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논의 앞서 근본적 해결 필요한 ‘선 과제’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 현재 남북관계를 이념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강하다.
즉 남북 분단 상황에서 통일문제는 남북한 지역의 영토적 재결합을 의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념대결 및 남북한 각각의 체제유지와 연관된 문제라는 점에서 아킬레스건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통일에 대한 논의가 여느때와는 달리 공감대를 이뤄 논의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통일담론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일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통일이익, 통일 가능성을 논하기 앞서 남과 북의 극복하기 어려운 사상적 이념적 차이를 하나로 묶어 통일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을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이념 모색

통일전문가들은 남북한 이념대립 및 경쟁의 벽을 해소할 수 있는 민족적 기반으로 민족문화의 동질성, 민족성원으로서의 일체감, 역사의 공유 등을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진환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단순히 관념적인 측면에서 통일 이념을 논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산적해 있는 남북관계 여러 현안과 결부시켜 실용적인 통일이념 좌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이념으로서의 한국민족주의는 단순히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인문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문화적 동질성을 넓혀 나가는 문화공동체 형성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통일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미래가 걸린 새로운 통일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남북의 정서적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 이념적 장벽을 제거하는 사회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의 툴에서 벗어나 국가와 민족의 이익이라는 건설적 판단기준으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남북관계를 과거의 감정만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 결국은 민족주의에 기초해야

통일 전문가들은 1972년 7월 4일,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최초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원칙에 입각한 통일원칙을 천명한지 4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사회의 대내외적인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통일원칙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통일 이념을 상정한다면 민족주의 정신과 민족대단결의 정신이 함축된‘우리 민족끼리’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이 형성될 때 통일 동력이 커져 광범위한 파급력을 발할 수 있다.

새로운 통일정책, 이념갈등 극복해야
통일이념, ‘한국민족주의’ 한계 극복

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은 민족주의 가진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위해서는 여전히 민족주의적 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보편주의 관점의 통일이념이 부분적으로 필요한 것에는 공감하지만 남북 간의 상이한 이념 체제를 넘어 통일을 지향해 나아가자면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점이 결국 통일의 가장 중요한 동력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족주의가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자기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사상이라는 측면에서 민족주의 통일론을 본다면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방도를 자기 민족을 중심에 놓고 모색하자는 이념이나 정신을 표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민족주의는 일차적으로 남한사회의 여러 가지 갈등을 해소하는 통합원리로서 민족주의의 틀 내에서 이념적, 정서적 이질감에서 비롯된 다양한 종류의 갈등이 용해됨으로써 국민통합과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남한의 국민적 화합을 위해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비해서 남한의 내부역량을 신장시킨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일 이전에 남북 간 공통기반을 넓히기 위한 점진적 통합방안과 통일 후 남북한의 실질적 통합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통일전문가들은 통일이 민족의 문제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통일문제의 접근에 민족주의적 지향성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서 드러나는 탈민족주의적 성향도 아울러 고려해 민족주의적 접근이 가지는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해야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한 인식 등 대내외적인 변화로 통일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통일론이 민족공동체의 실현 외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통일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민족주의 통일론은 민족공동체 실현이라는 역사적 당위에 의해 그 유용성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기존 통일담론으로 담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편주의 통일론이 새로운 통일담론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분법에서 탈피…“이념 장벽 넘어야”
보편적 가치에 중점 둔 통일논의 필요

서 교수는 무엇보다 대내적으로는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 이행을 성실하게 계속 전개하고 대외적으로는 기여외교와 다자협력을 적극 추진해가는 방향을 보편주의적 통일 이념의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분단 이후 7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분단국가 현실에 안주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통일 이후 초래될 혼란상황과 남한이 수용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한반도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다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통일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북한 사람들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이론 작업이 필요하고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돼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은 “향후 대안적 통일론이 보편주의적 통일론을 중심으로 간다면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에 각각의 항목에 대한 남북 간 컨센서스를 어떻게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인지 각론 전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 김진환 건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김진환 건국대학교 교수 인터뷰
새로운 통일이념, ‘인문주의’ ‘휴머니즘’에서 찾아야

김진환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통일은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민족주의에 기초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민족주의는 통일과 번영된 미래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민족적 통일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민족주의 통일론의 방향이 남북한에 현존하는 부정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타민족에 대해 개방적이면서 평화 지향적이고 방어적인 민족주의가 남북한의 지배적 민족주의여야 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진단과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 학계에서 논의되는 새로운 대안적 통일론은?

학계에서 그 동안 ‘통일의 가치나 이념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정부정책 평가, 문제점을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론’에 대해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있을 뿐이다.

다만 통일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남북한의 정서적 차이와 이념적 갈등은 정해진 특정한 틀에서 이념갈등극복을 위한 새로운 통일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남북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가치관의 차이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공존하는 지혜를 모색해 가는 과정이 더 자연스럽고 부작용이 없다고 본다.

* 과거 통일민족주의를 주장한 김구, 조봉암 선생의 민족자주성을 근거로 한 통일의 당위성을 보완할 ‘민족 대통합’ 사상적 지표가 필요하지 않나?

60년이 넘는 분단의 시간을 거치며 세대가 변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변했다. 단순히 민족주의 측면에서만 통일의 당위성을 내세워 통일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민족주의 틀에서 벗어나 통일 당위성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문제제기가 돼야하고 아울러 통일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족구성원이 분단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통일이 대박을 쳐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는 논리는 쾌락의 측면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분단국가의 사회 구성원들이 직면한 사회, 경제, 역사적 고통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한쪽이 일시적으로 손해를 볼지라도 통일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이러한 통일대의에 자연스럽게 동조하는 것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통일론이고 이것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통일론이라고 본다.

* 이념적 간극을 완화하는데 연방제 통일(국가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나?

사람의 통일과 제도의 통일은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타인의 고통에 동감하고 통일 대의에 동참하는 것은 사람의 통일이다. 이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제도의 통일만 실현된다면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본다.

시스템적인 통일국가 형태는 우선 남북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양측이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그것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남북 주민의 정서적 통일이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즉 단계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보는데 우선 교류와 소통의 단계, 화해협력단계를 거쳐 국가·제도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처음부터 남북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기보다는 남북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국가의 형식의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 수용 가능한 북한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우리 체제와 융합 통합하는 방안은?

‘유무상통’, ‘서로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며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현재 남한에서 일반국민이나 학자들이 북한 사회의 장점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종북 좌파로 몰릴 수 있다는 자기검열, 우려가 팽배하다. 하지만 어느 사회나 장단점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제도적 국가적 장애물들이 극복돼야 한다. 남북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향후 통일국가 실현을 위해 국가 제도나 법질서를 재정비하는데 기본적인 원칙을 합의할 수도 있다. 국가보안법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남북이 국가차원이든 개인차원이든 우선 소통을 통해 서로 융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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