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시아시대를 여는 요충지로 자리 잡아야

▲ 안희정 충남도지사.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지난 3일 만난 안희정(49) 충남 도지사는 날카롭고도 부드러웠다.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자신있게 대답하면서도 텃밭, 큰 아들(의무경찰 복무 중) 얘기가 나올 때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해 대전에서 이전한 내포신도시 도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 지사는 “도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충남을 만들겠다”면서 “도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도정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인터뷰 동안 집무실 밖이 떠들썩, 소란스러웠는데 안 지사와 면담 약속이 잡힌 지역 농부들이었다. 지역의 민원을 도지사에게 직접 주장하기 위해 찾은 이들 촌로들을 비서실 직원들은 정중하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안 지사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충청남도의 경제, 특히 내수 살리기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지역 경제의 선순환, 골고루 순환이 잘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전통적인 산업이 지역경제에 융화될 수 있는 경제순환생태계가 필요하다. 경제의 힘은 잔뿌리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농어업이 중요한데 충남은 농어업, 농어촌, 농어업인이 함께 하는 ‘3농 혁신’을 시작했다. 또 사회적 기업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지역사회서비스, 지역 협동조합방식의 기업, 신용보증재단을 통한 중소상공인 지원 등을 주요 정책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곧 외형적인 성장에서 내실있는 지역경제로 순환되는 것이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아산)이나 삼성디스플레이(탕정) 등 도내 산업단지의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들이 상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밀려난 한계기업이나 반환경적기업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투자유치 실적을 늘리는 것 보다는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일반산업의 투자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대기업과 지역경제의 상생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유통부분과 디스플레이, 자동차산업, 기타 건설업에서 함께 동반 성장해야 한다,
동반성장협약을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공동으로 해외 마케팅, R&D를 함께 하거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해 지역 중소기업들하고의 연대를 높여야 한다. 나아가 대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 경영진들과 금속노련의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이 팔을 걷어 붙여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가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에서 정규직 노동자로 된 후 애들한테 쓴 편지를 봤는데 눈물이 났다. 임금 150만 노동자였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돼 대학등록금도 회사에서 나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한마디로 말해 서로 나눠야할 부분을 소수가 너무 독식하고 있다.

중국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환 황해권 시대에 대비하는 충남의 대중국 전략은?
아시아 경제권 시대를 맞아 서해안을 아시아 교역의 전진기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서해는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리아스식 해안을 가진 훌륭한 해양관광자원이다. 중국의 투자를 유치해 지역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충청남도가 국가 단위의 외교통상전략을 갖고 대중국에 대한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기는 어렵지만 국제여객선, 화물에 대한 해양항만 정책을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부산항과 여수, 인천항 중심의 항만정책에서 벗어나 충남의 6대 항구(대산,태안,보령,대천,비인,장항)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
충남 당진(唐津)이 왜 당진인지 아는가. 당나라 시대부터 주요 교역항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옛날부터 대중국 교역에서 중요한 항만 역할을 했다. 개항기 때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하는 제물포항, 이후 미국, 일본이 주도한 태평양시대에서 부산과 여수가 중심이 됐다면 앞으로의 아시아 시대에는 충청남도의 항만이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지역경제와 상생의 길 모색해야
중앙정부, 서해안 항만 개발 적극 나서야

