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아프리카는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접근해야 진출이 수월한 곳입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올해로 22년째 원유 저장시설 건설과 물류, 자재 분야에 진출해 연간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임도재(61) 가나 글로텍 회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성공한 한상(韓商) 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공주대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임 회장은 ‘아프리카통(通)’답게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자원 보고인 아프리카에 많은 나라가 진출했지만 모두 자원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어 현지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발 늦게 진출한 한국은 기술 이전 등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임 회장은 “아프리카에서 한국산은 곧 ‘일등제품’으로 통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원조를 빌미로 지하자원 개발에 혈안이 된 외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진출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여서 한국이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산업을 진출시켜 차례대로 기술 이전을 해나간다면 대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조를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는 중국은 현재 아프리카의 경계 대상 1호 국가라는 것.

이런 내면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열강의 식민지에서 독립해 이제 겨우 반세기가 지났는데, 또 외국에 경제적 주권을 빼앗기게 되지나 않을까 봐 경계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일례로 최근 가나 정부가 중국 기업이 세운 광산에서 일하는 중국인 불법노동자를 묵인하지 않고 추방하는 일을 꼽았다.

“먹고살기 어려울 때는 중국의 대규모 원조를 무척 반겼지만 생활 여건이 나아지면서 품질에 눈을 떠 구호물품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고 있어요. 한마디로 싸구려 주고 자원 빼앗아간다는 거죠. 중국 기업은 노동자도 중국에서 데려오기 때문에 현지 고용 창출도 없고 임금도 전부 중국으로 송금하니까 불만이 많습니다.”

 

22년 한우물…연간 5000만달러 매출 ‘쾌거’
석유 저장시설 유지보수 분야 90% 독점

 

재외공관 추가 설치 필요

그는 한국 정부가 아프리카에 재외공관 설립을 하루빨리 늘려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프리카 55개 나라에 많든 적든 한인이 진출 안 한 곳이 없지만, 외교공관이 있는 곳은 17개국뿐입니다. 1개 공관이 3개 나라를 관장하는 거죠. 지난해 고국의 대선과 총선에서 아프리카 거주 한인들은 투표를 위해 이웃 나라를 가야 하기에 비자를 받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바로 외교부에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과가 1개뿐이라는 것.

“외교관도 꺼리는 지역이 아프리카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환경이 열악한 것은 누구나 아는 만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해 열심히 근무하면 거주국 한인들도 반기고 나아가 한국과의 관계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외교관의 역할이 다른 국가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곳이라 한인 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가운데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가 중심에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임 회장은 위급 시 한인의 피란과 구호를 위해 20만달러의 기금을 모았다.

“최근 중동에 불어 닥친 재스민 혁명 덕분에 아중동 지역의 한인들이 서로 뭉쳐 위기를 돌파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쿠데타가 종종 있는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죠. 한인회가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결속도 더 다지고 총 연합회 역량도 키우는 데 당분간 주력할 생각입니다.”

재외동포청 설립 역설

내년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에 선임된 그는 ‘재외동포청’ 설립에 대한 논의를 내년 행사에서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임 회장은 22년 전 SK건설 지사장으로 가나에 파견 나갔다가 5년 만에 독립했다. 플랜트 건설업계 1위, 석유 저장시설 유지보수 분야 90% 독점 계약이라는 기업을 일궜다.

기술력이 우수해 원유 저장시설은 정부나 검증된 업체만 골라서 수주할 정도다.

지난해 11월 6일 에는 세계 1위의 석유·화학제품 탱크터미널 회사인 보팍(Vopak)의 가나 원유 저장시설 건설을 5000만 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가나 한인사회와 현지인과의 우호 관계 형성을 도우려고 매년 한인회장 배(盃) 쟁탈 가나 고교축구 대회와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매년 국립 고교에서 50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후원하고 있다.

“올해는 의료설비가 열악한 안과·치과·이비인후과 병원을 지어 저렴한 실비로 현지인이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나중에 은퇴하면 고국에서 장애인 재활센터를 지어 봉사하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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