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임차인 A는 2014년 5월, B소유의 甲빌라(시가 1억원)102호를 보증금 3000만원으로 한 임대차계약을 임대인 B와 체결했다. 하지만 A와 B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기 전, 甲빌라에는 근저당권자 C가 채권 최고액 9000만원으로 하는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였다. 그해 8월, 甲빌라 102호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됐고 A에게 소액임차인으로서 2500만원을 배당하는 배당표가 작성됐다. 그러자 채권을 전액 배당받지 못한 근저당권자 C는 A가 형식상 임차인인 ‘가장 임차인’이고 A와 B의 임대차계약이 자신의 채권을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A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 박성우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임차인 중에서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4조에 포함되는 소액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다.

위 규정은 소액임차인에게는 임대차보증금이 큰 재산이므로 적어도 소액임차인의 경우, 다른 담보물권자의 지위를 해하게 되더라도 그 보증금의 회수를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회보장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민법의 일반규정에 대한 예외규정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아 선순위 담보물권자에 우선해 채권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를 하는 ‘가장 임차인’이 생기면서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만약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주택을 제3자에게 소액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임차권을 설정해 준 경우, 이는 자신의 총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의 담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민법 제406조에서 규정하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임차인 A는 근저당권자 C가 제기한 배당이의의 소에서 실제 임대차계약의 주된 목적이 甲빌라 102호의 사용·수익에 있다는 점과 임대인 B가 채무초과상태로 근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을 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주장·입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A가 법원에 어떤 주장과 증거를 제출해야 위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우선 A는 임대차계약의 목적이 甲빌라 102호를 사용·수익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한다.

이는 ▲甲빌라 102호로 이사를 오게 된 경위 ▲임대인 B와의 관계, 甲빌라 102호에 거주하며 납부한 각종 공과금 ▲A가 사용하는 휴대폰 기지국 위치 등을 설명함으로써 입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위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B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만약 B가 채무초과상태에서 甲빌라 102호에 대해 A에게 소액임차인으로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임차권을 설정해 줬다면 B의 임차권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A는 C의 권리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A는 B와의 임대차계약 이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C의 권리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주장·입증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실제로 보증금이 지급됐는지, 그 보증금의 액수는 적정한지, 등기부상 다수의 권리제한관계가 있어서 임대인의 채무초과 상태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굳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사정이 있었는지, 임대인과 친인척관계 등 특별한 관계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리와 경험칙을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5.05.13. 선고 2003다50771 판결)고 판시했다.

따라서 A는 이사를 하게 된 경위와 임대인 B와의 관계,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인중개사로부터 甲빌라 102호에 대해 들었던 설명(C의 근저당권 이외에 다른 담보물권자나 가압류권 자가 없다는 사실 등), A의 수입 및 경제력, 임대차보증금의 지급 방법 등을 설명해 사해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최근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제도를 악용하는 이가 늘면서 선순위 담보물권자가 제기하는 배당이의의 소가 증가하는 추세로 가장 임차인이 아닌 사해행위에 대해 알지 못한 임차인도 재판의 당사자로서 법정에서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따라서 임차인이 소액 보증금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도 임차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면밀히 살펴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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