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계열사 전문경영인…임원승진까지 19년 소요

[파이낸셜투데이=최천욱‧이원배‧신현호‧부광우‧조나리 기자] 샐러리맨의 꿈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포부를 품고 직장생활에 나섰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치열한 경쟁이 살아 숨 쉬는 정글에서 ‘별(임원 등)’은 고사하고 마지막(정년퇴직)까지 살아남는 것조차 쉽지 않다. 파이낸셜투데이가 10대그룹 50개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이 입사 후 현재의 위치에 오른 기간을 조사했다. 이들 기업의 전문경영인이 샐러리맨신화를 일구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30년. 임원 승진까지는 19년이 걸렸다[편집자주].

26일 본지가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진‧한화그룹 등 국내 10대(2013년 말 자산 기준) 그룹 주요 50개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해당 기업에 입사 후 현재 위치에 오른 시점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년이 소요됐다.

이들이 처음으로 별(임원)을 딴 평균 기간은 19년이었으며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대그룹 50개 계열사 사장의 성별은 남성이 100%를 차지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과 LG, 현대차그룹이 평균 28년으로 승진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어 한화와 GS(29년), SK(30년), 한진(31년), 롯데‧포스코(33년), 현대중공업(34년) 등이 뒤를 이었다.

50개 계열사 사장에 가장 빨리 올라선 인물은 김신연 한화폴리드리머 대표다. 그는 1986년 한화종합화학 차장으로 입사한 후 17년 만인 2003년 계열사 지휘를 받아 14년째 장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의 차남이며 한화그룹 전문경영인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유일한 친인척이다.

이어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20년 만에 계열사 대표에 올라섰다. 신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셋째 딸 윤이씨의 남편이다.

반면 허남석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는 전문경영인까지 39년 가까이 걸린 것으로 조사돼 김신연 한화폴리드리머 대표와 22년의 격차를 보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것은 샐러리맨 ‘신화’라고 불릴 만하다”면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었지만 실적 등 업무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언제 물러날지 모른다는 위기감 등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삼성‧현대차‧LG그룹 승진 기간 빨라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 68억 연봉 킹

삼성…최치준 26년만 성공신화

평균 28년의 기간이 소요된 삼성그룹은 최치준(57) 삼성전기 대표가 26년 만에 계열사 수장에 올라 그룹내 비교 대상 중 가장 빨랐다. 이어 권오현(63) 삼성전자 대표와 최치훈(58) 삼성물산 대표, 김창수(60) 삼성생명 대표가 각각 27년, 28년, 29년 만에 계열사를 이끌게 됐다.

안민수(59) 삼성화재 대표는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31년 만에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신성재(47) 하이스코 사장이 눈에 띈다.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신 사장은 20년 만에 계열사를 대표하게 됐다. 이어 김경배(51) 현대글로비스 대표(23년)와 김위철(60) 현대엔지니어링 대표(30년), 박승하(64) 현대제철 대표(32년), 정수현(63) 현대건설 대표(37년)등이 뒤를 이었다.

SK그룹은 이재환(57) SK인천석유화학 대표가 1985년 유공에 입사한 후 28년 만에 계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하성민(58) SK텔레콤 사장과 차화엽(56) SK종합화학 대표가 29년, 조기행(56) SK건설 대표와 김철(54) SK케미칼 사장이 31년으로 뒤를 이었다.

LG그룹의 경우 박진수(63) LG화학 대표가 23년 만에 전문경영인으로 발돋움해 그룹 내에서 승진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김도현(56) LG엔시스 사장과 이웅범(58) LG이노텍 대표는 각각 27년, 28년 만에 계열사를 이끌게 됐다.

오장수(61) LG하우시스 대표는 1982년 LG화학 입사 후 30년 만에 계열사를 대표하게 됐다. 이밖에 김대훈(59) LG CNS 대표는 31년 만에 계열사 수장 대열에 합류했다.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에서는 마용득(56) 롯데정보통신 사장이 28년 만에 계열사 대표로 발탁돼 그룹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이어 김용수(57) 롯데제과 대표 29년, 송용덕(60) 호텔롯데 사장 34년, 허수영(64) 롯데케미칼 대표 36년, 이인원(73) 롯데쇼핑 사장 38년 등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중공업…‘고진감래’

포스코그룹은 황태현(68) 포스코건설 사장이 단연 돋보였다. 그가 수장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1년에 불과했다. 그룹내 주요 계열사 사장과 비교할 때 최소 6년에서 최장 18년의 격차다.

이밖에 유광재(57) 포스코플랜텍 대표가 27년, 신영권(57) 포스코P&S 사장이 32년, 조뇌하(62)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가 37년이 걸렸다. 허남석(65)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은 39년 만에 전문경영인으로 발돋움했다.

현대중공업은 전문경영인 발탁까지 가장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대표에 이름을 올리는데 평균 34년이 걸렸다.

