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KB금융…은행·카드사 임직원 무더기 징계

▲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한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 발 ‘중징계 폭풍’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최근 KB금융 내에서 발생한 임원들간의 갈등을 두고 금감원이 적극 개입하는 가운데 고객정보 유출과 KT ENS 불법대출 사건, 불법계좌 조회, 도쿄지접 비리 등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금융권 내 사건사고에 대한 징계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해와 올해 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한 징계를 올 상반기까지 모두 마무리하라고 지시하면서 금융당국의 압박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관치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KB금융 내분과 각종 금융사고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카드 사태와 도쿄지점 비리에 책임이 있는 국민은행 전·현직 임원과 더불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사외이사와 감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KB금융그룹은 두 수장이 중징계 대상에 오른 데 따라 현재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등 그룹전반의 경영전략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국민은행의 모든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 제재 대상자들에게 징계 수위를 사전 통보했다”며 “당사자의 소명을 거쳐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개별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보면 경징계 대상이나 각종 사고를 병합하면 징계수위의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의 사전 통보는 일단 세부적인 제재 양형까지는 명기하지 않은 채 중징계 또는 경징계로만 분류해 전달됐다. 중징계로 사전 통보되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 경고 등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와 업무집행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등이 있으며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임원은 감독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 기간 임원선임 자격 제한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책경고는 사실상 현직을 떠나라는 인사통보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경징계(기관경고)를 받았다. KB금융지주가 중징계는 피함으로써 최근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에는 계속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보험업법상 기관경고를 받는 보험사는 동종 보험사의 인수가 어렵지만 금융지주는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그렇다 해도 일정부분 불이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징계와 관련해 “당국이 도쿄지점이나 카드 정보 유출, KB 내분까지 중요한 건에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걸려 있어 중징계를 내리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사유는 우선 1억여건의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 부분이다.

국민카드에서 5000여만건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가면서 분사 당시 넘어간 1000여만건의 국민은행 고객 정보도 유출된 데 따른 것이다.

임 회장은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된 2013년 6월 당시 KB금융지주 사장으로 고객정보관리인이었고 국민카드 분사 추진도 총괄했다. 카드사 분사에 따른 은행 고객 정보 이용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명확한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건호 행장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 사건으로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실이 불거진 기간에 리스크 담당 부행장을 역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문제의 책임에서 이건호 당시 부행장이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임영록 KB지주 회장·이건호 은행장, 중징계 통보
사외이사·감사도 제재…KB지주·은행 기관경고

당시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등은 2007년 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거나 담보 가치를 부풀려 잡는 등의 수법으로 5500여억원의 대출을 부당하게 내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국민은행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놓고 임 회장과 이 행장 측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KB금융의 내부통제시스템에 허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5일 관련 특검을 끝냈다. 검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혐의는 찾지 못했지만 수뇌부의 내부 통제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과 이 회장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 연루된 사외이사들과 KB금융지주 관련 임직원, 정병기 감사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측은 두 수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에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의 통보내용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아직 징계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착실히 소명을 준비해 오해가 있는 부분은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달 중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불가피해 당분간 양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장도 추가제재…은행권 초비상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가운데 이번에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추가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김종준 행장은 이미 문책 경고를 받아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다음달 징계가 더해지면 자리보전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임직원도 줄징계가 예고된 가운데 서진원 신한은행장과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금융당국의 칼날을 피해갔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 종합검사와 KT ENS 관련 부실 대출 및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재를 한다.

