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인사 칼자루 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 이근면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19일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삼성그룹 출신의 민간 인사전문가가 공직사회 인사혁신의 칼자루를 쥐게 됐다. 청와대 인사혁신처장으로 임명된 이근면 신임 인사혁신처장. 이 처장은 30여년간 삼성의 인사 파트에서 한길을 걸어온 인사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삼성그룹 특유의 치밀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공직사회 혁신에 어떻게 접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는 차관급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 경영고문을 내정했다.

이 신임 인사혁신처장은 삼성 SDS 인사지원실장과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장,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 한국인사조직학회 고문 등을 지낸 민간기업 인사 전문가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 처장은 민간기업 인사전문가로 관련 경험과 전문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조직 관리 능력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며 “민간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공직인사 혁신을 이끌 적임으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인선배경을 밝혔다.

관가에서는 한때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행정차지부(옛 안전행정부)와 국무총리실의 고위공직자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공직사회 개혁은 공무원 손에 맡길 수 없다는 명분이 인사혁신처장 인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인사혁신처가 관피아 척결 등 인사혁신과 공무원 연금개혁 등 이른바 공직사회 대수술을 집도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민간기업의 인사전문가를 수혈해 칼자루를 맡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 처장은 30여년간 삼성의 인사 파트에서 한길을 걸어온 인사통으로 통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특유의 치밀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공직사회 혁신에 어떻게 접목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처장은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코닝, 삼성종합기술원, 삼성SDS 등 주로 정보기술(IT) 부문 계열사의 인사관리에 초석을 닦았고,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전무)과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0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인사 전문가로는 이례적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삼성 내부에는 일처리가 깔끔한 스타일이며 회의 등 업무는 엄격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저를 미생 안되게 완생시켜주길”

이 처장은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민간인’ 출신답게 공직 취임 첫 일성부터 ‘파격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처장은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에 비유하면서 “여러분들이 이 신입사원을 잘 지도해서 미생하지 않고 훌륭한 사원으로 완생 좀 시켜서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다소 딱딱한 ‘공무원 스타일’의 공식 취임사를 서둘러 마친 후 직원들에게 “우리끼리 얘기로 할 말이 있다”고 운을 뗀뒤 “다른 (정부) 부서에서 ‘혁신처 안 간 것이 실패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부서로 (인사혁신처가)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미생 발언’을 꺼냈다.

그는 또 자신이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의 신생 조직을 옮겨다니며 체득한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얼마전 옛날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 직원한테 문자 메시지 한통을 받았는데 ‘백만장자 되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며 과거 삼성SDS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도록 우리사주조합 작업을 주도한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회사에 그 당시에 (사람들이) 근무하려고 안 했는데, (그래도) 근무했던 사람이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톡의 김범수”라면서 “지금은 누구든지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저는 늘 새로운 회사에서만 쭉 근무를 해왔는데 제가 근무했던 회사들은 다 지금 굉장히 발전했다”면서 “그 회사 직원은 돈도 벌었고 출세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 처장은 비공식 취임사를 마친 후 단상 옆으로 나와 직원들에게 새끼손가락을 펼쳐보이며 “10년, 20년 후를 저와 같이 있는 동안 베팅하는 겁니다”라면서 “여러분과 같이 나중에 ‘OB(Old Boy)’ (모임) 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관피아 문제, 해결·합리적 대안 검토”

이 처장은 “일단은 주요한 직무 중 하나가 세월호 사태로부터 출발돼 온 것이기 때문에 ‘관피아’ 문제의 어떤 방향과 그것의 해결, 또 합리적 대안 이런 것들에 대한 게 좀 더 검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지난 19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인사혁신처 출범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혁신처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혁신이라는 단어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혁신이 첫 번째 임무가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공무원의 전문성, 개방성 또는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력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호흡을 좀 길게 갖고 해야 될 것 같다”면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공무원,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주요 소관업무인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정부의 방향이 존재하고 거기에 어떻게 동참해서 하느냐, 합리적인 원만한 타결이 정부의 방향이 아니겠나.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후에 열린 취임식에서 이 처장은 “우리는 출범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대해 투철한 사명 의식을 갖고 그 사명을 차질없이 완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우선 우리 처가 당면한 과제이고 대통령께서도 강조한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 혁신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국가 위상에 걸맞게 공직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또 “미래세대의 부담이 우려되는 연금 문제도 조속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공직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국민참여 포럼 등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해 일반 국민들의 걱정이 줄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우리 조직이 공직사회 변화를 주도하려면 우리 스스로부터 솔선해서 변해야 한다”면서 “이 일환으로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새롭게 점검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공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강구해 공직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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