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난 21일 주가 21% 하락
가입자 증가세 디즈니 플러스가 역전
토종 OTT도 꾸준히 월 사용자 우상향

미국 넷플릭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국 넷플릭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의 아성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 마감 후 넷플릭스가 발표한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주가가 21.79% 급락했다.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플랫폼 ‘OTT’가 계속된 콘텐츠 흥행을 보증할 수 없기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각) 넷플릭스 등 미 증시 기술주가 실적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하루 만에 주가가 21.7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490억달러(한화 약 58조원)가량 증발했다.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수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넷플릭스는 구독자 증가세에서도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OTT는 다양한 영상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락인효과’가 다른 플랫폼보다 약한 편이다. 락인효과는 새로운 상품이 나와도 다른 유사 상품 또는 서비스로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월 구독 방식으로 이용하는 OTT는 볼 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손쉽게 구독을 해지하고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유한 다른 OTT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 요금제를 통해 화질 차등을 두고 동시 재생 4회선 등을 지원하는 것을 일종의 이탈방지책으로 보기도 한다. 여러 명이 하나의 계정에 구독료를 나눠 내는 ‘품앗이’ 형태가 정착되면 신규 가입자 유치는 쉽지 않더라도 기존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는 쉽다는 설명이다. 동시 재생 지원의 취지는 가족‧지인과 함께 보라는 것이지만 구독 품앗이가 늘면서 중개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넷플릭스 천하’가 유지되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가 지난달 모바일 기준 연령별 OTT 앱 사용자 순위를 조사한 결과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모두 넷플릭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모바일인덱스
사진=모바일인덱스

안드로이드 OS와 iOS 통합 지난달 넷플릭스 사용자는 1248만명으로, 같은 기간 웨이브 사용자 474만명, 티빙 417만명, 쿠팡플레이 359만명을 다 합쳐야 비슷한 수치다. 그럼에도 국내 OTT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넷플릭스 아성에 도전 중이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OTT 사용자는 1월 대비 12월 각각 웨이브 13%, 티빙 58%, 쿠팡플레이 5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 넷플릭스가 최근 구독료를 인상하고 있는 것도 OTT 경쟁이 격화되는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라는 기업이 실적 전망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신규 가입자 유치가 예상대로 돼야 하는데,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렵자 손쉽게 실적을 맞출 수 있도록 구독료를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구독료를 올렸고, 지난 14일 북미 지역 구독료를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더 많은 사람을 넷플릭스에 ‘락인’ 하기 위해 게임 쪽으로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PC게임, 모바일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넷플릭스뿐 아니라 스팀, 구글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에 선보인 바 있다.

다만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을 받는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아마존, 구글 등도 게임 분야에서는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어도 게임산업은 향후 성과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K-콘텐츠에 다시 투자 확대 등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한편,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지난 19일 ‘넷플릭스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발표 및 비대면 화상 Q&A’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전 세계 회원들의 시청 시간이 2019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업계를 향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올 한 해 25편 이상의 새로운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징어게임’, ‘D.P.’, ‘솔로지옥’까지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생태계의 동행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좋은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탄생할 수 있다’는 명제를 현실로 만들었다”며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한국 콘텐츠의 앞날에는 더욱 영광스러운 순간들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창작업계와 여정을 함께하며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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