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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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75%p 뛰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38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0.25~0.5%p 더 인상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때 대출금리는 9%대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 시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거나 투자를 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 다중채무자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한 점은 대출금리 상승을 다소 늦출 것을 보여 차주의 이자 부담 확대를 어느 정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전날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p 인상했다. 지난달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이후 인상폭은 줄었지만, 인상 기조는 유지되면서 사상 첫 6연속 인상을 기록했다.

기준금리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 이후 같은 해 5월 추가 0.25%p 인하를 통해 1.25%에서 0.5%로 두 달 만에 0.75%p 낮아졌다. 이후 동결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8월 0.25%p 인상을 시작으로 15개월간 2.75%p 인상되는 등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이처럼 빠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는 7%를 넘어 8%를 바라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상품 금리와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늘어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혼합형(5년 고정) 5.03~7.05%, 변동형 5.31~7.17%, 신용대출(6개월) 금리는 6.17~7.48%로, 대출금리는 상단 기준 7%대 초중반까지 올랐다. 이는 연초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특히 10월 빅스텝의 영향으로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가 9월 대비 0.58%p 오른 3.98%를 기록하며 대출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대출금리가 오른 만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차주의 이자부담은 연 3조4500억원 증가한다. 지난해 8월 이후 15개월간 기준금리가 2.75%p 인상됐으니 이 기간 늘어난 이자만 37조95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또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4000원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면 15개월간 늘어난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80만4000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 시기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거나 투자를 한 영끌족, 빚투족의 허리가 휘게 됐다. 이와 함께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담도 가중되면서 대출 부실화 및 금리 상승발 잠재위험성 현실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추가로 0.25~0.5%p 인상되면 8%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대출금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 9%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련해서 전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최종 기준금리 기대 수준에 대해 ▲3.25% 1명 ▲3.5% 3명 ▲3.5~3.75% 2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수신금리 인상 자제 당부는 대출금리 상승 속도를 늦춰 이자 부담 확대를 다소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 비판과 금융당국의 예대금리차 축소 주문에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수신금리에 즉각 반영해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경쟁이 과열되자 이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수신금리 상승은 대출금리를 높여 결국 차주의 이자 부담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가계 취약차주 및 과다차입자,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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