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JD 북한 회의 참석…대륙철도 협력 약속 등 수완 발휘

▲ 최연혜 코레일 사장.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이원배 기자] 코레일을 이끌고 있는 여장부 최연혜 사장이 꿈의 사업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구현하는 기틀을 마련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제29차 국제철도협력기구 사장단 회의’에 한국 고위급 인사로는 최초로 열차편을 이용해 북녘 땅을 밟아 화제를 모았다.

또 적극적인 스킨십과 화술을 바탕으로 각국 대표단으로부터 남북철도 연결과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사업의 지원을 약속 받는 등 성과가 대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일 코레일에 따르면 회의기간(4월 22일~28일) 최연혜 사장은 2015년 OSJD 물류분야회의·2019년 OSJD 사장단정례회의의 서울 개최를 제안했으며 OSJD 위원회 전체 회의 의결을 통해 유치가 확정됐다.

아울러 27일 본회의에서 유라시아 지역의 공동경제발전과 철도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정부(국토교통부)의 정회원 가입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회원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회원국들은 대륙철도에 있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더욱 큰 역할을 기대하며 유라시아 철도의 유일한 미연결 구간인 남북철도 연결에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약속했다.

남북한 철도의 협력방안·교류 활성화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에도 주력했다.

남북간 상이한 철도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영상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도용어 표준화’를 위한 남북한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 또 ‘코레일 국제철도연수센터’를 통한 대륙철도 진출을 위한 국제철도 전문가 양성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밖에 주요국 대표 면담을 통해 한국철도 기술수출과 철도사업에 대한 국제협력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등 성과가 대단했다.

한편 최연혜 사장은 방북기간 회의참석과 각국 철도대표단 면담 등 회의 일정에만 주력했을 뿐 평양시내 관광 등의 활동은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는 긍정적 평가까지 이끌어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최연혜 사장의 적극적인 자세가 각국 대표단의 지원 약속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어졌다”면서 “남북철도 연결과 꿈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꿈 성큼
각국 대표단과 공감대 형성 성과

OSJD 의장, 코레일 공식 초청

최연혜 사장의 이번 방북은 OSJD의 공식 초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기구는 1956년 구소련과 동구권 국가가 동유럽 철도체계 협력을 위해 설치한 기구로써 서방 국가 등에는 문호를 쉽게 개방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회의가 북한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공식 방문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OSJD측은 유라시아 철도의 유일한 미연결 구간인 남과 북의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3월 21일 따데우쉬 쉬오즈다(폴란드) OSJD 의장이 직접 나서서 공식 참가를 요청했다.

북한 역시 남북 교류 확대 등을 위해 지난달 19일 공식 초청장을 통일부에 발송했다. 이후 일정은 신속했다.

통일부는 초청장 도착 다음날인 20일 방북을 승인했고 최 사장은 윤동희 코레일 남북대륙철도사업단장과 이민희 코레일 국제협력처장, 러시아어(OSJD 회의 공식 언어) 통역사 등으로 대표단을 꾸려 북녘으로 향했다.

공식 초청이 확정되면서 교통수단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 사장의 방북은 2010년 5·24 조치이후 북한이 방북을 허가한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의 첫 번째 사례였다.

또 코레일 수장이 열차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들어갈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아직까지 한국 측 고위인사가 기차를 타고 북한에 입국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 사장 일행은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해 북한 비자를 발급받았다. OSJD 부의장국인 중국 측은 평양행 열차인 오후 5시 27분발 ‘K27호 열차(북한52번열차)’를 예약해 줬다.

최 사장 일행은 이 열차편으로 베이징을 출발해 중국 선양과 단둥, 북한의 신의주를 거쳐 ‘평의선’을 따라 다음날인 22일 오후 5시 45분쯤 평양에 도착했다. 최 사장이 열차편으로 평양에 입성한 최초의 한국 고위급 인사라는 기록을 남기는 순간이다.

대륙철도 전문가 만점 활약

최 사장은 평양 출발 전인 21일 “OSJD는 대륙철도가 연결되는 국가들의 모임으로 통관 규정이나 철도운행에 관한 인프라 등 모든 것이 논의되는 자리여서 한국이 대륙철도에 참여하려면 정회원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회원 가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사장의 OSJD 정회원 가입 강조는 평소 그의 지론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 사장은 1999년 이래 거의 해마다 러시아를 방문하고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완주한 경험이 있는 대륙철도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남북한의 철도를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할 때의 기술적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최 사장은 이번 29차 OSJD 회의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코레일(한국정부)의 OSJD 정회원 가입을 요청했고 회원국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륙철도 연결에 정회원 요건이 필수적인 만큼 최 사장이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위한 유라시아 미연결(미싱링크)인 남북철도 복원에 대한 회원국의 협조를 구했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의 답변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남북 양측이 최 사장의 방북 승인과 초청장을 발송한 배경에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에 대한 공통분모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기차로 평양 입성한 최초 고위 인사
정치·외교적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단절된 남북의 철도를 이은 뒤 중국과 러시아 등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 교통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국과 북한의 나진, 러시아 하산, 블라보스톡을 지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 베이징 등을 거치는 중국횡단철도 노선 이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바다를 통하지 않고 중국과 유럽까지 물류와 여객을 수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교통 및 물류 의존성이 높은 철도를 활용해 통행료, 관세 등의 수익을 얻을 있다는 이득이 있다.

연간 수천억 물류비 절감 효과

‘실크로드 익스프레스’가 실현될 경우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보통 4주가 소요되는 해상수송에 비해 철도는 15일면 충분하기 때문에 10일 이상 운송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이는 곧 연간 수천억원대의 물류비 절감효과와 함께 국내제품의 해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남북철도의 시발점을 부산역이나 목포역 등으로 설정할 경우 일본과의 물류 연계도 꾀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남북한 당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의 협조와 이해관계가 맞아야 한다. 또 불안한 남북관계와 대중·대러시아 관계 개선 등 정치·외교·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북한과 러시아는 나진과 하산을 잇는 나진-하산프로젝트를 진행해 2011년 10월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완료 후 시범운행을 1차례 마쳤다. 하지만 현재는 북러 간 합영기업의 지분구조와 한러 간 투자 규모 등의 문제로 사업이 보류 중이다.

하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재가동 가능성이 높고 경제적 가치가 큰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철의 비단길’은 한층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6박7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8일 귀국한 최 사장은 “유라시아대륙철도의 유일한 미연결 구간인 남북철도 연결에 한걸음 다가서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륙철도전문가 최연혜 사장의 향후 행보가 꿈의 실크로드 연결에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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