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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구자철이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아시안컵 C조 예선 1차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한국 대표팀의 첫 승을 이끌었다.

 

구자철이 처음 축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청소년 대표 시절. 구자철은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이하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5경기 모두 풀타임 활약을 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동갑내기 기성용이 2008년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린 뒤 스코틀랜드까지 진출한 반면, 구자철은 여전히 ‘유망주’에 머물러 있었다. 성인 무대에서는 좀처럼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구자철에게 지난해부터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K리그에서 어시스트 1위를 기록하며 소속팀 제주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어린 나이에 저렇게 성실한 선수는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타고난 성실성과 진지함을 바탕으로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구자철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다. 요르단과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쳐 한국의 4-0 완승에 앞장섰고, 이란과의 3~4위전에서는 중거리슛으로 대역전극의 물꼬를 텄다. 성인 대표팀에서 구자철을 불러 올린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바레인전은 부담이 적지 않은 경기였지만 구자철은 오히려 더 펄펄 날았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골은 물론 쉴새 없이 동료들에게 좋은 패스를 공급하며 바레인 수비진을 압박했다.

그동안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속팀인 제주 등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왔기에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이를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당초 ‘처진 스트라이커’ 1순위 후보였던 박주영(AS모나코)의 부상공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시야가 넓고 날카로운 패싱력에 골감각까지 갖춘 구자철은 유럽진출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와 스위스 영보이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가 무산된 구자철은 최근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유럽 구단의 쇼핑 리스트에 올라갈 만한 선수’에 포함시킬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ESPN은 “지난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구자철은 패스가 정확하고 슈팅이 날카로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구자철은 인기도 만점이다. 지난 연말엔 여대생이 뽑은 크리스마스 데이트 상대 축구선수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구자철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어린왕자’ 꼬리표를 떼어버리고 명실상부한 한국축구의 간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발은 좋다.

지난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의 첫 골을 기록했던 구자철은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에 우승을 생각하기보다 항상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선수들 모두 우승을 위해 뛰고 있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부담은 없었고, 즐겁게 경기를 했다”며 “기성용, 이청용, 박지성 등과 함께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 지동원과도 움직임을 서로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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