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양영희 감독의 세 오빠들은 지금 평양에 살고 있다.

30년 전, 어린 오빠들을 북으로 보낸 아버지를 원망도 했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 기약 없는 만남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다.

평양에 있는 양영희씨의 조카 선화는 어느덧 아가씨가 됐다.

내 조카 선화는 ‘평양’에 살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이름 아래 국민을 통제하고 정보를 제한하며 타국과의 폐쇄적인 외교를 계속하는 나라, 북한. 세계 언론 보도에 의해 북한 사람들은 별개의 생물이기라도 한 듯한 이미지로 비춰진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감독은 평양에서 태어난 자신의 조카인 한 소녀를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하여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등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이 평소에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문제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양영희 감독은 전작 <디어 평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양영희 감독은 ‘재일 교포의 메카’로 불리 우는 도시,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빠 셋과 함께 막내 여동생으로 자랐다.

아버지는 15살에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왔고 해방을 맞은 후 정세에 따라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부모님은 결혼 후 함께 정치 활동을 했고, 오빠들이 청소년이 되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국’인 북한으로 보낼 결심을 했다.

오빠들이 떠나던 날 6살이었던 양영희 감독은 ‘귀국’의 의미도 모른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평양의 실정을 들은 어머니는 오빠들에게 물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린 조카가 난방이 되지 않는 학교에서 동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이런 짓은 어미 밖에 못해준다”고 웃으면서 겨울마다 큰 상자에 일회용 손난로를 가득 담아 보내주기도 했다.

오빠들과 달리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양영희 감독은 자연히 아버지와 갈등이 깊었고, 심지어 대화조차 안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인생을 카메라에 담아 볼 것을 결심했고 10년간 렌즈를 통해 아버지를 지켜보았다.

점차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삶이 가슴으로 다가오며, 미움은 그리움으로, 갈등은 사랑으로 변해갔다.

어느 날 오빠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이 후회 되냐고 묻는 양영희 감독에게 아버지는 진솔한 답변을 해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이번에는 1970년대 초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오빠의 딸 ‘선화’를 등장시킨다. 선화의 모습을 통해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이민 세대는 물론이고, 처음부터 북에서 자란 이민 후세대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다.

 선화의 성장 과정은 아주 보편적인 것이지만, 북한이라는 사회 속에 담겨 있는 특별함이 은근하게 묻어난다.

또한, 북한 사회의 이민 세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북한을 단순히 폐쇄적인 사회로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지구상의 한 지역이 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양영희 감독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북한’이라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름에 평범함의 일상을 부여한다.

첫 여 조카 ‘선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평양과 오사카에 떨어져 살고 있는 오빠네 식구들과 부모님들의 절절하면서도 소박한 일상을 담은 <굿바이, 평양>은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3년 동안 기록한 작품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의 가족의 성장, 변화, 사랑, 이별의 모습을 담아냈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거나, 영화 한편을 같이 보는 일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가족의 소중함과 강인함을 일깨워주는 진정한 가족 드라마다.

 

감독 : 양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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