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변치 않는 가치, 분양면적은 예외?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롯데건설이 분양면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울산 성남동에 시공한 주상복합아파트 롯데캐슬스카이의 실제면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건물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따라 건설됐는데 주택법은 실제면적을 실내를 기준으로 하지만 건축법은 외벽까지 포함해 적용한다. 회사 측은 분양당시 입주민들에게 건축법으로 시공됐음을 언급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에게 주택법과 건축법의 차이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아 분양면적을 고의적으로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면적산정기준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분양 해
가구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보상액...비슷한 소송 잇따를 듯

롯데건설이 고민거리가 생겼다. 울산 롯데캐슬스카이 입주민 30여명과의 ‘매매대금 반환소송’에서 최근 패소한 것이다.

입주민들은 자신들이 예상한 면적보다 전용면적이 작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분양면적 부풀리기’를 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소송 이유였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방법원은 입주민들의 주장이 타당하다며 입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거대하지만 작은 주상복합아파트

울산시 성남동에 위치한 울산롯데캐슬스카이는 롯데건설이 ‘언제나 변치 않는 가치’를 표방하며 건설한 주상복합아파트이다.

지상 41층(지하 6층)에 달하는 초고층으로 181㎡, 198㎡, 304㎡ 크기의 132세대가 분양됐다.

울산 전역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실내장식도 대형전동 스크린, DVD시스템, 오디오 시스템, 스피커, 프로젝터 등 AV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다.

아파트 앞으로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도 흐르고 주변시설도 좋아 3.3㎡당 1천만원에 이르는 거액에 분양됐다.

이처럼 웅장한 외관과 고품격 실내인테리어로 건설된 롯데캐슬스카이에 소송이 걸린 이유는 롯데건설이 건축법을 기준으로 분양면적을 산정한데 있다.

외벽까지 분양면적에 포함한 것이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준주거지역이거나 상업지역이면서 300세대 이하로 건설되면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다. 롯데캐슬스카이는 상업지역에 포함돼있어 건축법으로 시공허가가 났다.

하지만 입주민들에 제공된 관련정보는 없었다. 소송에 참여한 한 입주민은 “주택법과 관련된 안내는 아파트 보수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고 분양사무소의 설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기존 주택보다 큰 면적으로 입주했지만 방 개수는 줄어든 입주민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입주민 35명이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한 입주자는 “분양면적이 작아 입주민들이 피해를 봤고 롯데건설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건축법에 따라 시공했고 정당하게 허가를 받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당하게 허가받은 시공사와 안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입주민 중 어느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소송을 담당한 울산지법 제7민사단독은 지난 19일 “전용면적과 건축면적은 구별되는 개념인 만큼 건축법 시행령의 면적 등 산정방법을 이 사건 아파트의 가구별 전용면적 산정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동주택은 외벽의 내부선(순수 내부 면적인 안목치수)을 기준으로 전용면적을 산정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 아파트의 전용면적도 안목치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롯데건설에게 8백만 원에서 4천만 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롯데건설 ‘엎친 데 덮친 격’

이 소송으로 롯데건설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택을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다름 아닌 전용면적이다.

면적산출에 있어 건축법 혹은 주택법 적용여부는 그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입주민들에게 충분한 고지가 필요했지만 롯데건설측의 안내는 없었다는 게 소송에 참여한 입주민측의 주장이다.

입주민 대표 심모씨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양모집 당시 건축법을 적용했다는 안내만 받았을 뿐 면적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적법한 건축허가를 받았다지만 롯데건설의 도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이유다.

국토해양부의 판단도 같았다. 입주민들은 재작년 9월, 이 문제에 관해 국토해양부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국토해양부는 “허가는 건축법으로 받았더라도 분양모집을 할 때에는 주택법에 기준해 실제면적으로 분양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롯데건설은 경영관리면에서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8번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리조트건설에 참여했다가 시행사의 부도로 506억원 상당의 보증금 채무를 대신 갚기도 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개월만에 소송에서 패소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롯데건설은 재작년 당기순이익(1098억원)의 절반을 보증과 보상금으로 소진하게 됐다. 울산롯데캐슬스카이 이외의 주상복합아파트도 건축법을 기준으로 실제면적이 산정됐다면 보상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률과 시행령에 의해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축법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어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롯데건설과 같은 방식을 따랐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슷한 사례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분양면적 부풀리기’와 관련해 입주민들의 접수를 받고 있는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관계자는 “접수시작 이틀만에 마포 공덕동의 KCC아파트, 남산센트럴자이와 목동자이 등이 문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문의가 온 주상복합아파트들의 총 세대수는 631세대에 달한다. 여기에 이들 건설사들이 시행한 다른 아파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이 제기된다면 롯데건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건설은 항소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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