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감투를 좋아해?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지난달 17일 강원도 평창에 삼성 오너 일가가 총출동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문을 직접 맞이한 것이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범국민적’ 염원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법무부가 특별사면 조치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다. 2007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며 두산 박용성 회장이 사면조치 됐다.

재벌 총수들이 스포츠계의 감투를 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주요 재벌 오너들의 남다른 스포츠사랑의 이면을 들여다 봤다.

기업과 스포츠 사이의 관계...‘명과 암’ 나뉘어
 明‘스포츠 후원, 홍보효과 상생’ 暗‘협회장 권력 남용’

재벌기업 오너들은 유독 스포츠 이벤트, 엑스포에 관심이 많다.

각 기업마다 담당하고 있는 스포츠가 있으며 오너들은 그에 상응하는 ‘자리’도 꿰차고 있다.

정작 경제인들이 만든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자리는 서로 양보하면서 쳬육계 명함에는 욕심을 낸다.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는 IOC 위원도 서로 차지하려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재벌 총수들이 탐내는 스포츠계 최고의 명예직인 것이다.

삼성-올림픽 위해 특별 사면

▲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삼성은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 수단으로 스포츠를 선택했다.

삼성은 그 중에서도 올림픽과 축구에 집중했고 특히 축구는 유럽의 인기 높은 구단인 첼시와 후원 체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7-2008시즌 중에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함으로써 400억원에 달하는 광고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효과가 매출증대로 이어지자 삼성은 900억원을 들여 2013년까지 3년 더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스포츠 투자에는 정치 사회적인 암묵적인 배려가 이뤄지는 등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당시 정부는 유죄 선고를 받은 이 회장을 넉 달만에 단독 특별 사면 조치했다.

IOC 위원인 이 회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외교력을 빌미로 범죄를 저지른 경영자에게 면죄부를 남발한다는 시각 때문에 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삼성 역시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이 회장은 장남 이재용과 차녀 내외까지 동원하여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현대-여수엑스포 유치...딴 욕심?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도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자금 조성으로 수백억원의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로 실형의 짐을 덜어냈다.

일부에선 그가 엑스포 유치에 발 벗고 나선 데는 비자금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재판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엑스포를 유치하도록 분발해 달라. 그것도 판결에 고려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와 체코 정부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하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동유럽 공장 준·기공식을 활용해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나섰다.

천신만고 끝에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여수시로부터 명예 시민증까지 받았다.

이번 엑스포 유치에서 정 회장의 또 다른 속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여수 율촌 산단 지역에 있는 현대 하이스코 공장 부지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여수엑스포 개최를 계기삼아 현대차 그룹의 국내 생산 공장 집결과 기업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재가동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23년 대부분을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지냈지만 현대와 대한축구협회를 앞세워 인맥을 관리해 왔다.

정 전 대표는 대한축구협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냈다.

한승주 전 장관은 정 전 대표가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과 2022년 월드컵축구 유치위원장을 맡아 정 전 대표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송영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도 통한다. 송 전 부회장은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외교부 1차관보와 네덜란드 대사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2002년 월드컵 대회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월드컵 유치에 앞장서기도 했다.

최근 임명된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정 전 대표가 오랫동안 축구협회 회장을 하면서 쌓은 친분 덕분에 축구협회 거의 대부분이 정몽준 라인으로 통한다.

그 외에도 축구를 통한 언론, 학계, 연예계에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어 무소속이지만 당내 의원들과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축구와 연이 깊은 현대는 FIFA와 장기 파트너 계약을 맺어 2014년까지 공식후원사로 활동한다.

현대차의 월드컵 후원 효과는 '인지도 제고=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공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공식차량 제공 등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메이커 이미지 개선은 물론이고 약 수조원의 광고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유로 2008대회에 최고 등급 공식후원사로 참여한 현대차는 총 114만명이 방문한 경기장 광고와 전 세계 80억명이 지켜본 TV 중계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렸다.

두산-사면되니 IOC 나 몰라라

▲ 두산 박용성 명예회장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도 IOC 위원으로 특별사면을 받은 케이스다.

박 회장은 2006년 7월 분식회계와 횡령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취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유치 활동에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환영했지만 결국 유치에는 실패했고 박 회장은 IOC 워윈직에서 사퇴했다.

