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할부리스보다 기업대출 및 투자금융 비중 높아
부동산 PF대출 사업장 시공사 신용보강 약해
부실 발생 시 주력사업으로도 만회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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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부동산 PF대출 부실 우려가 대두된 가운데 브릿지론 등 고위험 상품을 중심으로 부동산 PF대출을 늘려온 캐피탈사의 부실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중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의 부동산 PF대출은 2012년 말 2조8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2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여전사 부동산 PF대출의 90% 이상인 약 24조8000억원은 캐피탈사에서 발생했다. 캐피탈사의 건당 부동산 PF대출은 올해 3월 말 기준 105억3000만원이다. 6월 말 자기자본 대비 여전사의 부동산 PF대출 익스포저 비율은 84.4%로, 부동산 PF대출 부실사태 발생 직전인 2010년 말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캐피탈사는 부동산 및 주식 시장 호황기에 가계대출 한도 규제가 적용되고 주력사업인 자동차할부리스 경쟁이 점차 심화됨에 따라 기업대출과 투자금융을 확대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 결과 캐피탈사의 기업대출 및 투자금융 규모는 110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할부·리스 사업(71조3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주요 자산규모는 ▲기업대출 82조2000억원 ▲할부리스 71조3000억원 ▲투자금융28조5000억원이다. 주요 자산별 비중은 ▲기업대출 및 투자금융 48.8% ▲할부·리스 31.4% ▲자동차할부리스 24.1%다.

캐피탈사가 영업분야를 다각화하면서 주력사업 분야보다 부동산 PF대출 분야가 커졌고 이에 따라 캐피탈사는 부동산 PF대출 부실 위험에 더욱 취약해졌다.

◆브릿지론 등 고위험 상품 많고 시공사 신용도 BBB이하가 약 40%

현재 캐피탈사의 부동산 PF대출은 고위험 상품의 비중이 높다. 부동산 PF대출은 공사착공 여부에 따라 착공 이전의 브릿지론과 착공 이후의 본PF로 구별된다. 캐피탈사가 취급한 부동산 PF대출의 대부분은 브릿지론인데, 브릿지론은 본PF로 연결돼야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수신기능이 없어 대부분의 자금을 기업어음(CP), 캐피탈채 등 시장성 자금으로 조달하는 캐피탈사의 특성상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하다.

또한 부동산 경기 하락세에 부동산 PF대출 사업장의 시공사 신용보강이 약하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캐피탈사 부동산 PF대출 사업장의 시공사 신용등급은 BBB이하가 40%에 달한다. 신용등급 BB이하의 시공사는 사실상 시공이 불가능하며 신용등급 BBB이하와 BB이하는 3계단 차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부동산 PF대출을 많이 취급하지 않는 곳은 큰 어려움이 없지만 부동산 PF대출이 많은 캐피탈사의 경우 대부분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영업환경에 위험요인이 많아지고 채권조달이 힘들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 6%대 지속…주력사업인 자동차할부리스 자금 조달 난항

채권금리가 오름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부동산 PF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주력사업인 자동차할부리스 통한 손실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8일 6.021%를 기록한 이후 6%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그랜저(신차)를 구매(현금구매비율 10%, 대출기간 60개월) 시 여신금융협회 자동차 신차 할부금융에 공시된 캐피탈사 4곳(현대·KB·BNK·롯데캐피탈)의 평균금리는 7.15%이다. 현재 여전채 AA- 3년물 금리와의 금리 차이가 1%p 수준에 불과하다.

발행만기 2년 이내 캐피탈채 발행액 비중이 늘어난 것도 위험하다. 올해 상반기의 발행만기 2년 이내 캐피탈채 발행액 비중은 50%로 2021년(38.3%)보다 11.7%p 상승했다. 금리 인상 및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금리가 높아져 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발행만기가 가까운 채권이 계속 발행되면 차환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만기일이 가까운 채권의 발행액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자금 조달 방법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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