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희망 1위 기업의 명성은 어디로?"

[파이낸셜투데이=안혜정 기자] 국내 수십만 여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 중 1위는 단연 삼성전자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자살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의 근로자가 자살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이다. 연봉도 많고, 혜택도 많은 삼성전자의 근로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을 했다는 점은 적잖은 충격을 던져줌과 동시에 그 이유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 측은 유가족에게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장례식을 빨리 치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삼성전자의 진심어린 사과에 있다.

고(故) 김주현 씨 투신자살…삼성, 돈으로 사건 축소 시도 의혹
유가족 “돈 필요 없다…공식적인 사과 없으면 장례식도 안할 것”

 

지난 3일 충남 천안시 탕정면 삼성전자 LCD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6개월의 병가를 마치고 복직을 위해 면담에 나섰던 박아무개(23·여)씨가 기숙사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그러나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같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던 설비 엔니지어였던 김주현(26)씨가 피부병과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2개월의 휴직 뒤 회사에 복귀했다가 역시 기숙사 13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극단적인 선택 ‘자살’, 대체 왜?

김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묻기 위해 유가족들을 만나러 순천향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 밖은 유가족들의 “보기 싫다”는 말에 쫓겨난 삼성측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어둠이 닿을 듯 말 듯 한 순천향 병원의 장례식장 앞에는 까만 전광판에 “특실 김주현”라는 빨간 글씨체가 어려 있었다.

 

장례식장안에서 김 씨의 유가족들은 벌써 9일째 집에 가지 않고 그곳에서 농성 아닌 농성을 하고 있었다.

 

김 씨의 유가족들은 앞서 이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살사고가 일어났던 당일 아침, 김 씨가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삼성측에서 아들을 기숙사 방에 홀로 둔 점에 책임을 물은 바 있다.

또한 유가족들은 김씨가 하루 10~15시간 노동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 기록이 그의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점 등을 근거로 회사 쪽에 ‘자살 방조’ 책임을 묻고, 경찰수사와 삼성측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가족들이 산업재해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김 씨의 아버지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사실”이라며 “난 산업재해에 ‘산’자도 필요 없다. 내가 뭘 원하겠는가. 돈 필요 없다.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사과 해 달라”고 촉구했다.

무슨 말을 제일 하고싶냐는 말에 김 씨의 아버지는 단호한 목소리로 기존의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다. 삼성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한다.”

김 씨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삼성측에서는 유가족을 딱 두 번 찾아 왔었다고 한다. 한번은 모텔로 데려가서는 돈다발을 주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고 하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김 씨 아버지만을 따로 불러 일종의 제안을 했다는 것이 김 씨 아버지의 설명이다.

그는 “이건 언론에는 말하지 않은 것인데, 두 번째로 나를 찾아온 삼성 측 관계자는 부장급 임원이었다”라며 “당시는 정확하게 ‘돈’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말해라’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도 삼성 측으로부터 김 씨의 유가족들에게는 줄기차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빨리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돈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 위해서’란다.

그는 “삼성측이 계속 찾아오는 것은 우리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으면 언론의 방문이 잦을 테고 일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유가족의 소망은 돈에 있지 않다. 김 씨의 아버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거액의 돈다발도, 지분도 아니라며 다만 정성어린 사과의 말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삼성, 과실 인정하기 싫어 사과 않는 것”

 이처럼 유가족이 ‘정성어린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이 이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이에 대해 김 씨 아버지는 “삼성이 사과를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측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향후 삼성이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데, 이것이 싫어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이와 함께 고인이 LCD 공장에서 일하면서 피부병에 걸린 것도 자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은 1차,2차,3차까지 면접을 보는데, 거기에는 신체검사가 포함되어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과정이다”라며 “주현이 친구들이 10명이 봤는데 신체검사에서 다 떨어지고 주현이 혼자 삼성전자에 합격했다. 주현이는 신체가 건강한 아이였다”라고 입사 전 고인의 건강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LCD 칼라필터공장에서 근무한 8개월째 부터 팔다리가 짓무르고 고름이 나왔다”며 “옷을 벗어서 보여주는데 정말 보기가 힘들었다. 삼성 측은 본인들이 직접 근무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삼성 젊은이들이 반도체 LCD공장에서 또 그 외 계열사에서 과다 업무와 열악한 복지로 죽어 가고 있는데 이건희와 그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한 “삼성이 세계 제1의 기업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기업인의 정신을 가져야한다.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 할 것이 아니라 연민의 마음으로 삼성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삼성 노동자들과 근로자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 “거기에 어긋나는 일이 본인의 의지로 됐든 아니든, 일단 일이 생겼다면 당연히 책임의식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기업의 이미지나 주식도 중요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 삼성 이건희는 행복하고, 우리는 덜 행복해야 하는 것이 삼성 재벌의 기업 정신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삼성에게 한 말은 변하지 않는다”며 “삼성측은 공식적으로 사과 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 “유가족 ‘사과요구’는 금시초문”

그러나 삼석 측의 입장은 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김 씨의 유가족이 사과를 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답변했다.

