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파문…‘캐시카우’ 롯데쇼핑부터 줄줄이 하락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제2롯데월드 파문으로 ‘내우외환’에 휩싸인 롯데그룹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룹 내 캐시카우 계열사인 롯데쇼핑부터 성적이 악화된 가운데 롯데케미칼 역시 환율 변수를 이겨내지 못하며 근심이 가득하다. 롯데건설과 롯데하이마트는 나란히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덩치 키우기’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돼 숙제를 안았다. 반면 과거 롯데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롯데제과만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체면치레’를 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롯데쇼핑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20.3%로 전년동기(112.1%) 대비 8.2%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123.4%에서 129.5%로 6.1%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두 지표 모두 큰 변동은 없어 경영건전성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수익성은 일제히 부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롯데쇼핑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누계기준)은 4.62%로 전년동기(5.20%) 대비 0.58%포인트 하락했다. 매출도 같은기간 20조8380억원에서 20조6901억원으로 0.7%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상반기보다 백화점과 홈쇼핑 부문은 영업이익이 성장했지만 마트와 슈퍼는 영업이익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백화점사업부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0.5%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고 의류상품 판매도 꾸준히 늘어 국내점 매출이 2.4% 늘었다. 또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백화점이 개장하면서 해외점포 매출이 증가한 점도 백화점사업부 매출증가에 보탬이 됐다.

반면 마트부문의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롯데마트는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데다 일요일 강제휴무 등 영업규제의 영향으로 기존점 매출액이 4.4% 줄었다. 또 5개 지점을 매각한 뒤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유동화하면서 임차료가 늘었다.

해외매장도 사정이 좋지 않다. 중국경기가 둔화되고 중국 내 할인마트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점포 매출이 11.7% 줄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1.6%, 베트남은 1.1%씩 매출은 소폭 증가했다.

롯데쇼핑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당분간 중국시장에 계속 투자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롯데쇼핑의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비용도 많이 들고 있다”며 “향후 4~5년이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케미칼, 환율에 ‘발목’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역시 환율 하락을 이기지 못하며 떨어진 성적에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경영안정성을 다소 개선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212.2%로 전년동기(152.1%) 대비 60.1%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78.5%에서 9.9%포인트 내린 68.6%를 기록했다.

롯데쇼핑 영업이익률 1.3%p↓…중국시장 성공 ‘열쇠’

환율에 덜미 잡힌 롯데케미칼, 사업영역 확장에 ‘승부’

이에 따르면 유동성은 높이고 부채 비중은 낮추는데 성공한 셈이다. 반면 수익성 지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 2.60%는 2.90%였던 전년동기 보다 0.30%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매출도 1년 사이 12조3717억원에서 11조3636억원으로 8.1% 줄었다.

실적이 나빠진 이유는 환율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환율이 1000원 후반대에서 1000원 초반대로 떨어져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여수공장에 스티로폼 원료인 펜탄(C5) 분리시설을 세우는 데 1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동안 펜탄을 직접 판매만 해오다가 재가공공장을 세워 고부가가치 원료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몸집 커진 롯데건설·하이마트…수익성

롯데건설과 롯데하이마트 역시 3분기 실적 악화에 근심이 가득하다. 특히 두 업체 모두 매출을 늘리며 ‘몸집’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롯데건설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220.8%로 전년동기(205.7%) 대비 15.1%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143.8%에서 151.0%로 7.2%포인트 올랐다.

부채 비중이 늘기는 했지만 유동성을 늘리며 안정성을 유지한 셈이다. 반면 수익성은 신통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건설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3.79%로 4.92%였던 전년동기보다 1.1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매출은 3조380억원에서 3조1954억원으로 7.2% 늘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 서울에서만 4곳을 수주했고 부산 및 충북에서도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택 사업 부문에서 차별화를 통해 수주 물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건설·하이마트 몸집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하향세’

롯데제과 ‘체면치레’…인수 해외법인 효자 역할 ‘톡톡’

롯데하이마트 역시 안정성은 지켰지만 수익성은 떨어졌다는 점에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52.0%로 전년동기(137.8%) 대비 14.2%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71.6%에서 68.3%로 3.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롯데하이마트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4.10%로 전년동기(5.97%) 대비 1.87%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은 2조7989억원으로 전년동기(2조5942억원) 대비 7.9% 증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하이마트 측은 올해까지 체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롯데마트 샵인샵 점포 정상화와 그룹과의 시너지 등이 나타날 것”이라며 “고마진상품군을 발굴해 이익률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제과 그룹 ‘체면치레’

롯데제과는 조사 대상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케이스였다.

롯데제과의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52.1%로 전년동기(150.3%)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46.6%에서 5.16%로 5.0%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경영안정성 지표들은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수익성 개선은 성공하는 분위기다. 롯데제과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5.96%로 전년동기(5.29%) 대비 0.67%포인트 상승했다. 매출 역시 1조4555억원에서 1조6451억원으로 13.0% 증가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롯제제과의 실적개선은 해외실적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롯데제과가 지분 76.2%를 사들이며 인수한 카자흐스탄 초콜릿업체 ‘라하트’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이다.

라하트는 올 상반기 955억원의 매출을 내 롯데제과 전체 매출의 9%를 차지했다. 총 해외법인 매출 193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롯데제과는 점차 해외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롯데제과의 상반기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14.7% 에서 7.4%포인트나 상승한 22.1%로 나타났다.

롯데제과는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단기성과를 거두기 쉬운 현지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선택했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연간 해외매출은 3500억원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위기의 CEO]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 떨어져만 가는 성적에 시름하고 있다. 지난 3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예산집행과 신규채용까지 미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롯데마트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해외매장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데다 롯데마트 내 전자제품 매장이 하이마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부진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도한 할인행사를 진행한 점도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1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4조436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은 1.1%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3%대로 다른 대형마트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5%대로 떨어지더니 올해 1%대까지 내려갔다.

경쟁사인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6조3730억원에 영업이익 2756억원으로 4.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률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 해외점포의 실적부진이 꼽힌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섰다.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3개국에 진출해 140여개 점포를 꾸리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해외점포가 국내점포 109개보다 많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해외시장에서 5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 350억원 적자에서 200억원 이상 적자가 늘었다. 해외사업을 제외한 롯데마트 국내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7%다.

롯데마트가 부진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차례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한 점도 영업이익률을 낮췄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창립기념 세일과 6월 땡스위크 세일, 7월 통큰세일 등을 연달아 진행했다. 롯데마트 내 전자제품 매장들이 사라지고 롯데하이마트가 ‘숍인숍‘ 형태로 들어선 것도 롯데마트의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롯데마트 내 전자제품 매출과 이익이 롯데하이마트로 넘어가고 롯데마트는 수수료 이익만 갖게 됐다. 롯데마트는 대략 매년 300억~400억원의 임차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에 비해 롯데마트 자체소유의 매장이 적은 점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장 임차비율이 높으면 임대료 등 판매관리비가 많이 들어가 영업이익을 떨어뜨린다.

롯데마트는 국내 109개 점포 중 임차매장이 30개가 넘어갈 정도로 임차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마트는 150개 점포 가운데 임차매장이 2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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