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경천동지할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최근 검찰은 국내 중견그룹 회장의 맏며느리를 전격 기소했다.

그녀의 혐의는 정보통신망 침해와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녀는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남편을 위해 시동생 측을 흠집 내려고 공작을 꾸미다 덜미가 잡혔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욕망어린 경영권 쟁탈전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 경남 밀양에 위치한 한국화이바그룹 본사

경영권 차지하기 위한 형제간 지분 싸움에 아버지 눈밖에 난 장남
남편을 위한 아내의 어긋난 사랑…시동생 불륜관계 캐내려다 덜미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석)는 한국화이바그룹 조용준(87․한국화이바 회장) 회장의 맏며느리 이명화씨(48․한국카본 부사장)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화이바그룹은 1972년 설립, 경남 밀양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리섬유와 첨단 복합 소재 개발을 주 사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1978년에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우리나라 복합재료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해왔다.

현재 한국카본을 비롯한 한국신소재 등 총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한국화이바 매출액만 1억 7천억에 달할 정도로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그룹이다. 

경영권 둘러싼 아버지와 장남의 골

▲ 한국화이바 조용준 회장

이런 촉망받는 재벌그룹의 맏며느리는 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을까. 재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사건의 원흉은 부자간 지분 다툼에서 비롯됐다. 

조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 조문수(53․한국카본 대표이사)와 장녀 조정미, 차남 조계찬(41․한국화이바 사장), 차녀 조정인(48․한국화이바 이사)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장남 문수씨는 자신의 손자 조연호에게 한국카본 지분을 줬다가 아버지 조 회장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승낙없이 지분을 양도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장남을 상대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장남도 뿔이 나 맞고소로 대응했다. 이렇게 되자 아버지와 아들간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급기야 조 회장은 장남이 가지고 있는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 경영권을 빼앗아버렸다.

사실 소송이 있기 이전부터 조 회장과 장남 사이에는 경영이념의 차이로 적잖은 갈등을 빚어왔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장남의 경영권을 거둬들인 후 곧바로 차남 계찬씨와 차녀 정인씨를 이사로 등재시켰다. 이들 모두 장남 문수씨에게는 적군이었던 셈.

한국신소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그간의 복잡한 집안 사정을 여실히 대변해주고 있다.

2004년 취임한 문수씨는 2009년 11월 17일 돌연 해임되고 같은 날 조 회장과 계찬씨가 취임했고 또다시 3일만에 두 사람이 해임되고 동일 날짜에 장남과 그의 아내 이명화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볼 때 경영권을 놓고 서로간 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수씨의 아내이자 한국카본 부사장인 명화씨는 남편이 경영권 쟁탈전에 밀린다고 판단, 묘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 한국카본 조문수 대표

며느리의 뒤틀린 욕망 

명화씨는 시동생인 계찬씨에 경영권이 넘어갈 것을 염려한 나머지 꾀를 냈다.

계찬씨의 아내 박모씨와 정인씨의 남편 이모씨의 불륜 관계를 등을 몰래 캐내, 시아버지인 조 회장에게 고자질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에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모 회계법인 사무장 백모씨에게 부탁을 했고, 백씨는 다시 심부름센터 김모씨에게 의뢰하여 박씨와 이씨의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게 했다.

이렇게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그는 이씨가 가입한 사이트 21개, 박씨가 가입한 사이트 4개에 무단 접속해 불륜 증거를 확보하는데 애썼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서울 연희동 하나은행 지점의 자신의 거래 담당 직원이었던 원모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그는 원씨로부터 조 회장 내외와 계찬씨 내외, 정인씨 내외에 대한 예금 잔액과 가입한 금융상품 등 금융거래정보를 요구, 무려 17차례에 걸쳐 제공받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명화씨의 범행은 일 처리가 미흡하다며 환불을 요구받은 심부름센터 대표 김씨가 의뢰대상이었던 정인씨측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맏며느리의 불법행위 사실을 전해들은 조 회장은 대노했다. 그 즉시 장남과 며느리를 상대로 고소했다.
 
감찰은 인터넷 개인정보를 유출한 심부름센터 대표 김씨와 세무회계법인 사무장 백 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명의자 동의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넘긴 하나은행 직원 원씨에 대해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장남 문수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여하튼 이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는 무수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욕망의 불꽃’을 실제로 보는 것 같다며 재벌가의 뒤틀린 욕망에 대해 비난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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