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두 계열사가 최근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박삼구 회장이 주축이 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산정보서비스 계열사인 아시아나IDT가 동생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인력을 빼가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소송은 박찬구 회장이 앞서 금호석유화학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경영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석상에서 발표한 한 가운데 빚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경영권 다툼 이후 앙숙으로 돌변한 금호가 형제간의 싸움이 2차전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오른쪽) / 사진=뉴시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아시아나IDT, 금호석유화학에 “인력 빼가지말라” 소송
2009년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악화된 감정싸움 연장선?

지난 2월 17일 아시아나IDT는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자사의 인력을 빼가지 말라는 내용을 골자로 서울중앙지법에 채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시아나IDT는 이날 제기한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IDT 파견인력 36명 가운데 23명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고의적인 인력 빼돌리기?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아시아나IDT는 지난 2008년 1월 금호석유화학 측에 향후 5년간 전산시스템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고 직원 36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측이 계약기간 만료 전인 지난해 12월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아시아나IDT는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후 지난 1월 온라인 구인정보사이트를 통해 정보기술(IT)분야 경력사원을 공개채용 한다는 모집광고를 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부터 이달까지 아시아나IDT가 금호석유 측에 파견했던 직원 36명 중 23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아시아나IDT는 해당 직원들이 사직서를 내기도 전에 이미 금호석유에 채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는 ‘인력 빼돌리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인력 빼돌리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인원들은 공개채용을 통해 정당한 절차를 밟은 뒤 채용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사측이 그룹과의 분리노선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정보가 외부로 공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산시스템 운용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어디까지나 이러한 실무적인 차원에서 지난 달 공개채용을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시아나IDT가 파견한 직원들 중 일부가 이 공고를 본 후에 회사를 사직한 뒤 정당한 절차를 밟아 채용됐다”며 “때문에 해당 직원들이 아시아나IDT를 사직하기도 전에 이미 금호석유화학에 채용되어 있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소송을 당한 입장”이라며 “아시아나IDT의 주장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너 형제간의 끝나지 않은 싸움?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소송은 금호석유화학이 그룹과의 분리경영을 추진하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기에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2월 9일 전남 여수 고무 제2공장 준공식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아지고 있어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분리경영에 대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2월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박인천 창업주의 2남인 고(故)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 상무보가,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하도록 합의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분리를 위한 수순을 밟아왔는데 일례로 금호타이어의 지분 47%를 갖고 있었으나 100분의 1감자를 통해 현재 1.53%로 지분율을 줄였고, 향후 그룹CI도 바꿀 계획이다. 이미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CI인 빨간 날개가 없는 명함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찬구 회장이 독자노선을 선택한 데에는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9년 두 사람은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극심한 다툼을 벌이며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일명 ‘형제의 난’으로 인해 박찬구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채권단과의 협약에 따라 분리경영의 수순을 밟아왔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가족끼리 화해했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 없이 “과거 이야기”라고만 에둘러 표현해 두 회장이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주로 대립관계에 있는 업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력 소송전을 벌인 것이기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전의 본질은 두 형제간의 감정싸움이 2차전으로 접어든 것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론 오너일가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금호가 형제간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찬구 회장의 분리경영 공개발언 직후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잇달아 처분했기 때문이다.

박세창 전무는 지난 2월 16일~22일간 금호석유화학 주식 1.42%를 처분했으며, 향후 박삼구 회장도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세창 전무의 주식매각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갚기 위한 것으로 박찬구 회장의 분리경영 발표와는 상관없다”며 “박삼구 회장도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사실무근이며 아직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시아나IDT와 금호석유화학간의 소송전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진행된 일”이라며 “오너일가간의 갈등은 이미 해소되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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