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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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기초자산이 여러 구성 종목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ETF와 달리 특정 종목(30%)과 채권(70%)을 함께 추종하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투자 과정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키울 수 있어 단일종목 ETF가 연금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ETF 대비 상승률이나 하락률이 제한적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한화자산운용(이상 가나다순) 등 4개사는 단일종목 ETF를 출시했다. 자산운용사별 투자 대상(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테슬라 ▲삼성자산운용 삼성전자 ▲한국투자신탁운용 엔비디아 ▲한화자산운용 애플이다.

단일종목 ETF는 위험자산(주식 종목)과 안전자산(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특정 주식 종목이 자산의 29.5~40%의 수익률과 연계되고, 나머지 60~70.5%는 채권과 연계된다. 가령 삼성자산운용 ‘KODEX 삼성전자 채권혼합Wise ETF’는 삼성전자 30%, 채권 70%(대한민국 국고채권 등 9종목)로 구성된다.

8월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 혼합형 ETF는 금융투자업 규정상 주식과 채권 등 자산별로 최소 10종목 이상을 포함해야 했으나, 이제 금융투자업 개정으로 ‘자산 유형 구분 없이’ 총 10종목만 채우면 된다. 법 개정을 통해 자산운용사들은 주식 단일종목과 채권 9종목으로 구성된 ETF 상장이 가능해졌다.

출시된 4개 상품 중 총보수가 가장 낮은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엔비디아 채권혼합 블룸버그(0.07%)와 ▲삼성자산운용 KODEX 삼성전자 채권혼합Wise(0.07%)다. ▲미래에셋운용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0.25%)과 ▲한화자산운용 ARIRANG Apple채권혼합Fn(0.25%)은 총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업계에서는 단일종목 ETF가 퇴직연금 계좌의 투자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칙적으로 퇴직연금(DC형과 IRP) 적립금은 30% 이상을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주식 비중이 30%가량인 단일종목 ETF는 위험자산이 아닌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주식 비중을 높이고 싶은 연금 투자자는 단일종목 ETF에 투자하면 주식 비중을 키워 퇴직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를 ▲위험자산(주식형 ETF) 70% ▲이달 출시된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 30%로 구성한다면 연금 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최대 80%까지 확보할 수 있다. 즉, 단일종목 ETF에 투자하면 기존보다 더 공격적인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해진다.

◆ 전문가 “퇴직연금 활용도 높아”…일각선 ‘수익률 제한적’ 충고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ETF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고, 연금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단일종목에 투자하는 만큼 상승‧하락 폭이 모두 제한적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ETF는 퇴직연금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특정 주식 + 채권 9종 형태 ETF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실제로 이러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많은 운용사가 단일종목 ETF 출시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식(삼성전자)과 채권을 활용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둘 다 추구할 수 있도록 채권혼합형 ETF를 직관적으로 구성했다”며 "특히 퇴직연금에서 삼성전자를 더 많이 투자하고 싶은 적극적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ETF가 테마형 ETF 등 구성 종목 10여개로 구성된 기존 ETF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가령 전기차 업계 전체적으로 상승세인데 테슬라만 업계 평균에 못 미쳐서 단일종목 ETF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상승장에서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 있고, 하락장에서 잘 버틸 수도 있으므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맞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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