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디커텍트페스티벌 2022’(이하 BIC 2022)가 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1일과 2일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콘퍼런스가 진행되는 비즈니스 데이(Business Day), 3일과 4일은 일반 게이머들을 위한 축제가 열리는 페스티벌 데이(Festival Day)로 구성됐다.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심사 끝에 총 130개의 부스가 BIC 2022에서 자사 게임을 선보이게 됐다.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일찌감치 게임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탄 게임이 있는가 하면, 게임업계에 뛰어들 준비가 된 학생들의 열정 넘치는 졸업 작품도 있었다.

 “박스 뒤에 박스 뒤에 박스 뒤에 박스가 달려갑니다.” 사진=한종해 기자
“박스 뒤에 박스 뒤에 박스 뒤에 박스가 달려갑니다.” 사진=한종해 기자

데린(Derin)이 개발한 ‘박스 투 박스(Box to Box)’는 타임 루프 퍼즐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이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게임으로, ‘박스 뒤에 박스 뒤에 박스 뒤에 박스가 달려갑니다’라는 개발자의 멘트처럼 ‘무수히 많은 과거의 나와 협동한다’가 게임의 핵심이다.

과거의 나와 협동할 수 있는 이유는 게임의 특징인 ‘되감기’ 기능 덕분이다. 유저는 이동하다가 실수했다고 뒤늦게 깨달아도 문제없다. 되감기 버튼을 눌러 뒤로 물러난 후, 해당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장애물들을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부스에서 만난 개발자는 되감기를 넣은 이유에 대해 “피지컬적(반응속도 등 신체적 역량) 부분을 강조했던 여타 퍼즐 플랫포머 장르 게임들보다도 순수한 정신적 역량을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BIC 2022 홈페이지
‘커럽티드(Corrupted)’는 10월 스팀을 통한 얼리액세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BIC 2022 홈페이지

36리터스(36 Litters)가 개발한 ‘커럽티드(Corrupted)’는 로그라이크 오토배틀 카드게임이다. 관계자는 커럽티드에 대해 H.A.R.D(하드코어, 오토배틀, 로그라이크, 덱빌딩) 요소를 모두 갖춘 전략 게임라고 소개했다.

게임은 SF 좀비들을 상대로 생존하며 빼앗긴 우주선을 탈취하는 게 목표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갖춘 대원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되는데, 어떤 카드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대원들의 활용 방도가 더욱 다양해진다.

관계자는 특히나 게임 중 발생하는 기습 전투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더 강력한 적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듯이, 유저가 대응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 이벤트를 준비해놓았다는 것이다. 커럽티드는 10월 스팀(Steam)을 통해 얼리액세스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캣 소사이어티(Cat Society)에서 개발 중인 ‘던전 인(Dungeon Inn)’의 플레이 영상.

캣 소사이어티(Cat Society)에서 개발 중인 ‘던전 인(Dungeon Inn)’은 적대적인 두 길드 사이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의 턴제 전략 게임이다. 최대한 많은 모험가들이 여관에 묵게 하고, 여관 안팎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해결해 가며 돈을 버는 방식이다.

다만 여관은 두 길드로부터 양쪽 모두에게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키면 안 된다. 여관을 운영하는 도중 서로 다른 길드의 숙박객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기 때문에, 서로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돈을 얻어내야 한다.

게임 캐릭터인 ‘부서장’을 어디에 배치하냐에 따라 여관의 운영 방향이 달라진다. 게임의 핵심 요소인 이동 스킬과 전투 스킬은 물론, 돈을 더 많이 받거나 시설을 더 많이 쓰게 유도하는 등의 부가적인 효과에도 영향을 끼친다. 관계자는 “내년 5월 얼리액세스, 12월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네버랜드팀의 졸업작품인 ‘히트!(Hit!)’는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언리얼 엔진을 채택하면서 두 부스에서 전시됐다. 사진=채승혁 기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네버랜드팀의 졸업작품인 ‘히트!(Hit!)’는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언리얼 엔진을 채택하면서 두 부스에서 전시됐다. 사진=채승혁 기자

