업계의 강자인 GS리테일의 경우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나마 GS그룹이 ‘새 먹거리’로 밀고 있는 에너지사업 관련 계열사인 GS글로벌이 성장세를 보인 점은 다소 위안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GS칼텍스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57.7%로 전년동기(140.4%) 대비 17.3%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150.5%에서 148.5%로 2.0%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경영건전성은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두 지표 모두 큰 변동은 없는 가운데 실적은 적자에 빠지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GS칼텍스는 올 3분기 영업손실(누계기준) 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률은 2.44%였다. 매출도 같은기간 34조2514억원에서 31조2501억원으로 8.8%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업인 석유 분야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그나마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린 수익이 이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GS칼텍스는 정유부문에서 적자폭을 개선했으나 글로벌 수요부진에 따른 석유제품 정제마진 악화로 영업손실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부문은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의 회복, 벤젠 수요 증가 등 아로마틱 제품의 시황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871억을 거뒀다. 반면 윤활유부문은 전분기 대비 매출이 27.3% 감소했으나 제품 마진의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GS칼텍스의 3분기 수출액은 6조8119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3분기 실적에 대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하락 및 정제마진 약세로 석유사업 부진이 지속됐다”며 “하지만 석유화학 실적 회복으로 적자폭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非)정유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시행했다”며 “영국 런던과 UAE 아부다비에 지사를, 싱가포르에는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최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지난 8월 미국산 콘덴세이트 첫 수입에 이어 10월에는 알래스카산 원유 80만배럴도 수입했다.

GS건설 ‘턱걸이’ 흑자전환

GS칼텍스와 반대로 GS건설은 적자탈출에 성공하며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여전히 ‘제로’를 갓 넘는 영업이익률과 높은 부채비율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남았다.

GS건설의 올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44.1%로 전년동기(145.2%)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266.1%에서 20.3%포인트 내린 245.8%를 기록했다.

유동성을 유지하며 부채 비중은 20%포인트 넘게 줄이며 경영건전성을 다소 개선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200%가 넘는 부채비율은 부담이다.

GS칼텍스 영업손실 40억원…석유사업부터 ‘흔들’
GS건설 흑자 냈지만…영업이익률 겨우 ‘0.25%

수익성 지표는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수익률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GS건설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0.25%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도 1년 사이 6조6519억원에서 6조7117억원으로 다소(0.9%) 증가하긴 했지만 거의 비슷한 규모에 머물렀다.

이처럼 그나마 실적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신규 수주가 무난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GS건설의 올 3분기까지 신규 수주는 10조16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6.1% 증가했다. 주요 프로젝트는 쿠웨이트 도하링크 교량공사(5992억원)와 미사강변센트럴자이(5580억원), 광명역파크자이(2230억원), 신반포6차 재건축(2000억원) 등이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3분기 매출은 플랜트 부분에서 신규 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이 늦어지면서 전분기보다 감소했다”면서도 “이집트 ERC 정유공장과 터키 스타,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사업 등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가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2분기와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GS리테일 ‘제자리걸음’

GS리테일은 전반적으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경영안정성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외형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다소 떨어지며 뚜렷한 성적 상승은 보이지 않았다.

GS리테일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27.1%로 전년동기(145.5%) 대비 18.4%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이 기간 동안 80.6%에서 76.1%로 4.5%포인트 내렸다.

수익성에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GS리테일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2.96%로 3.29%였던 전년동기보다 0.3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매출은 3조5339억원에서 3조7115억원으로 5.0% 늘었다.

이에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GS리테일은 지난 2일 허연수 사장을 편의점 사업부 대표로 선임하고 산하에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허 사장이 이전까지 맡아왔던 상품기획(MD) 본부장직은 폐지되고 산하 조직은 해체돼 각 사업부문에 흡수된다.

이전까지 편의점 사업 대표를 맡았던 윤일중 부사장은 퇴임하고 편의점 중부권영업부문장에 김종수 지역팀장이 승진해 보임했다. 허승조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폭은 크지는 않지만 편의점 사업의 영업본부 신설과 상품기획의 각 사업부서 흡수배치 등 조직개편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며 “각 사업분야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 GS글로벌 수익 개선 본격화

그나마 실적에 있어서는 GS글로벌이 유일하게 수익성과 외형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채 비중이 크게 오르며 경영안전성에는 다소 불안감을 보였다는 평이다.

GS글로벌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15.4%로 전년동기(120.2%) 대비 4.8%포인트 하했다.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은 186.1%에서 218.5%로 32.4%포인트 급상승하며 200%를 넘어섰다. 부채가 자기자산의 2배를 넘어간 셈이다.

제자리 맴도는 GS리테일…‘조직개편 카드’ 꺼내
그룹 신사업 맡은 GS글로벌, ‘기대와 부담’ 공존

반면 수익성은 상승세를 보이며 한 숨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이제 겨우 1%를 넘긴 수준이란 점에서 아직 갈 길은 먼 상태다.

GS글로벌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1.05%로 전년동기(0.76%) 대비 0.29%포인트 상승했다. 매출 역시 1조8136억원에서 1조9906억원으로 9.8% 증가했다.

GS글로벌은 정체된 정유사업을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사업에서 대안을 찾는 그룹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GS글로벌은 시멘트 석탄 등 산업용 원료를 유통하는 회사다. 신흥국 중심으로 석유광물 등의 자원개발을 추진하기도 한다.

GS그룹은 올해 신규사업에 4조원을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에너지 관련 사업에 2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GS그룹은 에너지 관련 자회사로 GS글로벌과 GS에너지, GS EPS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이 GS칼텍스의 정유사업을 대체할 에너지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GS글로벌과 GS엔텍은 그룹내 시너지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CEO 주목!]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핵심계열사들 부진에 초일류 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 계열사 내부에선 분위기 쇄신차원의 인사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GS칼텍스가 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화학 실적 악화로 지난 5월 임원의 15%를 감축하고 사업본부도 7개에서 5개로 슬림화하는 등 상반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GS그룹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1%나 급감했다. 이는 GS칼텍스의 실적부진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GS칼텍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전분기 대비 64% 감소한 240억원을 기록했다”며 “GS칼텍스의 적자지속과 발전회사인 GS E&R의 적자전환으로 4분기 실적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 GS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허 회장의 의지는 어느 때 보다 결연해 보인다. 4분기 GS임원회의에서도 그는 체질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허 회장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시장과 고객, 비즈니스모델, 조직구조의 틀에만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사업 기회는 찾기 어렵다”며 “변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위한 부단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S가 100년 이상 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임원부터 솔선수범해 변화해야만 GS가 지속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조직문화를 재정비하는 한편 해외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열사 가운데 GS홈쇼핑이 인도네시아에서 24시간 홈쇼핑 전용 채널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GS글로벌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세워 자원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GS리테일과 GS건설도 동남아시아에서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GS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범 초 33% 수준이던 해외 매출 비중이 작년에 58%로 증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 해외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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