197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김외현(61) 현대중공업 대표는 38년 만에 수장에 올라섰다. 이어 최원길(65) 현대미포조선 대표(36년)와 하경진(61) 현대삼호중공업 대표(33년), 권오갑(64) 현대오일뱅크 대표(32년), 서태환(60) 하이투자증권 대표(29년) 등이 뒤를 이었다.

GS그룹은 허태수(58) GS샵 대표와 허승조(65) GS리테일 대표가 21년 만에 허진수(62) GS칼텍스 사장은 27년 만에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오너일가와 친인척 관계인 이들은 그룹내 여타 계열사 대표와 비교해 10년 정도 승진 속도가 빨랐다.

이밖에 이완경(61) GS EPS 사장이 30년, 나완배(65) GS에너지 대표가 35년 만에 지휘권을 확보했다.

재계서열 9위 한진그룹은 마원 진에어 대표가 26년, 권오상 한진관광 사장이 30년, 지창훈 대한항공 대표가 33년, 김재건 한국항공 사장은 36년의 세월을 이겨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신연(63) 한화폴리드리머 대표가 17년, 방한홍(62) 한화케미칼 사장이 31년, 김창범(60) 한화L&C 대표와 심경섭(61) 한화화약부문 사장, 홍원기(64) 한화호텔&리조트 대표가 각각 32년 만에 샐러리맨 신화를 일궜다.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여성비율 ‘제로’
평균 나이 60세, 고려대‧서울출신 접수

계열사 대표 임원 입성 19년

입사 후 임원(이사대우·이사·전무 등)이 되는 기간은 10대그룹 평균 19년이었다. GS그룹이 평균 12년으로 가장 빨랐다.

이어 삼성그룹(15년)과 LG그룹(16년), 현대차그룹(18년), 한화그룹(19년), SK‧롯데그룹(20년), 현대중공업‧한진그룹(23년), 포스코그룹(24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대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에서 사장으로 올라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1년이다. 이 중 한진그룹이 7년으로 가장 빨랐다.

권오상 한진관광 대표는 2006년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장(상무)을 맡은지 2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올라 그룹내 가장 빠른 승진 케이스가 됐다.

포스코와 SK그룹은 9년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현대차와 한화그룹은 10년으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현대중공업(11년)과 LG그룹(12년), 롯데그룹(13년)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오랜 기간에 소요된 롯데그룹에서는 이인원 롯데쇼핑 대표가 1987년 롯데쇼핑 관리이사에 오른 후 24년간의 기다림 끝에 2011년 전문경영인의 위치에 올라섰다.

 

평균 60세…연봉 천차만별

10대그룹 전문경영인의 평균 나이는 60세다. 신성재 하이스코 대표가 47세(1968년생)로 가장 젊고 이인원 롯데쇼핑 대표가 73세(1943년생)로 가장 많다.

신성재 하이스코 대표가 유일한 40대이고 50대가 18명, 60대가 30명, 70대가 1명이다.

그룹별 평균 나이는 SK그룹이 56세로 가장 젊고 현대차그룹이 57세, LG와 삼성그룹이 59세, 한화와 롯데그룹, GS그룹,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 한진그룹이 각각 62세다.

대학별로는 고려대 출신이 15명(30%)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13명‧26%)와 한국외대(5명‧10%), 연세대(2명‧2%)등이 뒤를 이었다. 유학파는 2명(2%)에 불과했다.

고려대 출신 가운데 4명이 GS그룹에 포진했다.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와 허태수 GS샵 대표, 나완배 GS에너지 대표, 이완경 GS EPS 대표 등이다.

현대중공업과 LG그룹은 서울대 출신이 각각 4명, 3명이다.

한국외대 출신은 롯데그룹이 2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과 한화, 현대중공업이 각각 1명이었다.

해외파는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대표와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로 각각 미국 캘리포니아루터란대, 미국 조지타운 프렙스쿨을 졸업했다.

출신지역은 서울이 15명(3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 8명(16%), 경남 6명(12%), 경기 5명(10%), 경북 5명(10%), 인천과 강원은 각각 1명이다.

연봉 5억원 미만(8명)과 비상장사(4명), 신규선임(8명), 비등기(2명) 등 공시의무가 없는 22명의 대표를 제외한 30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2억173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고 연봉자는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으로 무려 67억7300만원을 수령했다. 반면 최저 연봉자는 지창훈(5억1416만원) 대한항공 대표로 권 사장과 약 62억원의 격차를 보였다.

삼성그룹은 조사 대상 5개 계열사 대표 중 공시 대상자인 2명에게 총 96억원을 지급했다. 현대차와 LG, SK, GS그룹 등은 평균 10억원을 지급했고 한화그룹은 5개 계열사 대표에게 5억원대의 연봉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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