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대규모 부동산 사업…요트와 카지노 즐겨

[파이낸셜투데이=이원배 기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제2의 고향 뉴질랜 드에서 알아주는 땅 부자다. 특히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기로 하 듯 뉴질랜드 현지에서 대주건설 아파트 브랜드였던 ‘피오레’를 활용한 아파트 분 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이 지분 을 보유한 뉴질랜드 현지 업체 케이엔시(KNC) 건설은 오클랜드 홉슨 스트리트 152~168번지 에 피오레아파트 74가구를 분양 중이다.

케이엔시건설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파트 분양 가 등을 공개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방1개와 주방, 거실로 구성된 1베드(BED)가 29만1000뉴질랜드달러(2억 6700만원)부터 공급된다. 방이 2개인 2베드는 46만5000뉴질랜드달러(4억2700만원)부터다.

케이엔시건설은 또 지난 13일 오클랜드시 마 운트이든에 ‘피오레’ 브랜드 아파트 분양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마운트이든 지역의 ‘피오 레’ 분양가격도 홉슨 스트리트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아 파트 분양 중인 두 곳 모두 부촌이고 입지가 좋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 대주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지은 아파트.

케이엔시, 대주그룹 ‘후신’ 강조

케이엔시건설은 대주그룹 후신임을 밝히며 관 계를 강조했다. 케이엔시건설은 “대주그룹의 경 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클랜드 최고층 빌딩 인 67층 건물 건설 기획, 고층 아파트 건설 등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업체 지분 46%의 소유자는 ‘허재호’로 명기 돼 있다. 허 전 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알려진 황모 (58)씨가 30%, 대주건설이 24%를 소유하고 있 다. 허 전 회장의 조카이자 전 대주건설 상무였던 허숙씨가 이 회사의 대표다.

허 전 회장은 자신의 이름(JaeHo HUH)과 뉴 질랜드 이름인 ‘스캇 허(Scott HUH)’로 케이엔 시 등 현지 건설회사 7곳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 으로 알려졌다.

허재호, 오클랜드 소문난 ‘땅부자’

허 전 회장은 오클랜드에서도 활발한 부동산 사업을 하며 소문난 ‘땅 부자’로 알려졌다. 오클랜 드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은 오클랜드의 노른자위 땅을 많이 사들였다.

대주는 지난 1994년 숏랜드 스트리트에 있는 2010㎡ 크기의 땅을 610만뉴질랜드달러(약 56억 원)에 사들이면서 오클랜드 도심 지역 부동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당 55일 동안 25억 차감

뉴질랜드서 피오레 브랜드 분양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땅은 2004 년에 캐시어스 프로퍼티스라는 회사에 1375만 뉴질랜드달러(127억원)에 매각됐다가 숏랜드 스타가 2009년 1630만뉴질랜드달러(150억원) 에 다시 사들였다.

숏랜드 스타는 황모씨가 5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대주건설과 황씨가 지분을 각각 30%와 24% 보유한 케이엔시(KNC)엔터테인먼트 프리 싱트는 2002년 그레이스 애비뉴에 있는 5225㎡ 크기의 땅을 820만뉴질랜드달러(76억원)에 구 입했다. 이 땅도 현재 상업용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황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크리스티 프로퍼티 홀딩스는 2005년 앤잭 애비뉴에 있는 사무실 건물을 341만2000뉴질랜드달러(32억 원)에 매입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한 부동산 모두 구매 당시보다 최소한 2배 이상 시세가 올 랐다는 분석이다.

허 전 회장과 황씨가 각각 40%와 60%의 지분 을 가진 케인지(KNZ) 인터내셔널은 홉슨 스트 리에 KNC가 지은 ‘피오레’ 아파트 미분양 가구 수십채를 가지고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는 2002년 앨버트 스트리트에 있는 4417㎡ 의 땅을 2450만 뉴질랜드달러(227억원)에 사들였 다가 2010년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5300만 뉴 질랜드달러(490억원)에 팔아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오클랜드 도심의 메트로폴리스 아파트 전경.

