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굳히고 여성총수로?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삼성그룹이 최근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겸임) 사장의 역할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제약 산업에 이부진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이 총 50%의 지분을 출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간 경영능력에 뛰어난 평가를 받아온 이부진 사장이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뒤 경영권 승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 바이오제약 산업 진출에 재계 이목 ‘이부진 역할론’ 집중
긍정적 기대감 속 넘어야 할 난관도…사측 “역할 구분 무의미”

삼성은 지난달 25일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서비스업체인 퀸타일즈와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삼성의 첫 바이오제약 합작법인에는 삼성전자와 에버랜드가 각각 40%씩를 지분을 출자했고, 삼성물산과 퀸타일즈가 각각 10%를 출자했다.

삼성이 총 90%의 지분을 가진 셈인데, 이 중 이부진 사장이 사령탑으로 있는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어 재계에서는 이번 바이오제약 산업이 이 사장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바이오제약 산업 자체가 이 사장의 아이디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경영능력’ 재확인 계기되나

이처럼 업계의 관심이 이부진 사장에게로 집중되는 이유는 그의 경영능력에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장의 뛰어난 사업수완과 경영능력은 벌써 여러 차례에 거쳐 검증된 바 있다.

지난 2002년 4,157억원이었던 호텔신라의 매출액을 7년만인 2009년에는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입점 시켜 업계의 조명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이부진 사장은 지난 인사에서 두 단계를 건너뛰는 파격 승진을 하며 오빠인 이재용 사장과 삼성을 이끌 한 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재계 사이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장직에 오른 것은 오너가의 장자이기 때문이라는 부정적인 평이 있는 반면, 이부진 사장은 뛰어난 경영능력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부진 사장이 항간에 ‘리틀 이건희’라고 알려졌을 정도로 경영스타일 면에서 이건희 회장을 빼다 박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의 총애를 받는다는 설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고, 더욱이 이달 중 열리는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등기이사로 선임될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사장이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경우 독보적인 입지를 굳힐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삼성의 바이오산업이 이부진 사장을 위한 합작품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이 바이오제약 산업 진출을 선언한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인반면, 이부진 사장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삼성물산의 주가는 오름세를 보인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넘어야 할 난관

이부진 사장이 상사부문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에버랜드는 그동안 진행해 온 농업과 식품 등 그린바이오 사업의 역량과 플랜트 관련 제조설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 제약과의 연관성이 높다.

또한 향후 삼성이 개발한 바이오제약 상품이 임상실험을 거쳐 판매될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케팅 하고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유기적인 사업진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이부진 사장의 새로운 산업 진행에 대한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넘어야 할 난관도 상당하다.

첫 번째는 이미 국내 바이오제약 시장에는 독보적 업체인 셀트리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안주인이 독식하던 텃밭에 명함을 내민 삼성으로서는 셀트리온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할 판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바이오제약 시장에 일찌감치 주력해 온 덕에 이미 2007년 계약대행생산(CMO)를 시작했고 현재는 바오이시밀러 생산단계에 와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동등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5~6년간의 시간차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관련업계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중소제약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삼성의 제약부분 사업진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제약업계 사이에서는 주요 인력이 삼성으로 이동되는 현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인력을 빼가지 말라”며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경호 제약협회장까지 직접 나서 “신규채용으로 회사에 맞는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업 윤리차원 무분별한 인력 스카웃은 자제돼야 한다”며 삼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재용 사장의 존재감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바이오제약 사업에 40%의 지분을 출자한 것과는 별도로, 이재용 사장 본인이 이부진 사장이 사령탑을 맞고 있는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제약 사업이 이부진 사장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는 시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새로운 사업분야에서 이부진 사장의 역할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이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오제약 산업은 ‘삼성’이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누가 주도한다’라고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그러나 굳이 나누자면 바이오제약 산업의 궁극적 목적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이고, 이것은 삼성전자가 담당하기 때문에 이부진 사장이 아닌 이재용 사장이 주도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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