관계자는 이어 김씨의 자살 직후 그가 남긴 각종 기록에서 발견된 LCD 공정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지나친 초과근무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도 근무하다보면 8시간만 일하는 경우는 적지 않은가”라면서도 “내가 LCD에서 직접 근무해보지 않았고, 그 당시의 담당자가 아니라 근무일지를 보지 않아 자세히 모른다.”라고 한 발 물러났다.

그는 이어 “나도 내가 일하는 삼성에서 근로자가 죽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혹시 산재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법과 절차가 해결할 문제”라며 “직접 LCD에서 근무해 보지 않아 잘 아는 게 없다. 정확히 몰라 답변하기 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한편, LCD 공정 작업환경이 ‘피부병’을 유발한 것이라는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삼성측 관계자는 “LCD공장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100명중 한 두 명 꼴로 걸리는데 그게 무슨 공장 때문에 걸린 것이냐”라며 “그렇게 치면 100명중 100명이 다 걸려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근로자 희귀질환 발생,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LCD 공정에서 업무가 김 씨의 피부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권지킴이 연대(이하 반올림)’의 대표 공유정옥씨는 “100명중에 한 두 명이면 2%”라며 “2%의 확률도 확률인데 이를 방관하는 것은 삼성전자측이 무책임하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공유 대표는 이어 LCD 공정뿐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도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공유 대표에 따르면 ‘반올림’에서 지난해 7월 까지 삼성전자에서 일했다가 병에 걸린 사람을 조사한 결과 총 59명이 백혈병, 종격동암 등 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이미 사망한 사람은 30명에 육박한다.

그는 “종전에는 제보를 통해서 피해자의 규모를 파악해 왔는데 정부가 조사한 자료를 합쳐 봤더니 그 규모만 100명에 이를 것 같다”며 “이들 대다수가 암이고 1/10 정도만 암 이외의 다른 질환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활동이 주로 백혈병으로 한정되어 알려져 있는데, 이제는 다른 암 사례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백혈병뿐만 아니라 난소암, 자궁암에 걸린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유 대표는 삼성 측이 여전히 이들의 질병을 ‘개인질병’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반도체 공정 같은 경우는 디퓨전 공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 4명이 한 팀에서 일했는데 부장은 40대 초반에 백혈병에 걸려 현재 투병중이고, 과장은 흑색종에 걸려 죽었고, 다른 한명은 육아종에 걸려 현재 투병 중”이라며 “이것이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인터뷰] 삼성일반노동조합 김성환 위원장 “행복은 삼성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고(故) 김주현 씨의 유가족을 만나러 순천향 병원을 찾았다가 삼성일반노동조합 김성환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삼성에서 근무하다 1996년 ‘불법단체 구성 혐의 등’을 이유로 해고 된뒤 현재까지 삼성을 상대로 근로자들의 권리와 노조설립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그는 반올림과 함께 희귀질병에 걸린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산재인정을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Q. 삼성일반노조의 대표라고 들었는데, 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사람들은 삼성이 좋은 회사인줄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연봉도 많고 혜택도 많다. 그런데 김 씨는 기본급이 100만원이었다.

어떻게 3~400을 벌었겠는가. 다 잡일이다. 자다가도 불려나가고 집에 갈수 있는 시간은 두 달에 한번 뿐이었다

Q. 삼성측은 휴가가 일주일에 한번이고, 두 달에 한번 집에 가는 것은 개인재량이라고 하던데

A. 거짓소리다. 잡일이 많고 업무량이 많은데 그 일을 다 하려면 두 달에 한번 가는 것도 많이 가는 것이다.

Q.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힘 있는 미디어에서는 상가 집에 취재하러 오지도 않는다. 왜 그러겠는가. 삼성에서 돈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언론은 그래서는 안 된다.

미디어가 제 일을 다 하지 않으면 제3의 김주현, 제4의 김주현이 나올 것이고 삼성은 그때마다 또 재력으로 해결하려고만 할 것이다. 삼성은 세계 제 1의 기업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이다. 그것이 행복한가.

삼성이 있어 자랑스러운가. 가족들에게 물어다 주는 월급봉투에 삼성마크가 찍혀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는가. 당신은 삼성이 있든 없든 행복하다.

행복은 삼성에서 나오는 것도 월급봉투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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