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적자 탈출…“아직 판단 이르다” 지적도

▲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중흠 사장이 올 1분기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 들며 주목을 받고 있다. 부임 이후 3분기 연속 ‘흑자’ 성적을 거둔 가운데 지난해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와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천명하며 ‘실적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반면 아직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른 시점이며 오히려 성장 가능성 측면으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엔지니어링의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 업체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077억원으로 전년동기 3085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 했다.

306억원이었던 전분기에 비하면 151.6% 급증한 액수다. 당기순이익 역시 49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탈출에 성공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280억원이라는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7087억원에 달하며 적자전환 됐다.

이를 두고 지난해 9월 17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중흠 사장의 ‘구원등판’이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지난해 전체로 보면 적자였지만 박 사장의 사실상 첫 성적표였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2억원과 당기순이익 89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 이래 지금까지 3분기 연속 ‘플러스’ 실적 달성에 성공한 까닭이다.

지난해 1조 영업손실서 탈출…3분기 연속 흑자
박중흠 사장,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성적 개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마음도 돌아서는 분위기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 7만1800원을 기록하며 6만8100원이었던 연초(1월 2일) 대비 5.4% 뛰어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은 2조7240억원에서 2조8720억원으로 1480억원 불었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이 당사 추정치를 상회했고 이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이 정상적인 실적 추세로 진입함을 의미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10만7000원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좋지 않았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전사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 점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올해 이같은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안전’, 시너지 효과

박 사장은 실적 개선과 함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해 실적 악화와 더불어 삼성정밀화학 내 SMP(폴리실리콘 생산법인)사의 신축 공사장 물탱크 파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기석 전 사장이 경질된 아픔을 겪었던 만큼 이제는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박 사장은 매달 1~2회씩 직접 주요 현장을 방문해 안전경영 철학을 임직원에게 전달하고 안전의식 강화 및 재해 예방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환경수처리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흥과 아산, 인천, 천안, 화성 등 국내 주요현장에서 지난 5~6월 3회의 교육을 진행했고 이번달에도 1회 직접 교육을 진행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정신 무장을 강조한다. 당장 실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부터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박 사장의 안전교육은 ‘특별 수업’이다. 직원들이 의무로 이수해야 하는 안전교육과는 별개로 따로 시간을 만든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직원들 앞에 선 박 사장은 “과거에는 압축성장 기조 속에서 안전이 외면당했지만 더 이상 안전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며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3초 룰(Rule)’을 가장 강조한다. ‘1초 동안은 위를 확인, 1초 동안 주변을 확인, 1초 동안 아래를 확인해야 한다’며 안전생활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직원들의 생활 속 안전 의식 강화를 당부해왔다.

해외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매달 평균 일주일 꼴로 직접 해외 사업장 현장을 방문하는 박 사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현장 근로자 및 임직원들에게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매달 직접 글을 올리는 사내 CEO블로그를 통해서도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지 않는다.

지난 3월 블로그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한 ‘안전메시지’에서 박 사장은 안전이란 ‘Cost’는 있으나 ‘Limit’는 없는 것이라며 안전에 이용할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실제로 박 사장은 취임 후 안전환경팀을 안전환경실로 격상하고 기존 5개 파트에서 6개 파트로 부문을 확대해 사내 안전관리 업무 전문화 작업에 나섰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국내외 전 사업장이 참석하는 안전정보 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사업장 및 국내 사업장에서 연이어 무재해를 달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 강조가 실적 개선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아직 판단 이르다”

반면 흑자 기조가 이어진지 3분기에 불과하다며 아직 물음표를 지우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매출 감소를 두고 향후 성장성 측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조41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또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지난 1월 제시했던 영업이익 2500억원과 신규수주 9조원의 올해 영업실적 목표치를 각각 1700억원, 8조원으로 수정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선이 남아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3분기 연속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적어도 2015년까지는 외형 성장이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데는 종료단계에 진입한 이라크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3개 현장에서 총 280억원의 일회성 준공정산이익으로 이익개선 효과가 발생했고 수익성이 양호한 계열사 공사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전이익은 외화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에 비해 저조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실적을 저점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아직 확인이 필요한 부분들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올 3분기에만 계약금액 기준으로 6조9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집중적으로 완공될 예정인데다 ▲공기 지연에 따른 원가 보상을 협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프로젝트 협상 결과 ▲주기기 요건 변경 등에 따른 설계 변경과 이에 따른 공사원가 변동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사우디 얀부 발전 프로젝트 협상 결과 ▲UAE 카본블랙 프로젝트의 공사 진행 흐름 등의 해결 여부가 관건이라는 판단이다.

“안전 문제 뿌리 뽑겠다”…‘3초 룰’ 강조
섣부른 판단 금물…“2016년 돼야 정상화”

올해 수주 목표치를 하향조정한 것은 상반기 5조2000억원의 신규수주를 이미 확보했지만 무리한 외형 성장을 지양하고 아직 남은 해외 적자현장들의 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영업이익 목표 하향은 원화 강세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해외사업 비중이 가장 큰데다 연간 예상환율을 1100억원으로 높게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지속할 전망으로 정상화 시점은 2016년 이후가 예상된다”며 “원가율 100% 이상인 사우디 샤이바 완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얀부 발전의 개정 제안서가 발주처에 8월 제출될 예정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적자사업인 UAE 카본블랙의 공사 본격화 등을 고려했을 때 이익 개선폭은 2015년까지는 더딜 전망”이라며 “이익 가시화는 ‘FEED(기본설계) 수주 후 EPC 전환’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 진출 여부에 달렸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그룹공사 물량으로 ‘실적쇼크’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해외 저마진 현장의 영향은 2015년 상반기까지 지속돼 이익개선이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열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2년간 신규수주를 감안할 때 내년까지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공격적인 외형 확장보다 본질적인 체질개선 과정에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저수익 현장의 준공시점에 분기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출 감소는 지난해에 비해 신규수주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양적 팽창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속도 조정’ 기간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