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교육 등 규정 제대로 안지켜

▲ 18일 오후 6시 이마트 산본점 3층 의류매장에 소화기가 마네킹 왼쪽 팔 뒤에 가려져 있다.

[파이낸셜투데이=조규정 기자] 최근 전남 담양의 펜션에서 ‘소방시설 미비’로 불이 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화재예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부터 마우나리조트 붕괴, 고양시 버스터미널 화재 등으로 일 년 내내 ‘안전’이 사회적 화두로 회자되는 가운데 하루 수만명이 오고가는 대형마트와 지하상가들에서는 소방당국의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화재에 대비한 소방시설은 물론 매장마다 비치해야 하는 소화기마저 매장 내 제품들에 가려져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상가와 매장 직원들에 대한 소방안전교육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 <파투>가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 소화기 비치 역부족…점검도 미비

지난 18일 오후 2시. 롯데마트 구로점 1층에 도착하니 화장품매장과 식품매장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가 눈에 띄며 소방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런 화재에 누구나 화재진압을 할 수 있게 소화기를 비치해 놓아 ‘불이 나도 걱정없겠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니 사정은 달랐다. 비치돼있는 소화기의 수가 1층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장난감 매장 등이 입점해 있는 지하1층에서 소화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3300㎡(1000여평)에 달하는 장난감 매장 전체에서 기자가 발견한 소화기는 5~6대에 불과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층에 비해 동선이 복잡해서 소화기가 적어보인다”며 “법적으로 문제없지만, 소화기를 더 비치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지하상가, 안전불감증 ‘여전’

소방안전교육, ‘눈 가리고 아웅’

그나마 있는 소화기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롯데마트의 한 보안요원에게 소화기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물어보자 “매달 한 번씩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화기 점검표에는 9월 이후로는 점검한 기록이 없었다. 지난달인 10월에는 소화기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이다.

소화기 점검은 분말소화기 기준으로 ▲압력상태 ▲약제고착상태 ▲용기부식 ▲노즐·호수 노화 등을 점검해야 한다.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 발생 시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장난감매장 옆 서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점의 한 직원은 “매 달 4일에 소화기 점검을 실시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소화기 점검표에서 10월과 11월은 빈칸이었다.

▲ 18일 오후 6시 이마트 산본점 3층 의류매장에 소화기가 전신거울과 의류에 가려져 있다.

◆ 꼭꼭 숨은 소화기…강남 지하상가

같은 날 오후 6시. 국내매출 5위를 자랑하는 이마트 산본점에 도착했다.

소방시설이 잘 돼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재에 취약한 의류매장이 입점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화재발생 시 누구나 찾기 쉽도록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해야 하는 소화기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찾아낸 소화기는 의류 매장에 설치된 마네킹과 의류사이에 가려져 있었다.

이마트 측은 이에 대해 진열상품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부러 가린 것이 아니다”라며 “매장내 행사가 잦아 상품 이동 중에 가려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화기를 포함한 소방시설은 점검의 목적이 아니면 차단되거나 폐쇄돼서는 안 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를 두고 “소방방재청이 고시한 소화기구의 화재안전기준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처음 적발 시 시정명령 대상이고 2회가 넘어가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려진 소화기, 화재안전기준 위반”

 전문가 “미흡 원인은 소방인력 부족”

▲ 18일 오후 2시 롯데마트 구로점 지하1층 장난감매장에 10월, 11월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소화기 점검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소화기 점검을 한 달에 한번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마트 내 소화기 점검표는 점검 기일이 아예 두 달 단위로 작성돼 있었다.

매장직원은 “한 달에 한 번씩 소화기 점검을 꼭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점검표를 보여주며 두 달에 한 번 확인 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하자 “두 달에 한번이 맞다”고 말을 바꿨다.

화재에 가장 취약해 보이는 지하상가 역시 소방시설관리는 허술했다.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강남역 지하상가는 특히 화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 역시 의류매장에 걸어둔 옷들이나 전신 거울 뒤에 소화기가 숨겨져 있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은 매장도 있었다.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면서 매장 내 전열 기구 사용량이 증가해 화재에 더욱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상가를 둘러보던 한 고객은 “간혹 소화전과 연기확산방지막은 봤지만 소화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이용객들도 많고, 옷가게도 많아 화재 시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 18일 오후 6시 3층 유아휴게실 입구에 피난안내도가 광고표지판에 가려져 있다.

◆ 소방교육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고객들을 대피시키고 1차 진압을 해야 하는 매장 직원들에 대한 소방교육도 허술했다.

롯데마트 보안요원은 “교육을 2주에 한 번씩 받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근무 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 소방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3층 음료매장의 한 직원은 “7월 중순부터 근무 했지만 교육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남 지하상가 매장 직원 역시 “소화기가 비치 돼있는지 정도만 확인하고 따로 교육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같은 소방시설 및 교육 미비에 대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규석 한국소방안전협회 홍보과장은 “직원 전원이 교육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여건이 안 된다면 인원을 나눠, 여러 날에 걸쳐서라도 꼭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대책 미흡의 원인에 대해 인력부족을 꼽았다.

김 과장은 “소방시설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소방 공무원’ 등 인력 부족으로 여건이 안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