펜트하우스 거주하며 ‘호화 생활’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부동산 만 해도 수백억대가 되고도 남을 것”이라며 “오클랜 드 도심의 빈 땅은 모두 허 전 회장 소유라고 할 정도 로 많은 부동산을 가졌다는 소문이 부동산 업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자인 허 전 회장이 지난 22일 자진 귀국 해 노역형을 선택한 것을 두고도 돈을 외국으로 빼 돌린 의혹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 전 회장의 화려한 ‘여가생활’도 도마에 올랐다. 허 전 회장은 46억원 상당의 펜트하우스에 거주하 며 오클랜드의 한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 다. 새 요트를 구입한 뒤 요트를 운전할 새 선장을 뽑 는 광고를 신문에 내 동포 사회에서 눈총을 받았다.

허 전 회장이 벌금과 체납, 채무 등으로 내야 할 돈 은 28일 현재 총 615억원으로 알려졌다. 벌금 224 억원과 국세 134억원, 지방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 등이다. 5일간 ‘황제노역’으로 벌금은 249 억원에서 224억원으로 줄었다.

체납 국세 134억원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있 는 6만5115㎡ 규모의 땅으로 공제될 수 있을 전망 이다.
광주지방국세청은 허 전 회장이 실소유주임을 확 인하고 다음달 7일 이 땅을 경매에 붙일 계획이다.

이 땅은 300여 가구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부지로 감정평가액만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허 전 회장이 소유했던 대주건설 부동산 을 압류해 대주건설 지방세 체납액 17억원 중 14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대주건설의 나머지 지방세 체납액 3억원 과 허 전 회장 개인이 체납한 지방세 24억원을 확보 할 수 있을지는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벌금, 이른 시일에 내겠다”

허 전 회장은 ‘황제노역’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비 등하고 뉴질랜드 등지의 재산 내역 등이 알려지면 서 “이른 시일 안에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8일 벌금 미납자 신분으로 벌 금 집행을 위한 조사를 위해 광주지방검찰청에 출 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벌금을 낼 것이냐”는 기 자들의 질문에 “가족을 설득해 이른 시일 내에 납부 하겠다”며 벌금 납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벌금 낼 돈이 있다면 노역장을 간 이유가 뭐 냐”는 질문에는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답을 피했 다. 허 전 회장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 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심 성의껏 응하겠다”고 사과 했다.

‘황제노역’ 제도 개선 요구 봇물…법원 “제도 개선 검토”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 제노역’이 논란이 되면서 대법원이 환형유치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환형유치는 벌금을 내지 못 하면 교정시설에서 노역을 하는 제도다.

지난 25일 허 전 회장의 노역 액수가 광주지방법 원에서 하루 5억원으로 확정되면서 사법부 성토 가 줄을 이었다. 26일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은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를 잇따라 열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광주진보연대 등은 26 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 법부가 벌금을 대폭 감면하고 사상 최고액인 일당 5억원으로 ‘황제노역’을 판결했다”며 “이는 법치주 의의 기본원칙인 법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절대적 준칙을 깨뜨린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전무죄를 다시 한번 입증하며 돈과 권력 앞에 허무하기 짝이 없는 재판부의 재벌 봐주기 편 파판정의 극치다”라고 사법부를 성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와 참여자치 21 등은 25일 성명서를 발표해 허 전 회장과 검찰, 법원을 모두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은 공익의 옹호자, 시민의 수호자 로서의 소추권과 공소유지권을 포기했다”며 “검찰 은 허 전 회장만이 항소·상고하게 방치해 불이익 변경금지원칙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독무대를 허 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선고유예 구형, 항소포기는 의중을 알 수 없는 갈지자(之) 행보로 써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며 “검찰은 결과적으로 허 전 회장의 변호인 역할을 자임했다”고 꼬집었 다.

이들 단체는 “법원이 양정한 허 전 회장에 대한 노역장 유치 1일 환산액 5억원은 일반 형사범 5만 원의 1만배에 달하는 차별”이라며 “법원의 재량은 존중하지만 재량이 자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법원이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갔다. 대법원 관계자는 25일 “노역 일 당뿐만 아니라 유치 기간의 적정성까지 포함해 국 민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 어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28일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 에도 환영유치 제도를 안건으로 올리고 관련 내용 을 논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 개정 추진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수석부장판사 회의 논의 내용까 지 검토한 뒤 적절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허 전 회장의 ‘황제노역’으로 법의 ‘평등성’과 형 평성에 논란이 야기된 가운데 관련 제도가 어떻게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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