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겨울철의 강원도 평창군은 설국(雪國) 그 자체이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대에 이르는 데다가 백두대간의 굵은 산줄기에 걸친 눈구름이 시시때때로 폭설을 뿌려대는 덕택에 순백의 눈꽃세상으로 탈바꿈한다.

평창군에서도 적설량이 많기로 첫손에 꼽히는 곳은 영동의 관문이자 백두대간의 준령인 대관령이다. 해발 832m의 대관령에는 풍성한 설경을 감상하거나 눈꽃을 걸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겨울철 내내 끊이질 않는다.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을 갖춘 트레킹 코스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눈꽃 트레킹코스로 유명하다.

해발 1157m의 선자령은 대관령에서 직선거리로 4.2km, 능선길로는 5㎞쯤 떨어져 있지만, 고도차이는 325m에 불과하다. 두루뭉실한 산봉우리 몇 개와 평평한 들길 같은 백두대간 능선길이 두 고갯마루를 이어준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이다. 능선길은 상쾌하고 계곡길은 아늑하다. 바람 부는 능선길은 조망이 탁월하고, 나직한 계곡길은 물소리를 벗삼아 자분자분 걷는 재미가 아주 좋다.

능선길의 풍경은 웅장한 반면 계곡길은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전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어 있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또렷이 대비되는 두 개의 코스를 가진 선자령 눈꽃길의 이상적인 조합은 오가는 길을 서로 다르게 해서 두 코스를 모두 섭렵하는 것이다.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이 순환코스의 총 길이는 10.8km이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대략 4~5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다.

선자령 순환등산로는 강릉 출신의 소설가 이순원씨와 산악인 이기호씨가 개척한 ‘강릉바우길’의 첫 번째 구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선자령 순환코스를 걸은 뒤에 대관령 넘고 경포대를 거쳐 정동진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바우길 150km를 개척했다.

그 중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의 순환코스는 ‘선자령 풍차길’이라 명명했다.


대관령언덕에 올라 동해를 전망한다

선자령 눈꽃길은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에서 시작된다.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횡계리에서 택시를 타고 곧장 대관령국사성황사로 가서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1.2km 거리에 위치한 대관령국사성황사는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국사성황신이 머무는 곳이어서 무속인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대관령국사성황사 관리소 뒤편의 조붓한 산길을 200m쯤 오르면 칼등처럼 폭이 좁은 백두대간 능선에 당도한다. 여기서 동쪽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곧장 강릉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흔아홉 굽이의 대관령 옛길이다.

여기서 구절양장 같은 산길을 타고 7.6km쯤 내려가면 대관령 옛길의 종점인 대관령박물관에 다다른다. 하지만 대관령 옛길은 후일을 기약하고, 북쪽으로 발길을 돌려 선자령으로 향한다.

무선표지소 앞까지 약 500m 구간은 딱딱하고 삭막한 콘크리트도로를 피할 수 없다. 무선표지소 앞의 갈림길에서 선자령 정상까지 3.2km은 줄곧 백두대간 능선길이 이어진다. 숨을 헐떡이게 만드는 급경사 구간이 거의 없고 아주 완만한 오르막길의 연속이어서 산책하듯 편안하게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다.

그 길의 중간쯤에 설치된 새봉전망대에 올라서면 창망한 동해바다와 강릉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세찬 바람이 쉼 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오래 머물기는 어렵다.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에는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가 종종 드리우곤 한다. 선자령이 가까워질수록 눈보라와 바람은 한층 더 거세게 몰아친다.


바람소리에 뒤섞여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회전하면서 내는 “슈~욱, 슈~욱”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대관령과 선자령 일대의 대관령풍력발전단지에는 높이 80m의 타워에 직경 90m의 거대한 회전날개가 부착된 풍력발전기 50여 기가 세워져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선자령 정상은 의외로 평범하지만 ‘백두대간 전망대’라는 별명답게 조망은 시원스럽다. 매봉, 황병산, 새봉, 대관령 등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굵은 등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검푸른 동해바다, 서쪽으로는 대관령삼양목장의 광활한 설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자령 정상에서 계곡길을 이용해 대관령으로 내려가려면, 초반부에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게 된다.

많은 눈이 내린 뒤에 길이 얼어붙어 있을 경우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구간이다. 그러므로 겨울철에는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선자령 정상에서 한일목장 삼거리 사이의 비탈길만 지나면 위험하거나 힘든 구간은 거의 없다.

선자령에서 2.5km쯤 떨어진 지점부터는 물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발걸음도 한결 경쾌해진다. 이윽고 자작나무숲과 낙엽송숲을 잇달아 지나면 선자령에서 4.2km 거리의 풍해조림지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왼쪽 길로 400m쯤 가면 대관령국사성황사, 오른쪽 길로 1.6km를 더 가면 맨 처음 출발지인 옛 대관령휴게소에 당도한다.

선자령 순환코스를 찾은 김에 대관령양떼목장도 들러볼 만하다. 목장의 모든 풀밭이 설원으로 변한 겨울철에는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 풍경은 보기 어렵다. 그래도 눈에 뒤덮여 온통 은세계를 이룬 목장의 이국적인 설경도 감상할 수 있고, 양들에게 직접 건조를 먹여주는 체험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주는 건초를 받아먹기 위해 조심스레 다가오는 양들의 선한 눈망울을 보면, “양처럼 순하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게 마련이다. 대관령면 소재지에서 대관령삼양목장 가는 길에 위치한 횡계2리 의야지마을은 한해에 수만 명의 체험관광객들이 찾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연중 치즈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비누공예 등의 체험프로그램은 가능하다. 겨울철에 개장하는 스노우파크에서는 눈썰매, 튜브썰매, 전통썰매, 스노우모빌 래프팅, 스노우튜브 봅슬레이, 설원ATV 등을 탈 수 있다.

용평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발왕산(1458m) 정상도 눈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왕복 7.4km의 곤도라를 타고 정상 승강장에 도착하면 맨 먼저 알프스풍의 건물인 드레곤피크가 눈길을 끈다.

드레곤피크 전망대에서는 날씨 좋은 날이면 동해와 오대산, 삼양대관령목장, 선자령과 대관령 등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여행정보>
○ 문의
-평창군청 관광경제과 033)330-2542
○ 교통편
[버스]서울-횡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강릉행 시외버스가 06:32~20:05까지 30~50분 간격으로 1일 23회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자가운전]서울-대관령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456번 지방도→옛 대관령휴게소(상행) 주차장
○ 축제 및 행사정보
-대관령눈꽃축제: 2011년2월12일~2월20일 횡계리 일대
033)336-6112, www.snowfestival.net
-평창송어축제: 매년 12월~이듬해 1월에 진부면 하진부리 일대.
033)336-4000, www.festival700.or.kr
○ 주변 볼거리 : 대관령삼양목장, 오대산 월정사, 용평리조트, 방아다리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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