중앙정부의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아쉬운 부분은?
항만 등 국가기반 시설은 충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가 업무다. 대한민국이 아시아시대를 주도하는 주역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경부 축’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전략에서 ‘서해안축’으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충남도지사 혼자만 고민해야 될 영역이 아닌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국을 다니면서 철도와 고속도로를 놓자고 제안하고 다니는데 우리는 거꾸로 시도지사들이 “우리 지역에 철도 깔아달라”고 민원을 한다. 이건 좀 잘못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나?
우선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위치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대통령이든 대통령이 실패하면 국민이 심각한 손해를 본다. 따라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면 국민이 손해 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마음에 안 들고 못마땅하더라도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자꾸 격려를 보내 드리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현재 국민들께서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의 불통의 이미지를 깨는 것이 중요하고 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을 하실 수 있는 그런 폭의 다양성을 좀 더 가져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부동산 완화, 저금리 기조 등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인 ‘초이노믹스’에 대한 견해는?
경제와 경기는 심리라고 하는 말이 맞다. 사람들이 ‘되겠다’는 긍정적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만이 경제가 돌아간다. ‘안 되겠다, 투자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확고하면 경기는 위축되기 때문에 불안 심리를 관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하고 있는 단기경제부양책은 불안 심리를 관리하는 정책에서 좋다고 본다.
무엇보다 임금 상승을 통한 가계소득 확충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을 증대하는 것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실질적 법인세 증가로 장기적 투자위축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이어져 내수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한다. 양적팽창 정책이나 저금리, 각종 금융규제 완화는 매우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다. 이를 보약인 것처럼 계속 먹으면 큰일 난다. 열이 날 때만 해열제를 먹을 뿐이지 이를 장복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처럼 단기경기부양책으로써는 일단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최경환 부총리 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건실한 시장과 중산층 확대,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산업구조 개편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충남도 현안에 대한 지난 4년 성과와 미흡했던 점, 앞으로 주요 추진 과제는?
민선 5기에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도청이전 사업, 내포신도시 건설 등 도정사에 큰 획을 긋는
주요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의 법적․제도적․재정적 한계를 절감했다. 대부분의 업무권한과 재정권을 국가가 가지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구조에서 광역자치단체는 정부정책 전달자 혹은 관리자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도민에 직접 영향을 주는 주요 사안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과 즉각적 대응에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보다 도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민선 5기에 공약하고 실행한 시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도정 3대 혁신과제를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도정이 함께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식 복지 확대를 통한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고 싶다.이밖에 ▲금강 물고기 폐사 원인 조사 및 대책 마련 ▲유성기업 등 지역내 노사분쟁 조정 및 중재 ▲정부예산 확보 경쟁에 과도한 행정력을 투입하는 관례를 개선하고 싶다.

미래산업동력…농업혁신 등 산업 구조 개편 필요
차기 대권…‘확고한 대안’ 마련이 먼저

내포신도시는 잘 진행되고 있나. 낙후지역개발에서 제외된 홍성·예산 공동화 방지를 위한 특단의 지원책은?
내포신도시 사업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되는 장기프로젝트다. 지난해까지 1단계 조성사업을 마무리했고 올해 초 2단계 발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포신도시가 중추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도시뿐만 아니라 주변지역과의 균형발전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이는 동시에 홍성·예산 공동화 방지책이기도 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홍성·예산을 포함해 인근 6개 시군에 대한 동반성장 발전전략을 포함하는 내포신도시권 광역도시계획 수립 중이다.
홍성·예산군의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홍성군의 옥암지구 도시개발사업과 예산군의 도시기능 회복을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또 지역이 보유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복원,정비해 역사문화 중추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충남의 새누리당 기초단체장과의 마찰은 없는지?
제가 지사에 당선된 것은 모두 도민의 뜻이고 그 뜻을 잘 받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새누리당 기초단체장들 또한 지역사랑의 마음에서 출마하셨고 도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지역을 위한 일에 힘을 보태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건 당파에 상관없이 도민의 뜻을 파악하고 이를 잘 받드는 것이 단체장으로서 기본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
‘국가는 국가답게’, ‘도는 도답게’, ‘시․군은 시․군답게’ 일하는 것이 자치분권의 기본이라고 행각한다.

차기, 차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말부터 언론 등에서 자주 저에게 질문을 한다. 그때마다 ‘아직 저 부족하다 다만 이 지방정부의 실천을 통해 경험을 쌓아 확고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단서조항으로 ‘확고한 대안’이란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야망과 포부도 중요하지만 좀 더 구체적 대안을 갖고 준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선 6기에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지방정부차원에서 실천하고 도전정신으로 실험해 희망과 대안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프로필>
▲ 1994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 2002 제16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 2003 열린우리당 논산·금산·계룡 지구당 창당위원장
▲ 2007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 2008 민주당 최고위원
▲ 2010 제36대 충남도지사
▲ 2014 제37대 현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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