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소멸시효’로 안 갚을 수 있을까?
[칼럼]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소멸시효’로 안 갚을 수 있을까?
  • FT 솔로몬
  • 승인 2014.12.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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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솔로몬] A는 6년 전 아버지 B를 여의고 혼자 살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 B는 돌아가시기 전인 1997년, 甲은행에게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 후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2014년 6월 1일 C가 양수받았다.(당시 채권양도통지만 했다) 그러던 중 B가 사망하자 B의 법정상속인인 A는 C로부터 대출원금 500만원과 1997년부터 발생한 이자 및 지연손해금 2000만원, 총 합계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장을 송달받았다. 하지만 A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위 대출에 대해서 듣지 못한데다 1997년에 체결된 대출 약정이기 때문에 A가 C에게 위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A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상속재산이 위 대출금을 초과해 상속포기, 한정승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 박성우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

최근 위와 같이 ‘대출기간이 오래된 채권을 양수받았다’는 내용을 청구원인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소장을 송달받은 당사자들 대부분은 법정상속인인 경우가 많다보니 피상속인의 대출사실 자체를 몰라 고민하며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법률관계를 잘 살핀다면 채무를 면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소멸시효’가 바로 그것이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다.

A의 입장에서는 크게 언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얼마나 지나야 소멸시효가 완성하는지 등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시점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리고 언제까지 갚기로 약정했다면 갚기로 한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며, 운전면허를 따면 차를 사주겠다고 약정했다면 운전면허를 딴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통상 ‘대출만기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대출당시 ‘기한이익 상실약정’(이자를 연체하면 대출금 전액을 일시에 지급한다는 약정)을 체결했다면 이자를 연체한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그렇다면 A는 소장에 첨부된 증거(원리금을 계산한 전산자료 등)을 면밀히 살펴 ‘대출만기일’은 언제인지, ‘기한이익을 상실한 때’는 언제인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개인 간에 돈을 빌려주는 채권 등 일반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하지만 이외 다른 채권은 법의 규정에 따라 소멸시효기간을 달리하고 있다.

위 사안의 경우, 甲은행의 대출금채권은 상인의 상행위로 인해 발생한 채권이므로 민법 제162조가 아닌 상법 제64조가 적용돼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 된다.

단 이자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민법에서 정하는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돼 3년이다.

하지만 지연손해금채권은 이자처럼 매월 지급하지만 그 법적 성질이 이자채권이 아니라 ‘손해배상채권’이기 때문에 대출금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 된다.

그리고 위 이자채권 및 지연손해금채권은 매월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기 때문에 대출금채권과 개별적으로 소멸시효가 각각 진행된다.

그러나 주된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에는 종속된 권리에도 그 효력이 미치므로 대출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이자채권 및 지연손해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함께 소멸한다.

따라서 A는 대출만기일 또는 기한이익 상실일을 확인한 후 그로부터 5년이 경과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만일 5년이 경과했다면 주된 권리인 대출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종속된 권리인 이자채권 및 지연손해금채권 또한 모두 시효소멸 했다는 주장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출금채권을 甲으로부터 양수받은 C에게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채권을 양도받은 양수인(C)이 채무자(A)를 상대로 채권의 이행을 구하기 위해서는 채권자(甲)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이때 채무자가 채권양도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승낙했다는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위 사안의 경우 채권양도 통지만 있었으므로 A는 C에게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소멸시효의 중단 및 시효이익의 포기

 여기서 주의할 점은 채권자의 일정한 행위가 있을 때에는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소멸시효의 중단이라고 한다.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사유에는 청구와 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 승인 등 3가지 유형이 있다.

위 3가지 사유로 인해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 이미 경과한 시효기간은 사라지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나아가 소멸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채무자가 대출금 일부를 지급하거나 기한의 유예를 요청하는 경우 완성된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봐 그 때부터 새로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하지만 A의 입장에서 다소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있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대해 C가 입증해야한다는 것이다.

C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불이익은 C가 부담하게 된다.

결국 A가 대출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하면 C는 소멸시효가 중단됐거나 A가 시효이익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주장을 할 수 있다.

이때 A는 C가 추가적으로 제출한 증거를 살펴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나 시효이익을 포기한 때로부터 다시 5년이 경과했는지를 확인한 다음 판결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C와 합의를 할 것인지 선택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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