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증권 ‘한숨 푹푹’…삼성화재 ‘안도’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 간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대장’ 격인 삼성생명은 경영안정성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가운데 구조조정 이후 실적도 신통치 않아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증권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삼성화재가 1년 전과 비슷한 경영 상태를 유지하며 안도하는 가운데 삼성카드는 뚜렷이 대비되는 ‘호성적’을 올려 눈길이 쏠린다.

삼성생명의 경영안정성 지표가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효율이 약간 개선되긴 했지만 외형은 크게 쪼그라들어 성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동성비율은 264.7%로 전년동기(300.3%) 대비 35.6%포인트 떨어졌다. 수지차비율 역시 같은기간 192.5%에서 125.3%로 67.2%포인트 급락했다.

보험사의 유동성비율은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최근 1년간 지급한 월평균 보험금의 3개월 분 액수로 나눈 수치다. 따라서 이 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대비 현금화가 쉬운 자산의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그만큼 경영안정성이 불안해졌다는 뜻이다.

유동성 부문의 세부 평가 항목인 수지차비율의 경우 회사가 별도의 외부 차입 없이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지를 따지는 지표로 이 또한 보험사의 안정성을 평가하는데 사용된다.

수익성의 경우 효율성은 다소 나아졌지만 외형은 쪼그라들었다.

삼성생명 유동성비율 35.6%↓…매출도 8.8% 줄어
삼성증권 ‘뼈 깎는’ 한 해…구조조정 효과 나타날까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09%로 3.13%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1.9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매출은 15조2422억원에서 13조9009억원으로 8.8% 줄었다.

이광호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해당 경영안정성 지표들이 떨어졌다고만 하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 보다 높은 수준이고 다른 주요 실적 지표들도 나아지고 있어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구조조정을 통해 10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줄이며 몹집 줄이기에 나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고난의 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예측한 삼성생명의 올 3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64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7.3%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한 때 10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4조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의 이익도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 발 실적 충격이 금융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삼성증권, 구조조정의 그늘

삼성증권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등의 비용 때문에 상반기 성적은 최악이었다. 결국 관건은 구조조정이 향후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의 여부다.

삼성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원화 유동성비율은 136.9%로 전년동기(170.1%) 대비 33.2%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은 466.9%에서 534.2%로 무려 67.3%포인트 급등했다.

수익성도 신통치 않다. 외형을 감축하며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지만 매출 감소에 비해 영업이익률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삼성증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81%로 4.06%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0.2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매출은 1조7125억원에서 1조4188억원으로 17.2%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구조조정을 꼽았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퇴직금을 비롯한 일회성 비용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3분기는 구조조정의 효과로 급여를 비롯한 판관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엄세원 삼성증권 홍보팀 차장은 “2분기는 구조조정 비용 등 일시적 요인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지만 3분기 들어서는 증권업 전반이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삼성화재 성적 소폭 상승…3분기 ‘장밋빛’ 전망
‘눈에 띄는’ 삼성카드 실적…영업이익률 10%p↑

◆ 삼성화재, ‘안도의 한숨’

삼성그룹의 또 다른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큰 폭의 변화는 아니었지만 경영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개선흐름을 보이며 한숨을 돌렸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성비율은 128.3%로 전년동기(120.7%) 대비 7.6%포인트 상승했다. 수지차비율은 같은기간 46.8%에서 45.6%로 1.2%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적도 다소 개선됐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72%로 3.30%였던 전년동기와 비교해 0.42%포인트 올랐다. 매출도 1년 새 9조8804억원에서 10조5928억원으로 7.2% 증가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향후 수익성 전망도 ‘장밋빛’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화재의 올 3분기 평균 영업이익은 2914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23.7% 늘어난 규모다. 당기순이익 역시 2208억원으로 같은기간 2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에 대해 “온라인 시장점유율 확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차별화한 점과 사망 등 손해율이 낮은 담보의 높은 위험보험료 구성비,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일반보험 손해율 등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카드 ‘함박웃음’

삼성카드의 경우 경영안정성 측면에서는 다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수익성이 수직상승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삼성카드의 올해 상반기 기준 원화 유동성비율은 325.2%로 전년동기(329.7%)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164.6%에서 168.5%로 3.9%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경영안정성 지표는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수익성 성적은 크게 올랐다.

삼성카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3.25%에 달했다. 13.33%였던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9.92%포인트 급상승했다. 매출 역시 1조4908억원에서 1조7059억원으로 14.4% 늘며 몸집도 크게 불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같은 실적에 대해 “소비심리 위축 등 악재에도 숫자카드의 발매가 400만매를 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브랜드 마케팅을 한 결과”라며 “경영효율 제고를 통한 비용 절감을 성공적으로 이룬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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