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 업계에서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제물포터널사업에 삼성중공업이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해온 이 사업은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참여사들이 고심하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첫째로 5200여억원으로 책정된 사업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다. 사업조건도 열악해서 공사를 진행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초 제안자였던 금호건설이 워크아웃을 하면서 삼성중공업이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밑지는 장사…최초제안자 삼성중공업 참여 놓고 갈등
컨소시엄 참여기업은 관련 심의 거쳐 추후 공지

▲ 서울시 제물포터널사업 노선도
서울 서부지역 주요 교통축인 제물포길 지하에 10km에 이르는 지하터널이 뚫린다.

서울시는 ‘제물포터널 민간투자사업 추진'에 대한 동의안이 2010년 12월 시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제3자 공고(민간투자 사업에 경쟁입찰)를 낸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제물포터널 사업은 양천구 신월동 신월 나들목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에 이르는 약 9.7km의 제물포길 지하에 양방향 4차로 터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인천·영종-청라지역 통행시간 단축

총 사업예산은 약 5200억원으로 시는 보상비를 제외하고 최대 835억을 지원할 방침이다.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조달하고 30년 동안 통행료를 받아 비용을 보전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는 이번 제3자 공고를 통해 건설보조금 및 통행요금 등을 조정해 시민 부담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2016년 말 개통을 목표로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민간사업자와 세부설계 등의 과정을 거쳐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제물포길은 영등포구와 양천구의 지역 교통과 여의도동 도심을 이용하는 중장거리 광역교통이 뒤섞여 혼잡을 빚고 있다.

또 인천에서 서울로 오는 경우에도 경인고속도로에서 제물포길이 시작되는 신월 나들목 근처부터 병목현상으로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다.

터널이 개통되면 현재 1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 도심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통행 시간이 20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영종·청라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교통수요도 흡수해 인근 지역주민들도 교통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현재 8~10차로인 제물포길 지상도로를 6~8차로로 축소하고 여유 공간에 녹지대와 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시의원이 ‘양방향 6차로’ 안 등을 주장해 사업추진 동의안의 시의회 심의가 보류되기도 했지만 제물포터널의 교통량이 분산될 수 있도록 목동교 부근 양방향 진출입로에 나들목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양방향 4차로’안이 통과됐다.

제물포터널사업은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사회간접시설을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직접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건설(Build), 이전(Transfer), 운영(Operate)순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여 BTO 사업이라고도 불린다.

사회간접시설을 민간 부분이 주도하여 설계·시공한 후 시설물의 소유권을 공공부분에 먼저 이전하고 약정기간 동안 그 시설물을 운영하여 투자금액을 회수 해가는 방식이다.

민자사업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민간이 제안해서 하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에서 고시에 따른 사업이다. 이번 제물포사업은 민간이 제안해서 하는 경우다.

최초제안자는 원래 금호건설이었으나 워크아웃으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하게 되었다.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도로계획과 김용학 민자사업팀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업은 컨소시엄으로 삼성중공업이 최초제안자이다. 최초제안자보다 더 좋은 제 3자가 있는지 이번 2월 21일에 1단계 서류 제출에서 검토할 예정이다.”라며 “아직은 경쟁 과정에 있는 상태고 최종적으로 어느 회사가 참여할지는 2월 21일이 되어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삼성생명 서초타워
낮은 사업비와 난공사로 인한 손해 예상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투자금액을 회수하더라도 손해를 볼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이다.

일단 사업성이 너무 낮고, 사업조건도 열악해 공사를 진행해도 손해 볼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때문에 최초제안자인 삼성중공업이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구간은 연약지반으로 인한 난공사가 예상돼 아무리 긍정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6천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존하는 공사비 절감방안을 모두 도입해도 현재 공사비에 맞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 사업비 5200여억원으로 책정된 사업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다. 공사비 절감방안을 모두 고려해도 서울시에서 책정된 사업비에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통행요금 삭감 역시 업체들의 입찰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최초 2200원의 통행요금이 책정됐지만 결국 약 300원 줄어든 1890원에 기준통행요금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향후 30년간 통행료를 받아 수익료를 보전하는 BTO사업의 특성상 통행료는 시행업체에 민감한 사항이다.

서울시가 제시한 750점의 절대평가도 사업 참여자들에게 고심꺼리다. 이 사업의 제안요청서에는 750점 이하의 배점을 받을 경우 우선협상자에 선정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경우 가격점수를 300점 이상 획득해야 가능한데, 결국 서울시가 책정한 재정지원금 836억원 중 어느 정도 삭감을 해야한다.

최초제안 사업을 해도 마이너스 실행인데, 재정지원 요금까지 삭감하면 큰 폭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750점 과락제는 이전에도 은평새길과 서부간선지하화사업에 적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경우 최소한의 여력이 담보돼 실행이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건설 관계자는 “만일 이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큰 폭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재무적투자자의 참여는 애초에 포기하고, 출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홍보팀 김윤배 차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모양이지만 확정적으로 얘기할 만한 단계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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