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이중근 부영 회장(70)이 최근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임대사업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대한전선이 매물로 내놓은 전북 무주리조트의 인수전에 뛰어들어 새 주인으로 안착하는가 하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잇따라 인수합병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 10프로야구단 창단을 검토 중에 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사업의 외길을 걷던 이중근 회장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이낸셜투데이>가 살펴봤다.

▲ 이중근 부영 회장
부영,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 인수…방송·금융 분야 등 사업 다각화 모색
지난해 말 지분구조 개편으로 이 회장 보유지분 71.57%…사측 “공식입장 없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영은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 지분 74.5%를 1,36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지난달 28일 체결했다. 이로써 부영은 공공임대주택사업 뿐만 아니라 레저산업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의 활로를 열게 됐다.

그런데 부영이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영역은 비단 레저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영은 지난달 10일 비금융 회사로는 유일하게 하나금융지주 유상증자에 참여, 600억원을 투자해 150만주(지분율 0.61%)를 확보했으며, 한국토지신탁의 인수전에도 참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종편채널선정과정에서 조선일보 주도로 설립되는 씨에스티브이에 약 171억원을 들여 지분 5.5%를 출자, 주요주주로 참여했으며 제 10프로야구단 창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임대사업’ 한계극복 위한 방편?

이처럼 이중근 회장이 부영의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이유는 ‘임대사업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기업 이미지와 위치를 한층 격상시키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력사업인 공공임대주택건설사업과는 크게 상관없는 레저, 방송, 금융 등의 분야에까지 발을 뻗치는 행보를 두고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부영이 임대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내는데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영은 지난 1983년 설립된 이후 다른 민간업체들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꺼리는 공공임대사업 분야에 주력, 탄탄한 내실을 다지며 민간업체 중 최대의 임대사업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10년 임대주택이 늘면서 사업기간이 최대 13년으로 길어지고 금융권에서도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에는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이어지자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금융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은 사업 자본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방송 분야에도 명함을 내민 것은 향후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여론에 대한 일종의 ‘바람막이’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건설사가 언론 매체를 끼고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영남지역의 한 매체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주주인 동양종합건설을 의식해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이 레저산업에 눈독을 들인 것은 현재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려운 임대사업 외에 또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부영이 이번에 인수한 무주리조트는 부지가 넓고 숙박시설 비중이 낮은 점, 다른 리조트에 비해 회원권 부채 등이 낮다는 점 때문에 수익성 창출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부영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우려의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 부영이 무리하게 영역을 확장하다가는 재무상태가 악화돼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주리조트의 전 주인인 대한전선도 다방면에 걸쳐 무리하게 사업 다각화를 꾀하다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 결국 개선작업을 위해 무주리조트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주머니채우기 혹은 경영승계 초석 마련?

한편,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영의 영토 확장을 단순히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이 회장의 높은 지분율이 여러 가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 회장은 당초 회사의 지분을 19.48%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1월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친족 및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비롯한 회사의 지분구조가 대대적인 변동이 이뤄지면서 이 회장의 보유지분이 71.57%로 늘어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부영이 적극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시점이 이 같은 지분구조가 개편된 직후임을 감안하면, 결국 사업 확장으로 얻게 되는 이득이 고스란히 이 회장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관련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아들 이성훈 전무가 가진 2.18%를 제외하고는 친족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던 지분이 모두 회수된 점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1세대 경영인인 이중근 회장이 올해 70세인 나이를 감안하여 본격적으로 아들 성훈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지분을 둘러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사업 다각화 역시 이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부영 측은 지분구조의 변동과 사업영역 확대는 이 회장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부영 홍보팀 이동화 차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지분구조의 개편은 어디까지나 회사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고 이 회장의 개인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지분구조가 개편된 이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입장이 없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항간에 보도된 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라면서 “한국토지신탁 인수전에는 참여한 적이 없고, 종편채널선정도 조선일보에만 투자한 것이며 제 10 프로야구단 창단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적으로 검토해 본 적이 없고 수원시와 협의를 진행한 적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공헌활동도 과거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부풀려져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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