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플랜B: 회장님의 은밀한 계획 추적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변칙 증여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의 두 아들은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 반열에 올라섰다.

단순 협력사였던 서영이앤티(구 삼진이엔지)가 두 아들의 개인회사가 된 것을 시작으로 하이트맥주 그룹의 계열사를 처분, 흡수합병 하면서 조금씩 후계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3년6개월 동안 살금살금 후계 구도를 구축해오던 박 회장에게 급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 국세청이 증여 과정에서의 의심을 품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부터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박 회장의 복잡하고도 교묘한 후계 계획을 단계별로 쫓아가 보았다.

비상장 자회사 키워서 후계자 주머니 채우기 ‘회사기회 유용’ 논란
문제성 거래로 닦아놓은 자리 오너 2세 앉히나

박 회장의 은밀한 시나리오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쓰여졌다. 박 회장의 두 아들이 서영이앤티란 회사의 지분 100%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서영이앤티는 맥주 냉각기 및 기자재를 제조·판매하는 하이트맥주의 협력회사로서 당시 하이트맥주로의 매출의존도가 98%에 달했다.

이후 서영이앤티는 삼진인베스트를 흡수합병해서 덩치를 키워 현재 하이트맥주 그룹지분구조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편법 증여의 통로 ‘서영이앤티’

 

▲ 하이트맥주 회장 박문덕
당시(2007년) 재계 일각에서는 학생 신분이었던 박 회장의 두 아들이 서영이앤티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외국산 주류 수입·판매업체 (주)하이스코트를 액면가 5000원에 서영이앤티에 처분해 자금을 만들었고, 이렇게 해서 만든 거액의 자금이 그의  두 아들이 서영이앤티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이스코트는 하이트맥주의 지분을 9.81% 갖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영이앤티는 하이트맥주의 계열사가 됐다.

이후 하이스코트는 보유지분을 증여함으로서 서영이앤티의 자회사가 됐다. 2008년 말 하이스코트는 하이트맥주 지분을 기초로 투자부분(삼진인베스트)와 기존 주류사업부분(하이스코트)로 인적 분할했다.

서영이앤티는 하이스코트와 삼진인베스트를 자회사로 두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9년 4월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하이트맥주에 매각했다.

회사기회 유용으로 성장했다고 의심되는 하이스코트 지분을 상장계열사인 하이트맥주에 매각해 이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은 고스란히 박 회장의 두 아들의 주머니 속을 채웠다는 것이 일각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회장의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9년 7월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맥주 지분을 하이트홀딩스에 현물 출자하여 하이트홀딩스 지분 15%를 취득했다.

1대 주주인 박 회장에 이어 삼진인베스트가 하이트홀딩스 지분 23.66%를 취득해 2대 주주에 등극했다. 그리고 2010년 7월, 삼진인베스트는 서영이앤티와 합병하여 서영이앤티는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을 확대하게 된다.

현재 서영이앤티는 하이트홀딩스 지분 27.16%를 보유한 2대주주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은 하이스코트를 이용하여 두 아들에게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을 상속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너 2세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가 된 만큼 오너 2세들의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한결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그룹 대표이사 하이트홀딩스 2대주주인 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회사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후계 구도 확립 위한 문제성 주식거래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이스코트를 하이트맥주의 유통망을 활용해 사업을 성장시킨 회사기회 유용 의심사례로 본다.

회사 설립 당시 하이스코트는 막대한 이익을 실현해 지배주주(박 회장 및 회사 임원들)에게 많은 배당을 지급해 지배주주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맥주 그룹 지배주주 일가가 삼진이엔지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 이후 배당률이 급격히 인상됐다. 하이트맥주의 기회를 유용하여 지배주주 일가가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배당을 늘려 현금을 확보, 후계구도를 확립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고 우려했다.

회사기회 유용은 회사의 이사, 임원, 지배주주가 그러한 지위에 있음으로 인해 알게 된 정보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서 회사의 사업기회를 개인적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재벌 기업들이 가족 회사를 만들어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기업을 키우는 일환으로 악용되어 왔다. 최근 법무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회사기회 유용금지 조항이 있다.

만일 개정된다면 회사가 장래 또는 현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본인과 배우자, 본인과 배우자의 부모·자녀 명의로 된 회사와 거래를 할 때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하고 또 거래 내용이 공정해야 한다.

절세 하려다 국세청에 들통나 과징금 폭탄

 

▲ 홍천 하이트 맥주공장
2007년 박태영은 서영이앤티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위법행위로 인해 과태료 3천만원을 물었다. 지분 취득 과정에서 기업결합신고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증여세 부분이다. 지분을 아들 개인에게 넘겼다면 50%의 증여세를 내야하지만 서영이앤티라는 법인에 증여했기 때문에 24% 수준의 세금만을 냈다.

이렇게 증여세를 절반 이상 줄임으로써 박 회장은 추가 부담 없이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을 두 아들에게 넘길 수 있었다.

서영이앤티 인수를 위해 최초 약 92억을 투자하여 두 아들은 증여세 없이 737억에 해당하는 지분가치를 증여받고 동시에 경영권 승계의 토대도 마련한 셈이다.

 2010년 3월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변칙 증여를 문제 삼아 380억원의 과징금을 예고통지하고  과세전 적부심을 진행 중이다.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하이트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태영 개인에게 간 것이니까 본인에게 직접 물어 봐라”라며 자포자기식의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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