스포츠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스포츠 외교에 힘이 돼 달라는 의미에서 사면 대상자에 포함시켰더니 자유의 몸이 되니까 경영 복귀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IOC 위원으로 있었던 이건희 회장에게 의리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자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직접 나서서 이 회장의 사면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12년 동안 지내오던 국제유도연맹(IJF)회장직과 IOC 위원 사퇴로 스포츠계에서도 발을 빼는가 싶더니 2009년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됐다.

박 회장의 감투 욕심은 스포츠계 임원이 지니고 있는 막강한 파워의 반증이라는 시각이다.

▲ 한화 김승연 회장
한화-한결같은 복싱 사랑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입만 열면 복싱 얘기다. 회장단 회의에서나 법정 분쟁사안에 대해 서 복싱에 비유해 설명하고 심지어 차남 보복폭행 사건에서도 ‘복싱하듯 폭행했다’고 진술할 정도로 복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김 회장은 1982년 대한아마복싱연맹회장에 선임되면서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복싱연맹 회장으로 있을 동안 메달 가뭄이었던 복싱계를 부활시켰고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 복싱 전 체급 석권을 엮어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국제복싱발전재단(FBB)의 초대이사장으로 취임돼 개발도상국 복싱 발전을 위한 후원자로 나선다.

또한 비인기종목인 사격에 투자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2002년부터 갤러리아 사격단을 운영하며 김 정 상근고문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으로 있는 동안 50억원을 지원했다.

한화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사격에 관심이 집중되자 그룹 이미지를 높이는 호재라며 반겼다.

한편 김 회장은 2007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IOC 위원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당시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은 출국 중이었고 박용성 회장은 횡령혐의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 사이 김 회장이 그리스·영국·미국 등을 돌며 활발하게 유치 활동을 펼치자 IOC 위원직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SK-제 2의 ‘우생순’ 꿈꾸나

▲ SK 최태원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우생순’ 신화를 이끈 핸드볼에 관심을 가졌다.

최 회장은 2008년 12월 핸드볼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핸드볼 경기장 건설은 현재 올림픽 공원 펜싱 경기장을 리모델링으로 실현중이다.

공사비용 300억원은 SK그룹에서 지원하고 10년간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갖는다.

또한 세계 주니어 여자선수권대회도 유치하고 세계핸드볼협회 주요 심판들을 초청하는 등 핸드볼의 외교력 강화에도 힘썼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최 회장이 국제무대 인지도를 강화하고 SK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에 지원하는 이유는 인기 종목에 비해 만들어 내는 감동이 크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 재고에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일찌감치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점치고 올림픽 개막 전에 TV 광고를 제작했다.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획득 직후 연이어 방영된 SK텔레콤 광고의 순간 시청률은 무려 47%에 달했고 이 광고 한편으로 SK는 올림픽 마케팅의 승자로 떠올랐다.

이 광고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효과를 톡톡히 누렸을 것이란 평가다.

▲ LG 구본무 회장
LG-글로벌 마케팅 ‘부스터 온’

LG는 1997년 이후 전 세계 지역별로 인기 있는 종목들을 선정, 현지밀착형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 마케팅이 봇물 터지듯 했다.

2008년부터 세계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에 글로벌 스폰서로 5년간 대회를 후원한다. 

LG전자는 대회를 TV로 중계할 때 로고를 독점적으로 노출하고, 경기 영상물을 제품광고나 프로모션에 활용할 수 있다.

180여 개국 200여 방송사가 대회를 중계하고 6억명 이상이 시청하게 돼 수천만 달러의 홍보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15년까지 세계 크리켓 대회를 후원한다.

크리켓 대회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영국, 인도, 호주, 남아공, 중동 국가들에서는 올림픽 못지않게 인기가 높다.

 해당 국가들 내에서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스포츠 종목이며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단 지난 2007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풀럼 구단과 맺은 후원계약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LG전자는 3년간 풀럼 구단을 후원하면서 유럽시장에서 LG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효과를 누렸다.

게다가 풀럼이 ‘2010 유로파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결승 진출에 따른 광고 효과는 100억원 이상이 된다는 평가다.

LG전자는 풀럼 후원으로 연간 약 600억원의 광고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전자는 풀럼에 투입했던 투자재원은 현재 후원중인 F1 등의 마케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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