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여행레저‧에너지화학 ETF, 업황 부진에 2달새 8~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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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메타버스‧전기차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지만, 일부 ETF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요구된다.

23일 한국거래소 ‘KRX ETF‧ETN Monthly’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는 520종이며, 순자산가치총액은 68조827억원에 달했다. 상장 종목수는 직전분기보다 13종 늘었고, 순자산가치는 7%(63조6324억원) 증가하는 등 자금을 꾸준히 흡수하는 추세다.

최근 2달 사이 높은 수익률로 흥행을 주도한 ETF는 게임‧콘텐츠‧해외 반도체 관련주다. 지난달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K게임’으로, 53.22% 올랐다.

KODEX 게임산업, KBSTAR 게임테마, HANARO Fn K-게임 등 게임업계 관련 ETF도 상승률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이외에도 TIGER 미디어컨텐츠, HANARO Fn K-POP&미디어, KODEX Fn웹툰&드라마 등 콘텐츠 종목을 포함하는 ETF와 KODEX 미국반도체MV,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등 미국 반도체 관련 ETF가 상승률 10위권을 형성했다.

문제는 하락하는 종목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19일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한 ETF는 주로 철강‧여행‧에너지화학 관련 상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이들 종목의 등락률은 –8 ~ -23%에 달했다.

520개 ETF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큰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였다. 지난달 초 2만4295원에서 이달 19일 1만8515원으로 23.79% 하락했다.

같은 기간 TIGER 200 에너지화학(-12.59%), KBSTAR 200에너지화학(-12.51%), KODEX 에너지화학(-10.85%) 등 에너지화학 관련 ETF는 모두 10% 이상 내렸다.

이들 종목이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S-Oil,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에너지화학 종목들을 포함한다. 3분기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주된 하락 원인이다.

바이오‧여행‧철강 관련 ETF도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기초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하락이 ETF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여행레저’는 지난달부터 이달 19일까지 14.98% 하락해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에 이어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해당 ETF의 기초지수는 ‘WISE 여행레저’이며, 구성 종목은 한진칼, 강원랜드, 호텔신라, 아시아나항공, 하나투어 등이다.

단계별 일상 회복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으나, 해외여행 수요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여행 관련 종목 대다수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여행업계) 업황 회복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 고객군의 본격적인 여행 출국 재개 없이 여행 관련주의 의미 있는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KODEX 철강(-11.94%), TIGER 200 철강소재(-10.31%), KBSTAR 200철강소재(-10.04%) 등 철강 ETF도 10% 넘게 하락했다. 상반기 급상승 후 피크 아웃(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 우려가 커진 데다 중국 철강 수요가 바닥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수요는 현재 바닥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상반기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모든 ETF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시의적절한 상품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상장 ETF가 500개를 넘어서는 등 선택 폭이 다양해졌고, 특정 산업군 안에서도 세분화한 테마형 ETF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주목받는 게임‧메타버스‧전기차 관련 ETF처럼 시기와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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