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디스플레이 ‘가시밭길’…삼성물산 ‘재도약 준비’

 

한국 경제가 위기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휴대전화, 자동차로 대표되는 수출품에 주력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우성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기 보다 당장 눈 앞의 실적에 벌벌 떨고 있다. ‘파투’는 국내 10대 그룹의 경영 상태를 긴급 진단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통계치, 지표로만 대기업 성적과 현황을 파악하는 데서 나아가 그룹의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을 두루 살펴봤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눈에 띄는 호성적을 올린 최고경영자(CEO)를 주목한다. 먼저 삼성그룹을,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로 나눠 2회에 걸쳐 조명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삼성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체들의 최근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는 ‘사라진 성장’이다. 잘 나가던 ‘맏형’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전에 없던 고배를 마시는 사이 ‘동생’인 전자부품 업체 삼성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죽을 지경’이다. 그나마 부동산 시장이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며 삼성물산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점은 유일한 위안거리다.

삼성그룹의 대표 ‘캐시카우’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어닝쇼크’ 수준의 수익성 악화를 드러내며 시름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 당분간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전망이다.

반면 경영 건전성 지표들은 대체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위기 타계를 위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226.4%로 전년동기(196.7%) 대비 29.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47.2%에서 40.9%로 6.3%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유동자금은 많이 확보하고 부채 규모를 줄였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어닝쇼크’…경영 안전성은 개선 ‘실탄 축적‘
중국 스마트폰 ‘맹추격’…애플까지 부활 신호탄 ‘이중고’

이는 연일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변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4.78%로 16.60%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1.82%포인트 하락했다. 매출도 110조3325억원에서 106조286억원으로 3.9% 줄며 외형도 축소됐다.

삼성전자 수익의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세계적으로 이미 ‘과포화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한 저가 스마트폰 공세에 점점 지분을 뺏기는 모양새다.

더욱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경쟁업체인 애플이 기존 원칙을 깨고 4.7인치와 5.5인치 등 ‘대형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제품은 전반적으로 중저가여서 새 아이폰 영향의 ‘무풍지대’에 속하기 때문에 결국 삼성전자만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을 연일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최근 삼성증권이 4조7000억원이라는 최저 예상치를 내놓으면서 ‘5조원대 영업이익’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239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의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이익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올해보다 영업이익이 7% 역성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기침에…삼성디스플레이 ‘독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힘을 잃으면서 관련 부품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제로’를 향해 곤두박질 쳤고 매출 역시 1/5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유동비율은 늘리고 부채비율은 낮추는 등 경영 안정성부터 챙기자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은 234.0%로 전년동기(198.0%) 대비 36.0%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30.8%에서 8.5%포인트 하락한 22.3%를 기록했다.

‘형님’ 삼성전자 부진에…디스플레이 영업이익률 ‘0’ 근접
삼성물산, 수익성 개선 기미…“하반기 목표 달성 가능”

반면 실적은 악화될 대로 악화돼 마이너스(-)를 눈앞에 둔 실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0.60%에 그쳤고 이는 12.10%에 달했던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11.50%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이같은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 1000원 어치 물건을 팔아 봐야 삼성디스플레이 손으로 돌아온 ‘진짜 이익’은 고작 6원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매출도 1년 새 15조811억원에서 12조3645억원으로 18.0% 급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TV·모니터에 LCD를, 스마트폰에 OLED를 공급한다”며 “이 중 중소형 OLED가 지난해까지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에 크게 기여해왔는데 올해 ‘갤럭시S5’ 판매가 부진하자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 ‘기지개’ 켜는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건설업계에 드리웠던 장기 불황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경영 안정성 지표가 다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큰 변동은 없는 가운데 수익성은 개선 기미가 보이는 까닭이다. 이를 발판으로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삼성물산의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은 111.7%로 전년동기(114.0%)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121.4%에서 131.5%로 10.1%포인트 상승했다.

아직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수익성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물산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87%로 1.22%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0.65%포인트 올랐다. 매출 역시 13조6945억원에서 13조9142억원으로 1.6% 늘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호주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며 건설 부문 실적이 호전됐고 상사 부문에서도 철강·화학품목에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하반기에 수주 가능한 해외 프로젝트가 집중돼 있어 올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동수 삼성SDS 사장.

[CEO 주목!] 전동수 삼성SDS 사장

올해 1월 삼성SDS의 수장이 된 전동수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삼성그룹의 경영승계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시점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돈줄’로 평가되는 삼성SDS에 새내기 CEO로 취임했기 때문.

더욱이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직을 수행하던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일단 현재까지 전 사장은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삼성SDS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92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751억원으로 21.8% 늘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2018억원을 기록하며 27.6%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6.97%에서 7.01%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삼성SDS는 지난 5월 연내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향후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이뤄질 경우 상속세 등 필요 자금의 요긴한 출처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전체 지분 중 11.25%인 870만4312주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장외주식 시장인 K-OTC에서 삼성SDS의 주식이 33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기준으로 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8724억원에 달한다.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역시 각각 삼성SDS의 지분 3.90%를 가지고 있고 같은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각각 9962억원이다.

결국 전 사장이 삼성SDS의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면 올릴수록 삼성그룹 3세 경영 승계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셈이다.

쾌속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전 사장에게 남은 과제는 ‘그룹 의존도’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내에서 ‘내부거래’ 규모가 큰 계열사다. 최근 삼성전자의 부진에 관련 부품 계열사들의 성적이 크게 하락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SDS가 지난해 국내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은 3조3096억원에 달하고 이는 전체 매출(7조468억원) 중 47.0%에 달한다. 이는 전년의 52.5% 보다는 5.5%포인트 떨어진 수치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깝다.

삼성SDS 관계자는 “상장 추진도 해외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 확장이 진행된다면 향후 그룹 계열사 간 거래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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