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합시다”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 국내 사교육업계 4위인 JEI 재능교육이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이하 재능노조)의 조합원 집의 가재도구를 압류해 경매에 부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재능교육이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을 위반했다며 시행한 강제 가압류였다. 지난 2007년 재능노조는 단체협약에서 수수료제도를 악화시켰다며 재교섭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학습지노조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 볼 수 없어 교섭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 는 대법원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수수료 1~2%에 울고 웃는 특수고용직 주부 교사들
방해금지가처분에 손해배상가압류까지...끝날 줄 모르는 싸움
 

▲ 재능교육 혜화동 본사
사건은 2007년 5월 재능노조와 회사 간의 단체협약 체결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재능교육은 전 재능지부 집행부(지부장 이현숙)간에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현 집행부(지부장 유명자)가 단체협약이 수수료제도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재교섭을 요구했다.

재능노조 유명자 지부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절차상으로는 찬성표가 많아서 협약안이 통과되었으나 전 집행부가 현장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다. 전 집행부는 임기가 다하여 사퇴했으므로 현 집행부가 재협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전까지는 협상결과에 대해 적절히 조율해왔지만 재능교육이 갑자기 재협상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능교육 유재우 홍보팀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 내부의 분열로 인해 전 집행부의 반대계파가 집행부 전원을 사퇴시키고 집권하여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재협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 아닌 불법임의단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위탁계약직의 최대 민감사항 ‘수수료’

노사간의 대립의 핵심에는 ‘수수료 제도’ 가 자리하고 있다. 교사들은 회원유치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 제도에 대해 민감하다.

노조원들은 당시 사측이 기본 수수료율을 55%에서 43%로 낮추고 누계 순증과 그에 따른 가산률을 축소하면서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불리한 제도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누계 순증은 매달 ‘새로 시작한 과목 수 - 해지한 과목 수’ 를 합산한 것이다.

오랜 기간 일하면서 순증을 쌓아온 교사들은 이에 대한 혜택이 없어진다. 2007년의 협약안에는 최근 3개월 동안의 순증을 가지고 가산률 부여를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재능노조 오수영 사무국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2008년 노조 없이 도입된 ‘마이너스 월별정산’ 제도가 있다. 순증이 마이너스가 되면 그 숫자에 일정 값을 곱한 금액을 월급에서 삭감한다. 수수료제도 만큼 중요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재능교육 측은 “재능의 수수료율은 업계최고 수준이다. 수수료 개정 이후 평균 수수료 지급률이 41.3%(2007년 7월)에서 42.42%.(2008년 6월)로 상승했고 대다수의 교사 수수료도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 시청 재능교육 건물 앞 노조 농성장
3년간의 긴 싸움 팽팽한 대립

문제는 시위기간이 3년이 넘었는데도 노사 간 대립수위가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12월 21일부터 재능노조는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 복직,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했다.

재능교육측은 “노조가 농성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사유지와 인도를 무단 점거하고 근거 없는 비방으로 불매운동을 일삼은 결과 2007년 말 65만명이던 회원이 2010년 8월 54만명으로 감소했다.

재능교육의 이미지와 매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강경시위에 재능교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2008년 3월 노조원의 불법 농성행위를 금지한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무시하고 시위를 지속하자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재능교육이 법원에 압류와 경매를 요청하여 조합원의 가재도구와 차량, 노조 사무실 비품 등이 압류조치 된 것이다.

재능교육 측은 “현재 농성중인 노조나 기존에 단협을 체결했던 노조 모두 단협체결의 대상이 아니지만 원만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단체협상 체결을 해왔던 것”이라며 노조의 합법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서 “노조와의 문제를 이번해 안에 해결 하겠다”고 밝혀 대립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를 노조라 부를 수 없는 이유

노조를 노조라 부를 수 없는 이유

 

실제로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위 조합(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학습지 교사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즉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은 노동3권과 4대 보험에서 제외되며 노조를 설립해도 ‘임의단체’에 그치고 만다.

교섭능력이 없는 법외노조인 것이다. 지난 1999년 노동부에서 설립허가를 내주어 단협 체결을 할 수 있었다.

설립 초기 당시 3800명에 달하던 노조원이 2007년 임금단체협약 후 100여 명 남더니 3년이 지나면서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현재 재능교육과 계약을 맺고 있는 노조는 단 한명도 없는 상태다.

노조 측은 “회사에서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바람에 재능노조는 해고자만 남은 노조가 됐다”고 호소했다. 학습지 교사 대부분은 30~40대 주부들이다.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노조를 탈퇴하고 재계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노조와의 문제를 이번해 안에 해결 하겠다"고 밝혀 대립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법 밖의 노동자’

학습지 교사 외에도 특수고용직이 여럿 있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 등 이들만 합쳐도 30만이 넘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2과의 서영택 과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4월 재능교육 측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 의지 있음’이라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으나 달리 소득이 없었다. 재능교육 측에는 가압류로 인해 생활이 어렵지 않도록 몰아붙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특수고용직에 대해 산업재해나 노조 설립 등 일부분 밖에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유연성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근로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근로 형태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험 제도를 허용할 경우 사업주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특수근로자를 근로자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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