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보이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청와대에 보이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0.11.19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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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의원, 민간인 포함한 전방위 사찰 증거 폭로 일파만파
▲ 청와대는 사찰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문제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실무진들에 대한 징역형 선고로 마무리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더니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의 개입 여부’에 대한 추가폭로가 나오면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당초 사찰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청와대는 계속해서 의혹을 부인해 왔고, 검찰 역시 사찰 문제는 실무진들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쪽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며 청와대의 개입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 문제의 발단이 된 직접적인 계기인 김종익씨 외에도, 트로트 가수, 연예기획사 대표를 비롯해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사진사에 대한 사찰을 벌였다는 증거가 추가로 제시되면서 민간인 사찰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지원관실 소속이 아닌 청와대 소속 직원이 현 정권에 비협조적인 정치인과 그 가족에 대한 전방위 사찰을 해왔다는 정황까지 포착돼 논란이 한 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현재 민주당 등 야5당은 이러한 대규모 전방위 사찰이 실무진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사찰의 배후에 청와대가 깊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강력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석현, 지원관실 민간인 추가사찰·靑 직접사찰 정황공개
트롯가수, 사진작가, 야당 대표, 국정원장까지 사찰 ‘표적’

靑 “제기의혹 신빙성 높지 않아…관련 내용 계속 확인 중”
與 “정치공세” 반발, 야5당 “국정조사 실시해야” 강력대응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청와대의 사찰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1일 대정부질의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 기록을 파기할 당시 청와대가 총리실 측에 ‘대포폰’을 지급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청와대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사찰을 보고받았다는 결정적인 물증이 최근 검찰 내부자료에서 나왔다”고 주장해 예결특위 회의장을 술렁이게 했다.

▲ 17일 예결특위 회의에서 청와대가 민간인과 정권에 비협조적인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사찰을 벌였다고 주장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
민간인 사찰, 대체 어디까지?

‘대포폰’ 폭로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내사보고서를 증거로 공개했던 이석현 의원은 이날도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된 몇 가지 확고한 사실들을 제시하겠다”며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의 분석요청에 따라 대검 디지털수사관실이 분석하여 통보한 13쪽짜리 분석보고서와 사찰에 연관된 실무진들의 수첩 필기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증빙한 자료를 손에 들어보이며 “해당 보고서 5쪽에 따르면, 김종익씨에 대한 사찰 보고서가 2008년 9월27일과 10월1일에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나왔다”며 “검찰은 이를 알고서도 민정수석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바로 “예산안 심사와는 관련 없는 내용”이라며 발언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 의원은 전혀 물러섬 없이 “이 자리에 법무부 장관이 나왔으나 검찰총장이 나와야만 이런 세부적 문제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며 “위원장은 검찰총장이 예결위에 참석, 나와 대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이 의원은 본 질의에서 구체적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권모 경정, 원모 사무관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추가 근거로 제시,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으며 대질을 위해서는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가 의뢰된 직후인 지난 7월8일 회의에서 작성된 권 경정의 수첩 내용을 제시하며 “PD수첩 정리, 언론정리, 중간보고 2건 등의 문구가 보여 MBC PD수첩 관련자와 언론에 대한 사찰내용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트로트 가수에 대해서도 사찰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한 “수첩에는 오정돈 부장검사를 비롯해 특별수사팀 지휘라인에 속해 있던 검사들의 인적사항은 물론, 배우자 인적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며 “검찰 진술을 앞두고 지원관실이 서로 입을 맞추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던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 사무관 수첩을 보면 김종익씨 외에 ‘이시우’라는 인물에 대해 ‘비자금 조성부분, 자금이 불법폭력시위의 배후지원 자금화 첩보’라고 써있다”며 “이시우씨가 2008년 노동자대회 때 촛불집회 사진을 전시했던 사진작가 이시우씨 아닌가”라고 예결특위 회의에 출석했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추궁했다.

이어 “원 사무관의 수첩에는 김종익씨의 회사인 KB한마음(당시 NS한마음)의 백종량 자금부장을 ‘포섭’해야 한다는 메모와 김종익씨 회사인물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며 “(사찰에)예산이 많이 소요될 텐데 이인규 지원관이 이런 엄청난 일을 윗선의 개입도 없이 단독으로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사찰의 ‘몸통’은 청와대?

이 의원은 이날 본질의에서 청와대 소속 직원이 직접 현 정권에 비판적인 정관계인사 및 가족들을 사찰한 정황도 제기했다.

이창화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부인 ▲전옥현 당시 국정원 1차장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 등에 대한 불법 사찰도 자행했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창화 행정관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친노성향 PK출신만 챙긴다”면서 이종찬 민정수석에게 ‘김성호 원장 체제의 문제점’을 보고, 김 전 원장이 추후 제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이 행정관이 2008년 3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총선후보 반납과 불출마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부인 이화익씨가 운영화는 ‘이화익갤러리’를 사찰했으며, 반 이상득 행보에 동참한 이재오 의원(현 특임장관) 계열의 J의원의 측근이었던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의 부인을 내사했고 이후 전 전 1차장을 직접 사찰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설’의 발설자로 지목, 그의 사퇴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친박계 이성헌 의원,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현 최고위원)도 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창화 전 행정관 민간사찰건은 구체적인 근거제시가 없어 신빙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반박하면서 “관련 내용은 계속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조사, 과연 이루어질까?

한나라당은 “예산과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며 이 의원의 의혹제기를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당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의원은 오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한다면서 전혀 무관한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예결위는 말 그대로 내년도 국가살림, 예산안을 꼼꼼히 따지는 위원회인데, 야당이 정치공세를 펼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안 심의가 이 같은 정치공세로 미뤄지거나 또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어떤 이유로도 법안심사, 특히 올해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심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의 몸통을 ‘청와대’로 기정사실화 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해명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야 5당 공동대응까지 합의하는 등 강력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여야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국민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독재정권으로 규정한다”며 “수많은 민간인 사찰 정황으로 봐서 대통령 비서실에 분명히 보이지 않는 빅브라더, 독재자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개입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직접 수사 지시를 하고 한나라당은 하루 빨리 국정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석 대변인도 “언론인, 사진작가, 공당 대표 등 끝없이 이어지는 민간인 사찰사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검찰총장은 국회를 모욕하고 유린한 이유와 수많은 민간인 사찰 정황을 왜 누구의 지시로 덮었는지 국회에 출석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8일 야 5당 원내대표 회의를 통해 한나라당에 사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키로 했으며, 만약 국정조사가 미진할 경우에 대비한 특검법안을 공동발의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이를 관철하기 위해 야5당이 함께 공조하기로 결의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어 향후 정부와 한나라당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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