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론, 관피아 척결 남의나라 얘기?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일각에서는 버젓이 관피아 임원들이 활개를 치고 자리보전을 위한 꼼수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식회사 강원랜드는 석탄산업 사양화에 따른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관광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1998년 6월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공공기관이지만 사장을 비롯한 등기이사와 집행임원, 감사위원들이 특정 정부부처에서 내려온 관피아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특정 정부부처 관료들이 강원랜드의 주요 임원 자리를 독식하다보니 방만 경영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치열한 관피아 밥그릇 지키기

22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5시 돌연 이사회 안건을 변경하고 차기 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경영 안정을 위해 두 본부장의 임기를 무기한 연장하는 내용을 주요골자로 한 변경안이 16일 11시 제127차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됐다.

당초 계획은 현재 대표직무대행인 김시성 경영지원분부장과 양홍석 카지노본부장의 임기가 오는 24일 종료됨에 따라 16일 이사회를 통해 경영지원본부장의 후임 대표 직무대행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서열상 최동열 전략기획본부장이 16일부터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돼 차기 대표가 선임되는 시기까지 최소 2개월 이상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는 24일 임기가 종료되는 경영지원본부장과 카지노본부장이 연임되지 못하고 강원랜드를 떠나게 되면 강원랜드는 사장과 부사장 및 경영지원본부장, 카지노본부장 등의 공석이 초래되는 사상 초유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강원랜드 설립 이후 경영지원본부장 외에 서열 4번째의 전략기획본부장에게 대표 직무대행을 맡기는 것은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과 양홍석 카지노본부장 등 두 본부장의 연임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이에대해 “24일 임기가 종료되는 강원랜드 두 본부장의 밥그릇 지키기 위한 꼼수”라며 “최근 정부의 관피아 근절 방침을 무시하고 버젓이 관피아들의 자리를 지켜주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부장의 연임이나 새로운 본부장 임명은 사장의 고유권한이므로 차기 사장이 선임된 후 결정할 문제이지 지금 이사회가 개입해선 안 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강원랜드 임원들을 관피아로 칭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98년 강원랜드 설립이후 줄곧 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했고 특히 경영지원지원 본부장은 산업부 출신의 관료가, 카지노본부장은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출신 관료가 독식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지금 강원랜드에서 문제되고 있는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 역시 산업부 출신이고 양홍석 카지노본부장은 문화부 출신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강원랜드 홍보실 측은 “이사회 의결사항은 이들 본부장 임기를 연임하거나 무기한으로 연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차기 사장이 선임될 때 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 측의 주장대로 24일 두 본부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사장, 부사장에 이어 핵심 본부장 2명까지 공석인 사태가 벌어져 경영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이사회 의결로 한시적으로 경영지원본부장과 카지노본부장의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기 사장이 언제 선임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명확한 연장 기간도 설정하지도 않고 한시적 연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관피아 임기 연장 꼼수 논란은 계속 진행 중이다.

철옹성 관피아, 강원랜드 부실의 시발점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관피아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로 카지노사업 경영 지식이 없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정부 부처 관료들이 대거 낙하산 인사로 투입돼 요직을 꿰차고 있기 때문에 적자 실적을 면치 못하고 부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강원랜드는 광해관리공단이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산자부 소속인 광해관리공단이 강원랜드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등기이사를 주총에서 선임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광해관리공단의 상급기관인 산자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산자부가 강원랜드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어떤 형식으로든 가능하다는 것이 강원랜드 직원들의 전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관피아 낙하산 인사다.

강원랜드 노조에 따르면 상임이사와 상임감사, 본부장 등 임원 28명 중 75%인 21명이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정치권 등의 관료 출신으로 역대 사장 7명 중 6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문제는 이들이 주요 요직에 자신이 근무했던 해당 정부부처 인사들을 배치해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고 기관을 좌지우지해 방만 경영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로 붉어진 것은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이 직무대행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5일 보직인사변경을 단행한 사건이다. 보직인사 발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차기 사장이 임명된 후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시성 본부장이 무리하게 산업부 출신들을 등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수훈 위원장은 산업부 국장 출신으로 감사위원장 직위를, 박병천 이사는 현직 산업자원부 석탄과장으로 사외이사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상법은 회사의 업무감독과 이사의 전횡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법인에 법정필요상 상설기관인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강원랜드도 사외이사 중 3명의 감사위원을 선정해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문제는 내부적 자정 역할을 해야 할 감사위원회 위원장이 산업부 관료출신으로 회사를 감시감독하고 이사들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일례로 16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김호범 사외이사가 “본부장급 집행임원 선임은 이사회의 결정사항이 아닌 사장이 임명권자이기 때문에 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집행임원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박수훈 감사위원장은 “공공기관 법률에 위배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서 집행임원을 임명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사회는 산업부 출신의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과 양홍석 카지노본부장의 임기를 차기사장 선임될 때까지 연장했다”며 “본부장 선임이나 보직인사 발령은 차기 사장이 임명된 후에 진행 돼야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권한대행 체제하에서 관피아들의 자리보전 행태가 자행되고 이를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강원랜드 홍보실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강원랜드 노조측은 “조직도상 대표이사와 동일선상에서 기관을 감시, 감독해야하는 감사위원장과 대표이사 직무대행자 역시 같은 산업부 출신인데 내부 감시 감독이 이뤄질리 만무하고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와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예산편성권을 가진 경영지원본부장 마저 산업부 출신이니 부실한 경영실적은 예정된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내홍…막장 스토리

강원랜드는 현재 사장과 부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 2월 최흥집(62) 전 사장 강원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며 사임한 이후 5개월째 사장은 공석인 상태다. 최 전 사장의 사임 후 김성원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수행했지만 임기를 3개월 남기고 지난 4월 11일 돌연 사임했다.

김 전 부사장의 사임하게 된 내막은 이러하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주요 공공기관 수익금 집행 및 관리실태를 감사한 감사원은 태백 오투리조트의 극심한 자금난을 알면서도 자금 지원에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150억원을 지원한 것에 대해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지난 3월, 김 전 부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따라 강원랜드는 지난 3월 21일 해임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이사회가 무산되는 바람에 사임의 형식으로 김 전 부사장이 물러났고 현재까지 사장·부사장 모두 공석인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랜드는 부사장과 사장을 7월까지 선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내부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부사장 공모에서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과 전인혁 리조트본부장이 응모했다. 이사회는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의결했지만 노조측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10일에도 부사장 공모가 있었지만 전인혁 리조트 본부장만 응모한 상태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에서 마땅한 인물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공모 역시 단순한 요식행위일 뿐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편 강원랜드 관계자는 “차기 사장 공모일정은 아직 미정인 상태이지만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공모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사회가 개최된 후 신임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2개월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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