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3자결제 도입하지만 ‘꼼수’ 지적
양정숙 의원, 앱 마켓 동등접근권 재추진
구글‧애플 외 다른 앱 마켓 입점 권고
주요 시장 지표 특정 앱 마켓 의존도 높아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콘텐츠 동등접근권에 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애플도 ‘인앱결제강제금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준수를 위해 구글처럼 제3자결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꼼수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제3의 앱 마켓에 콘텐츠를 동등하게 올려도 콘텐츠 제공자가 구글‧애플 수수료를 반영해 가격을 인상한 상태로 입점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달 30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앱스토어 내 모든 한국 앱에 제3자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제3자결제 시 수수료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기존보다 4%p 낮아진 26%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3자 결제 수수료를 26%로 하면 PG사 비용이나 결제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고려하면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인앱결제가 더 비용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구글과 애플의 제3자결제 수수료 26%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거기다 구글이 6월 1일부터 인앱결제 의무화를 강행하면서 구글, 애플의 앱 마켓에 입점된 콘텐츠들의 가격이 도미노처럼 인상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구글로 인해 OTT 및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연간 2300억원을 추가 부담하고, 네이버‧카카오의 웹툰‧웹소설 가입자도 연간 69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6월 1일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앱 마켓에서 삭제하겠다고 한 상태다.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령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여전히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앱 마켓 시장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한 구글과 애플이 각각 점유한 상황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애플은 iOS와 애플 앱스토어로 각자 마땅한 경쟁 사업자가 없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콘텐츠 동등접근권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구글‧애플 양대 마켓에 앱을 입점할 때 다른 앱 마켓에도 등록하게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매출 상위권 앱에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적용하면 구글의 점유율을 낮추고 경쟁을 강화할 수 있지만, 중소규모의 앱은 다른 앱 마켓 입점을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 iOS의 경우에는 앱스토어를 제외한 앱 마켓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결국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콘텐츠 동등접근권 내용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법안이 통과되기 전 논의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제외됐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양정숙 의원이 일정 규모 이상의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가 하나의 앱 마켓에 등록하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해당 사업자에게 동일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통해 이용이 가능한 다른 앱 마켓에도 앱 등록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다시 동등접근권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동등접근권은 앱 마켓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만약 콘텐츠 동등접근권이 권고에 그칠 경우 기업의 제3 앱 마켓 입점 이유가 부족하다. 지금도 비용 면에서는 영업손실 상황에서도 수수료를 큰 폭으로 낮춘 원스토어에 입점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그렇게 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심지어 토종 앱 마켓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한 기업 중에서도 협약 체결 이후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 정도의 신작 게임들만 입점했다. 네이버웹툰처럼 수수료가 구글, 애플보다 낮은 제3 앱 마켓 원스토어에 입점해서도 구글, 애플과 동일한 콘텐츠 가격을 받는 기업도 있다. 멜론, 웨이브, 플로 등은 원스토어 버전에서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또 주가에 영향이 가는 주요 시장 지표로 앱 마켓의 순위가 사용된다는 점도 있다. 최근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나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위메이드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 같은 신작 게임은 출시 초기 일평균 매출을 시장 점유율이 높고 일주일치 누적 매출로 집계하는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를 기준으로 추산한다. 구글 매출 순위 때문에 제3 앱 마켓 입점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동등접근권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중소규모 앱 개발사‧개발자가 다양한 앱 마켓용 버전을 개발하기 위해 들이는 자원 문제도 있지만, 주요 시장 지표 하나가 사라지면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로 콘텐츠 가격을 인상한 콘텐츠 사업자가 수수료율이 다른 제3 앱 마켓에서도 구글‧애플과 같은 가격을 받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남는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가 딱 한 달 됐는데, 미디어 콘텐츠 앱들은 소비자 가격을 올려서 부담을 전가하고 말기로 한 것 같다”며 “그냥 소비자에게 돈 더 내라고 하고 편한 길 가는 것이 참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 이용 패턴이 웹결제(제3자결제)를 따라가기 어려워 더 내더라도 모바일 결제 이용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웹결제가 귀찮아지면 조금 더 내더라도 인앱결제를 선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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