이날 행사장에는 게임 관련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개중에서 본지 기자가 플레이했던 게임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 스쿨 졸업반 학생들인 네버랜드팀의 졸업작품, ‘히트!(Hit!)’였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개발한 ‘히트!(Hit!)’는 자체 부스뿐만 아니라 행사 스폰서인 에픽게임즈의 전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웃으면서 이를 언급하자 개발자는 “에픽게임즈의 눈도장을 찍은 게 아닐까”라며 미소를 보였다. ‘피규어에 빙의한 주인공이 위험에 빠진 토이랜드를 구한다’는 배경답게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이 1년여 동안 준비한 졸업 작품들은 연말 네오위즈 사옥에서 쇼케이스를 열게 된다. 주목받은 졸업 작품 중에는 펀딩 등의 방법으로 정식 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각각 BIC 2018과 BIC 2020의 출품작이었던 ‘페포(PEPO)’와 ‘여명(The Dawn)’이 대표적이다.

카셀 게임즈가 개발 중인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래토피아(Raetopia)의 한 장면.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래트로폴리스(Ratropolis)의 후속작이다. 사진=BIC 2022 홈페이지
카셀 게임즈가 개발 중인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래토피아(Raetopia)의 한 장면.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래트로폴리스(Ratropolis)의 후속작이다. 사진=BIC 2022 홈페이지

최근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덱 빌딩 카드 디펜스 게임, 래트로폴리스(Ratropolis)도 서강대학교의 게임&평생교육원 학생들이 뭉쳐 제작해낸 게임이다. 카셀 게임즈(Cassel Games)라는 인디 게임 회사로 거듭난 이들의 후속작인 래토피아(Raetopia)도 이날 행사장 부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호평을 받은 전작 덕분인지, 래토피아 부스는 여타 부스들보다도 북적북적했다.

전작에서 인기를 끌었던 쥐 캐릭터를 그대로 이식한 래토피아는 ‘쥐(Rat)들의 유토피아를 만든다’는 개념의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주인공인 공주 쥐를 컨트롤하는 유저들은 다양한 자본과 성격을 가진 시민 쥐들과 함께 나만의 래토피아를 건국하게 된다.

이날 관계자는 “계절을 추가하거나 우두머리와 싸우는 대형 전투, 무역과 경제 등 다양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단순히 도시를 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물의 숲’과 같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BIC 2022 홈페이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출품작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특히 GBTI(겜비티아이)에 따라 게임을 분류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입맛에 맞는 게임들을 중점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BIC 2022 홈페이지

기자가 소개한 5종의 게임은 15개국 130여개의 출품작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제한적인 시간 동안 게임을 경험했다 보니, 구미가 당김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하지 못해 아쉬웠던 경우도 많았다.

행사가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된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면서 이 같은 아쉬움은 해소됐다. 기사에 소개된 게임들은 물론, 모든 출품작의 데모 버전을 BIC 2022 홈페이지(누리집)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게임 리뷰를 작성, 개발자와 의견을 공유하며 게임 개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효능감도 느낄 수 있다. 4일에 마무리되는 오프라인 행사와 달리, 온라인 행사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주최 측은 수많은 게임들 중에서 ‘어떤 게임을 할지 모르겠다’는 관람객들을 위해 겜비티아이(GBTI) 콘텐츠를 마련했다. 게임과 관련된 각 항목들에 답변하면, 결과 페이지에서 본인의 취향에 가장 가까운 게임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유형은 ▲진지한 탐색형 ▲화려한 전투형 ▲불굴의 성장형 ▲뽀짝한 심플형 ▲과몰입 미션형 ▲두둥실 힐링형으로 나뉜다.

특히 올해 BIC 페스티벌 게임 부스는 각 게임 유형에 따라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스트를 진행한 관람객들은 효율적인 동선으로 본인 취향에 가까운 전시작들을 확인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겜비티아이를 포함한 이벤트 및 행사의 자세한 내용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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