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급등·금리 인상 등 수익성 확보 최우선
업계 1·2위 맞붙은 울산B04구역 재개발 유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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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과열 양상까지 보였던 주택 정비사업 수주전에 건설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소규모 정비사업 입찰에는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공사비가 급증한 상황에서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우발채무 위험 확산 등으로 건설금융과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가 무리하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가 자칫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올해 지방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이곳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5년 만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미분양 리스크’를 의식해 최종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삼성물산은 “부동산 시황 악화로 분양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으며, PF 대출 제한 등 금융시장 또한 매우 불안정한 환경으로 급변했다”면서 “제반 리스크를 재점검한 후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빠르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부동산 경기침체, PF 문제, 미분양 등 대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지금 입찰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면서 “추후 상황에 따라 입찰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울산의 ‘미분양 리스크’가 두 건설사의 막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했다. 울산 B04 재개발 사업은 총 4080가구(임대 206가구) 중 283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와 미분양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 있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현장 설명회 진행 당시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방건설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도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역세권 대로변에 자리 잡은 439가구 규모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843가구를 짓는데 일반분양 가구가 많아 강남권 알짜 사업지로 꼽히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 곳도 현장설명회엔 15개 건설사가 참석했으나,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한 곳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해도 정비사업이라면 입지를 가리지 않고 수주전에 참여했다면 올해는 정반대”라면서 “아무래도 부동산 분위기도 좋지 않다보니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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