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JB금융 주총서 얼라인 주주제안 표 대결…얼라인 승기 쉽지 않을 듯

사진=JB금융지주
사진=JB금융지주

오는 30일 JB금융지주(이하 JB금융)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열리는 가운데, JB금융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대한 표대결이 관심을 끈다.

얼라인은 JB금융에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900원’과 함께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했는데, JB금융 이사회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JB금융은 당초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715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반대하며 JB금융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구, 얼라인 주주제안에 ‘반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자문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지난 16일 JB금융 주총과 관련해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반대’를 결정했다. JB금융의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715원’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자문위는 “회사의 배당성향이 매년 3%p 내외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사회 배당안에 따라서 2022년 말 업종 최고 수준의 배당수익률임을 고려할 때 회사가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회사의 총자산 평균 위험가중치를 감안할 때 손실흡수능력을 위한 충분한 자본 기반이 필요함에 따라 예측가능한 범위를 이탈한 주주제안 배당은 회사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JB금융 이사회는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도 있으며, 주주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J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010억원으로, 4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효율적인 자본배치 전략을 통해 위험가중자산수익률(RORWA) 중심의 질적 성장을 추구한 결과 배당 원천이 되는 순이익 성장세를 이끌어 주주환원율을 제고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6년간 JB금융의 주당순이익(EPS) 연평균 성장률은 업종 평군의 2배가 넘는 21%를 기록하고 있다”며 “업종 평균의 4배가 넘는 연평균 5.3%의 주당배당금(DPS) 성장률을 통해 올해도 업종 최고 수준인 10.6%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문위는 얼라인의 또다른 주주제안인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자문위는 “회사는 충분한 주주환원정책을 수행 중이므로 제안의 논거가 부족하다”면서 “후보자의 이사회 합류는 회사 중장기 경영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이사회 증원 필요성도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e Shareholder Services)도 얼라인의 JB금융에 대한 주주제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나친 배당 확대는 오히려 주주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JB금융은 지난달 9일 2022년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목표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을 13%로 정하고, 이를 12~13% 수준으로 관리하되, 12%를 넘으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그룹의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은 향후 3년간 매년 연평균 7~8% 수준으로 관리함을 원칙으로 하다는 내용의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얼라인은 RWA 성장률을 연평균 5% 이하로 낮춰 배당 확대를 요구했지만, JB금융은 순이익 급감 등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ISS는 또 JB금융의 목표한 CET1비율 12~13%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한국의 다른 금융지주 목표치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얼라인은 나머지 6개 금융지주에는 주주제안을 철회했으면서 JB금융에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얼라인이 추천한 김기석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JB금융 추천 인사인 유관우, 성제환, 이상복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냈다.

또 다른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주주가 재무전략에 대한 이사회의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며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반대했다. JB금융의 배당성향(27%)에 대해서도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25.5%였다.

◆금융硏 “급격한 주주환원율 상승,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급격한 주주환원율 상승이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지난 18일 한국금융연구원(이하 금융연)은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 정책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주주환원율이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면 기존 채권자의 부를 주주에게 이전하는 효과가 있는데, 은행지주 채권자의 상당수는 일반 국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은행은 부실화 시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가 금융지원 정책의 영향으로 아직 수면 위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데다, 고금리 지속 및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주주환원 제고의 지시점이 지금이어야 하는지, 특정 주주환원 방식에 확약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바람직한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지주는 장기적인 자본계획 하에 주주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금융당국은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이 적절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지도록 선진 자본규제의 도입 및 기도입 자본규제의 실효성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확대…얼라인, 표 대결 쉽지 않을 듯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들이 JB금융의 손을 들어준 것은 실리콘밸리뱅크(SVB)·시그니처뱅크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보다 손실흡수능력 확대 등 건전성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은 보고서에서 “최근 SVB의 파산에서 보듯이 예상하지 못한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 주주환원율도 이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JB금융 주총에서 얼라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기준 J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32.89%. 국내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고, 저평가 상황 속에서도 배당수익률이 10%에 이른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JB금융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최대 주주인 삼양사(14.61%)와 얼라인(14.04%)의 지분 차이가 0.57%p에 불과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힘을 받지 못하면 얼라인이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당국이 금융사에 대해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건전성 강화룰 주문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공단(4대 주주, 8.21%)도 JB금융 측에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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