하나은행 종합 검사 결과, 최고경영자의 책임까지 물을만한 내용은 없지만 KT ENS 관련 건은 김종준 행장까지 책임 소지가 있는 정황이 발견돼 적어도 주의적 경고 등 경징계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KT ENS 부실 대출 및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검사를 2주전에 마친 뒤 이번달 말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려고 했으나 김 행장 추가 제재 등 민감한 사안이 걸려있어 다음달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KT의 소규모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6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했다. 이런 거액이 확인 절차 없이 대출된 데 대해선 하나은행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 사건으로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 급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대해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KT ENS 관련 제재에서 하나은행의 경우 문제가 크기 때문에 김 행장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장 추가제재 임박…은행권 초비상
26일 제재심의위원회…금융권 수뇌부 ‘칼바람’

금감원은 앞선 4월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김 행장이 당시 사장으로 있던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바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와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당하는 셈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김 행장의 제재 내역을 조기에 공개하면서 중징계에 따른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으나 김 행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달 김 행장이 KT ENS 건으로 또다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최고경영자로선 내부 통제에 적지 않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제재를 연달아 받고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와 경징계를 떠나 최고경영자가 제재를 연속으로 받는다는 것은 조직을 이끄는 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제재를 받는 가운데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신한은행은 불법 계좌 조회로 제재를 받는다. 금감원은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 혐의와 관련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가 조회한 150만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내부 직원이 가족 계좌를 수백건씩 무단 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양재동 복합물류개발 프로젝트인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 판매 과정에서 기초 서류 미비 등이 적발돼 징계를 받는다.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일부 기초 서류가 미흡해 고객의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제재 건은 모두 관련 담당자들을 문책할 예정으로 최고경영자가 책임질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거세지는 칼바람…금융권, “나 떨고 있니”

이같은 무더기 징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칼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 금감원장이 최근 법규에 따라 관용 없이 엄정하게 제재를 하라고 주문하면서 금융권 전체가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카드, 농협은행, 롯데카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에 제재 수위를 사전 통보·고지했다.
 

제재 대상 전·현직 임직원만 200명대 초반으로 이 가운데 50여명이 중징계 대상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파문을 일으킨 금융 사고를 모두 모아 이달 말에 제재를 결정하다 보니 대상자가 200명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많아졌다”며 “사안이 중요해 중징계 대상자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한 징계를 올해 상반기까지 엄정하게 마무리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중징계로 사전 통보했으나 당사자의 적극적인 소명과 물밑 로비로 경징계가 결정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 내부의 기류로 미뤄 사전 통보한 중징계가 심의 결과 경징계로 바뀌는 사례는 드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분히 검사 내용을 검토해 사전 통보한 내용으로, 원칙대로 제재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 외에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과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등 전직 금융사 CEO도 무더기로 중징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하영구 회장은 경징계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렇게 징계를 받는 전·현직 CEO만 10여명이다.

단일 기관으로는 KB금융이 120여명으로 징계 대상자가 가장 많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채권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으로 사전 징계가 통보된 임직원만 95명 정도다.

전산시스템 변경 계획 과정에 연루된 김재열 KB금융 전산담당 전무(CIO)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은 업무집행 정지 통보를 받아 교체가 유력하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불법 계좌 조회로,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사업’의 신탁상품 불완전 판매로 징계를 받는다.

이번 징계 결정은 매월 두 차례 열리는 금감원의 제재 심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다. 제재 대상에 CEO가 대거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다.

과거 CEO가 포함된 대규모 제재는 ‘신한 사태’로 라응찬(2010년 업무 정지)과 신상훈(2009년 주의적 경고), 이백순(2013년 주의적 경고) 등 역대 신한은행장 3명이 제재를 받은 정도다.

정보 유출 카드 3사의 경우 대거 중징계가 내려진다.

1억여건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국민카드와 농협은행, 롯데카드의 경우 사고 당시와 연루된 전직 대표이사 및 전산담당 임원은 모두 해임 권고 처분을 통보받았다. 여기는 5년간 금융권에서 활동을 못한다는 단서까지 달렸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 대부분에게도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사전 통보됐다. 제재 대상은 정보 유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카드가 가장 많다.

이 대형 사고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국민카드 고객 5300만명, 농협카드 2500만명, 롯데카드 2600만명 등 1억400만명의 인적사항을 빼돌려 일부를 팔아넘겼다가 1월 적발되면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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