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경제계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었다. 기업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실제 성과를 내면서 친환경에만 국한됐던 2020년 전후에 비해 재계 전반에 ESG 경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연말연시를 맞아 올 한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아울러 각 기업들이 발간한 ESG 경영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톺아보고 향후 방향성도 소개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현대제철은 2016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연차 보고서를 합한 통합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보고서를 ▲사업개요(Overview) ▲ESG경영(Management) ▲ESG활동(Performance) ▲성과(Factbook) ▲부록(Appendix)의 총 5개 카테고리로 구성해 보다 다양한 ESG 경영 활동을 직관적으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올 3월 연임에 성공한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는 “이제 기업의 역할은 재화와 고용의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대됐으며, 환경·사회·사람을 중시하는 가치 기반의 ESG 경영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제철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는 경영방침 속에서 ▲탄소중립 기반 구축 ▲미래 전동화 중심 사업 재편 ▲국내외 사업거점 특화라는 세 가지 전략 방향의 구현을 통해 글로벌 철강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자 한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 독자적 전기로 철강 생산체제 ‘하이큐브(Hy-Cube)’로 패러다임 선도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탄소중립 전담 조직인 ‘탄소중립추진단’을 신설하고 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 실현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에 다가서는 현대제철의 방향성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독자적인 전자로 기반의 철강 생산체제로 구축되고 있는 ‘하이큐브(Hy3; Hy-Cube, Hyundai Hydrogen Hybrid)’다.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이 생산하고 있는 전기로 제품은 연간 1000만톤(t)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 5월 ‘하이큐브’ 구축을 선언한 현대제철은 봉형강과 열연강판은 물론,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자동차용 강판 등 고급 판재류도 전기로를 통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9월, 현대제철은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활용한 1.0GPa급 고급 판재 시험생산 및 부품 제작에 성공했다. 그동안 전기로로 일부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1.0GPa급 이상의 고강도 제품 생산 및 부품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고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환원시켜 쇳물을 만들어내는 대신 전기로에서 직접환원철 및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하면서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30% 이상을 줄여냈다.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일련의 성과 속, 단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기존 공정 개선’과 고로-전로-전기로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신(新) 전기로(Hy-Arc) 도입’의 투 트랙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측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고성능 제품을 생산해 탄소중립 제품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환경부·경상북도·인천시·현대제철·환경재단·한국생산성본부가 2021년 12월 체결한 커피박재자원화사업 업무 협약식. 사진=현대제철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환경부·경상북도·인천시·현대제철·환경재단·한국생산성본부가 2021년 12월 체결한 커피박재자원화사업 업무 협약식. 사진=현대제철

◆ 커피 찌꺼기부터 어린이 체험까지...제철소 밖에서도 ‘친환경’을 외치다

현대제철은 영업장뿐만 아니라,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민관이 동행할 수 있는 가지각색의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지자체와 함께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의 용도를 재발견한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버려진 철스크랩(고철)을 재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자원순환형 사업구조’에서 착안된 프로젝트는 정부·지자체·NGO 등 다자간 협력을 통해 인천시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을 수거, 친환경 혁신 제품(화분·벽돌·도로포장재 등)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지역사회의 폐기물 감소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8월, 현대제철과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는 인천시에서 수거한 커피박을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 축사 악취저감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장 실증 연구에 다량의 커피박이 필요했던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프로젝트를 통해 수거된 커피박으로 후속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사진=
사진=키자니아 코리아 페이스북

올해 9월에는 글로벌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 서울점에 현대제철의 ‘친환경 제철소’가 리뉴얼 오픈했다. 철의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직접 만져보는 기존의 체험 수준을 넘어, ▲친환경 차체 연구 구역 ▲주행 테스트 구역 ▲철강 컨트롤 센터 구역 등으로 구성돼 철의 우수한 친환경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철 역할을 하는 클레이로 차체를 만들어 무게를 재보는 친환경 차체 연구, 만들어진 차체를 미니카에 입혀 트랙을 달리게 하는 주행 테스트, 클레이 차체를 제거한 후 모형 전기로에 투입해 재활용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철강 컨트롤 센터 등을 차례로 체험한다.

특히 주행 테스트에서 사용한 차체는 어린이들에게 재활용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기로 모형으로 제작됐으며, 전기로 공정을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실제 영상·애니메이션·게임 등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순천공장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사업장 지역 내 양로시설인 예광마을을 찾아 따뜻한 겨울나기 물품 전달 및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순천공장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사업장 지역 내 양로시설인 예광마을을 찾아 따뜻한 겨울나기 물품 전달 및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우리부터 먼저 ESG 향한 임직원들의 발걸음, 따뜻한 사회 공헌으로 이어져

현대제철은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가고자 내부 눈높이부터 대폭 강화했다. 지난 2월부터 한 달 반 동안 현대제철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ESG 마인드셋’ 교육을 진행했으며, 이는 99.86%의 이수율을 기록했다.

협력사에게는 자체 친환경 인증제도인 ‘에코파트너십(ECO partnership)’을 시행, 친환경 경영을 유인하기도 했다. 에코파트너십 인증업체로 선정된 협력사는 인증패 및 현판을 수여받으며, 선정 후 3년간 업체 정기 평가 시 가점 적용·장기 공급권 부여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ESG 경영의 필요성을 공유하게 된 임직원들의 마음은 한데 모여 따뜻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포항·당진·순천·인천 등 주요 사업장의 복지 기관들과 협업, 취약 계층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발적 활동들이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사진=현대제철 블로그

지난 9월 19일부터 30일까지 열린 ‘More 마음 More 걸음’ 캠페인이 이 같은 임직원 참여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은 임직원들의 걷기 운동을 장려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발달장애 아동들의 이동편의 보조기구를 지원했다. 

지역사회를 향한 환원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제철은 제철소가 위치한 당진시에 2022년 상반기까지 임직원 참여 기금 3억5000여만원을 기부,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H형 빛나는 도로(LED 표지병)’를 설치했다. 실제로 올해 11월 말까지 당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사망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9건·14건 줄었다.

이처럼 전 임직원들이 다 같이 실천한 ESG 활동과 함께, 현대제철은 올해 세계철강협회(WSA, World Steel Association)로부터 ‘2022년 지속가능발전 우수멤버’에 선정됐다. 총 142개의 회원사 중 현대제철을 포함한 36개 철강사와 3개 협회만이 그 자격을 부여받았다.

안동일 대표이사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소감을 밝히면서 현대제철의 끊임없는 ESG 경영 행보를 약속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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