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수익성 ‘제로’ 근접…SK하이닉스 ‘눈부신 성적표’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 있는 SK그룹이 ‘세대교체’ 중이다. 과거 그룹의 영광을 이끌었던 정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국내 대표 상사인 SK네트웍스는 아직도 구조조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SK건설은 이제 서야 적자의 수렁에서 탈출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 성장한 SK하이닉스는 30%에 가까운 ‘기록적’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SK텔레콤도 그룹 내 대표적인 고수익 계열사로 자리 잡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32.7%로 전년동기(135.3%) 대비 2.6%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115.3%에서 115.2%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경영 건전성 지표는 큰 편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0.53%로 3.12%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2.59%포인트 급락했다.

불과 1년 사이 영업이익률이 1/6 수준까지 하락하며 ‘0’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는 올해 들어 1000원 어치 물건을 팔아도 손에 쥔 돈은 5.3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매출도 34조9607억원에서 33조3717억원으로 4.5%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 SK이노베이션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 업황의 악화로 실적이 악화되자 핵심 자산의 경쟁력은 강화하고 비핵심 자산은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계열사인 SK유화를 SK케미칼에 매각했다. SK유화는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옷감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과 엔지니어플라스틱 등에 사용되는 디메틸트립타민(DMT)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매각의 결정 배경은 무엇보다 정유 및 석유화학 시황의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 때문이다. 향후 업황 전망도 밝지 않은데다가 현재의 부진이 일회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지 못한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 SK네트웍스, 구조조정에도 효과는 ‘글세’

지난해 최악의 성적으로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SK네트웍스는 여전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일시적 손실을 감수하고 부실 사업과 자산을 대거 정리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이다.

SK네트웍스의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은 87.2%로 전년동기(85.4%)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234.0%에서 18.2%포인트 오른 252.2%를 기록했다.

SK네트웍스 역시 경영안정성은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0.74%를 나타냈다. 0.67%였던 전년동기 보다 다소(0.07%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거의 제자리였고 결국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출은 1년 사이 12조7397억원에서 11조5955억원으로 9.0% 줄었다.

SK이노 영업이익률 ‘0%’ 간신히 넘겨…구조 개혁 중
SK네트웍스 구조조정 효과 ‘아직’…여전히 ‘가시밭길’

SK네트웍스에 있어 지난해는 ‘구조조정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 등의 자원개발 부문에 대해 대대적인 손실 처리를 했고 와인과 한식, 신발 사업은 아예 정리했다. SK증권 지분도 매각했고 중국 북경타워 지분도 팔아 치웠다. 그 결과 지난해 24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순이익은 무려 6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구조조정은 올해 초까지 이어져 지난 2월에는 휴대폰 유통 사업 부문을 SK텔레콤에 매각했다. 대신 올해 2000억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렌터카 사업에 공을 들이기로 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선제적 구조조정과 투자·자산 효율화 작업을 완료했다”며 “사업별 경쟁력 강화 및 국내외 시장 개척 노력을 지속해 잠재력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이닉스·텔레콤 ‘IT가 효자’

이처럼 과거 SK그룹을 이끌었던 대표주자들이 부진에 늪에 빠진 사이 반도체와 통신 등 IT기업들이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며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계속해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끝 모르는 ‘쾌속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또 독보적인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SK텔레콤은 다소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47.8%로 전년동기(167.9%) 대비 20.1%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81.7%에서 54.4%로 27.3%포인트 떨어졌다.

유동성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부채비율은 가장 낮아 경영안정성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다.

실적은 말 그대로 ‘최고’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27.93%로 21.31%에 달했던 전년동기보다도 6.62%포인트 올랐다. 매출 역시 6조7138억원에서 7조6656억원으로 14.2% 급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나노 중반급 D램 비중을 본격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확대하고 낸드도 기업용 SSD 등 라인업 확대를 통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어부지리’ SK하이닉스 없었다면…IT로 세대교체
SK건설 흑자전환 성공…300% 넘는 부채비율은 ‘숙제’

SK텔레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9.39%로 전년동기(11.61%) 대비 2.22%포인트 떨어지며 10%대가 무너졌다.

하지만 여전히 SK그룹 주요계열사 가운데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매출은 8조1826억원에서 8조5073억원으로 4.0% 증가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06년 이후 8년 만에 올 2분기 해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지며 1.9%를 기록했다”며 “향후 ICT노믹스 시대에 맞는 차별화된 네트워크 경쟁력과 고객가치 지향의 특화된 서비스를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 SK건설 ‘흑자전환’ 성공

SK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떨어내고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SK건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127.5%로 전년동기(138.5%) 대비 11.0%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이 기간 동안 343.5%에서 343.0%로 0.5%포인트 떨어졌다.

부채비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큰 폭의 하락은 아니었고 여전히 300%를 넘는 수준이란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다. 이같은 부채비율 수치는 자기자본의 3배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해 적자였던 실적을 플러스(+)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다. SK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48%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도 3조4508억원에서 3조7003억원으로 7.2% 증가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원가율 상승으로 적자폭이 컸지만 1분기 들어 원가율이 95%대로 낮아지면서 이익이 났다”며 “올해 준공을 앞둔 프로젝트들이 문제없이 마무리되면 당기순이익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CEO 주목!]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최근 행보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다. 실적 발표 때마다 최고 성적을 갱신하는 모습에 SK그룹에서도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초 열린 SK하이닉스 주주총회를 통해 단독대표가 됐다. 그 전까지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였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이 그룹 내에서도 이제 ‘믿을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더 독하게’ 가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사장은 지난 10일 창립 31주년을 맞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더 스마트하고 독하게 가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박 사장은 기념사에서 그간 SK하이닉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섰다”며 “31년간 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한 게 자랑스럽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호황의 시점에서 위기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래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며 “숫자로 보이는 지표로는 제법 성공적인 기업이어도 아직 근본적인 경쟁력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 속도가 흥망을 좌우하는 IT 산업에서 적절한 시기에 변하지 않으면 바로 낙오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도전 정신과 주인의식도 당부했다.

박 사장은 “성공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위해 고민하며 주인의식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돈 많이 벌고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높은 벽을 뛰어넘은 패기 있는 기업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전문가형’ CEO다.

1984년 현대전자산업 반도체연구소로 입사한 후 2001년 미국생산법인 이사를 맡으며 임원 자리에 처음 올랐고 이후 같은 회사 연구소장을 역임하며 2005년에 전무로, 2007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하이닉스반도체로 간판을 바꿔달고 2012년 회사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박 사장은 연구개발총괄 부사장 직을 맡는 등 반도체 연구와 관련된 중요 직책을 두루 거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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