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총합 16조원, 이자수익 67조원대 예상···4조원대 배당 전망
정부, 건전성 확보 강조···윤 대통령 “은행,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
금융당국,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 추진···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신설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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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4대 금융그룹이 67조원 넘는 이자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순이익 역시 역대 최대인 1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면서 배당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마찰이 예상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67조2771억원으로, 전년(50조6973억원) 대비 32.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작년에만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으로 기준금리는 1년 사이 무려 2.25%p나 상승했다.

이자수익은 KB금융그룹이 19조819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그룹 17조8970억원 ▲하나금융그룹 15조2678억원 ▲우리금융그룹 14조2970억원 순이었다. 2021년 대비 증감폭은 우리금융그룹이 44.5%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그룹 40.5% ▲KB금융그룹 30.3% ▲신한금융그룹 21.5%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예상치 총합은 16조5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조5429억원) 대비 13.5% 늘어난 것으로, 신한금융그룹이 4조88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그룹 4조7524억원 ▲하나금융그룹 3조7169억원 ▲우리금융그룹 3조1458억원이었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21.6% 늘었꼬, KB금융그룹 7.8%, 하나금융그룹이 5.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그룹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배당을 얼마나 늘릴지에 관심이 모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당성향이 줄어 기업가치가 감소한 금융그룹은 그동안 배당성향 확대 등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약속해왔다.

2021년 배당성향을 보면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각각 26%, 신한금융그룹 25.2%, 우리금융그룹 25.3%였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4대 금융그룹의 배당액 총합은 4조228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각 금융그룹은 분기 혹은 중간배당을 결정했고,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많이 번 만큼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주겠다는 것이고, 금융그룹들이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약속한 만큼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주주환원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사회 통제를 받는 경영진의 몫”이라며 “건전성 확보에 여력이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바 있다.

얼핏 보면 각 금융그룹에 자율성을 준 것 같지만, ‘건전성 확보’라는 전제를 붙였다는 점에서 배당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의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지원이 종료되고, 금리 상승으로 대출 부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전성 확충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부실이 금융권에 전이되는 일이 없도록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고,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금융사에 대해 선제적으로 유동성과 자본확충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우리는 과거 위기 시 은행에 대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신설하는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올해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 부동산, 가계대출 등으로 인한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손준비금은 은행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매출채권 중 손해가 예상되는 채권에 대해 미리 비용 처리하는 대손충당금과는 구분되는 것으로, 이것이 금융당국이 쌓으라고 한 돈보다 적을 경우 추가로 쌓아야 하는 돈을 말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손충당금은 비용이기 때문에 은행의 이익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대손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 적립, 즉 비용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회계상 배당 여력을 감소시켜 배당가능이익을 줄인다.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법정준비금(이익준비금+자본준비금), 해당 결산기에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을 뺀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하게 되면 은행은 더 많은 대손준비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별로 3000억~5000억원의 특별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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