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려워…”

[파이낸셜투데이=황동진 기자] 우리나라 최대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이 IPO(기업공개)를 앞둔 시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크고 작은 악재들로 인해 ‘자칫 IPO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더구나 LIG넥스원은 올 초 단행된 인사에서 구자원 회장의 장자 구본상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3세 경영에 본격 돌입, 새판짜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납품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임원의 자살에 이어 동종업체들간 입찰을 둘러싼 공방, 그리고 기술유출 의혹에 이은 담합의혹까지,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때문에 첫 경영능력시험평가를 치르는 구 부회장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업계의 온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구본상 부회장은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LIG 손해보험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대일외고와 고려대 문과대와 미국 Tufts대를 졸업했다. 1996년 LG그룹에 입사해 LIG손해보험 미국법인 임원, 넥스원퓨처 부사장을 거쳐 2007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IPO 앞두고 잇단 악재로 골머리
납품비리 이어 담합의혹까지 줄줄이 엮여 난도질…IPO 불투명


LIG넥스원은 1982년 LG의 전신인 금성정밀공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1999년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2004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2007년에는 국방부의 우수방산업체로 선정되는 등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현재 국내 80여개 방산업체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LIG그룹(회장 구자원)의 주력계열사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황태자의 첫 시험 난이도 수준 ‘상’

올 초 LIG넥스원은 구자원 회장의 장남 구본상(41)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 3세 구도를 가시화했다. 이와 동시에 수년전부터 논의가 됐지만 매번 불발로 끝났던 유가증권시장 진출도 지난해 말부터 재논의 되면서 IPO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만일 LIG넥스원이 거래소에 상장된다면 국내 순수 방위산업체로는 첫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 부회장에게 있어서도 그룹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첫 경영능력시험평가가되리라고 진단한다.

때문에 상장을 위한 LIG넥스원의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태스크포스팀 을 가동, 구 부회장이 이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 부회장에게 주어진 첫 시험의 난이도 수준이 ‘상(上)’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사정당국이 캐비넷 속에 묵혀뒀던 방위산업과 관련된 부정,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칼날을 뽑아든 가운데, 최근 LIG넥스원을 필두로 한 방산업체들간의 담합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방위 압박 수사에 들어갔다. 이 외에도 난이도를 높이게 한 이유는 몇 개가 더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업체와 식품업체에 이어 방산업체들간 담합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차세대 잠수함 개발 사업인 ‘장보고3 사업’ 관련 방산업체들에 대해 입찰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보고3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2조 6천억 원을 투입해 원양작전이 가능한 3천톤급 잠수함을 자체 생산하는 차세대 잠수함 건조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는 전투체계 분야와 음향탐지체계 분야에 각각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 2009년 3월, 사전 협약을 통해 업무를 서로 나눠 경쟁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해 담합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말과 올 1월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다. 검찰은 지난 2009년부터 국내 방산업체들의 비위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광폭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순 LIG넥스원이 부품 가격 등을 부풀려 정부에 납품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자 참고인 조사를 받던 LIG넥스원 전 사장 A씨가 돌연 자살, 이 일로 수사가 잠시 중단되기까지 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검찰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LIG넥스원을 비롯 협력업체들의 금융자료를 넘겨받아 자금거래 상황과 횡령한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 수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LIG넥스원 임원 B씨가 방위산업청의 차세대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 수주를 위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를 포섭, 군사기밀을 수집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방위사업청의 사단급 정찰용 무인항공(UAV)사업 입찰 과정에서도 LIG넥스원은 경쟁업체들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악재 해결하지 않고선 IPO 불투명

이런 가운데 업계의 이목이 구 부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3세 경영을 시작한 LIG그룹이 IPO를 기점으로 어떠한 변화의 행보를 보일 것인지는 전적으로 구 부회장의 의중과 역량에 달렸기 때문이다.

일단 업계에서 구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후하다. 2007년 LIG넥스원 공동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2008년 8500억원, 2009년 9600억원, 지난해 95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능력을 인정받았다.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이 거래소 상장을 통해 마련한 대규모 실탄으로 M&A를 통한 몸집을 키운 뒤 국내 방산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초석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2009년 말 기준 LIG넥스원의 현금성 자산은 210억원 정도.

LIG넥스원은 현재 보유 자금 및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감안해 규모가 큰 업체보다는 기술력 위주의  알짜배기 중소형 업체들을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당초 3월로 계획했었던 IPO가 언제 이루어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방산업체 중 최초의 상장이어서 거래소에서도 꼼꼼히 심사를 하는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이어진 악재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IPO를 확정하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 내부에서조차 IPO를 하기앞서 산적한 악재를 해결해놓고 그 후에 진행하자는 식과 기회가 왔을 때 밀어 붙이자는 식의 엇갈린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차 LIG그룹을 이끌 구 부회장이 어떠한 결단을 내릴 것인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구 부회장이 든 시험지의 점수가 내심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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