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관 고객 요구 맞춘 솔루션 제공해야”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펀드는 좋은 재료를 써서 정성스럽게 요리해야 맛이 살아나는 요리를 닮았습니다.”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통 뱅커(은행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 대표는 금융업에 몸담은 33년 중 대다수 시간을 은행(신한은행)에서 보냈고 자산운용업계는 지난해 1월 대표로 취임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내가 뭐 아는 게 있나요. 직원들이 잘 합니다”라며 겸손하게 말문을 연 조 대표지만 ‘펀드 요리실력’은 예사롭지 않다.

조 대표는 취임 후 전통만을 쫓기보다 ‘고객의 니즈(요구)’에 더 크게 귀를 열자고 강조하면서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투자에 주력하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체질을 바꿔놨다.

이런 노력의 결실은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특별자산펀드’가 출시 하루 만에 모두 판매되는 대박을 낸 것이다.

이 상품은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연 2%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 평균 연 4%대의 이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조 대표는 “시장이 좋지 않아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안정적인 금리를 줄 수 있는 상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하철 펀드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주식·채권처럼 전통적인 자산에만 투자해서는 답이 안 나왔다.

다양한 자산을 검토해 개인과 기관 고객의 요구에 맞춘 대체투자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펀드 시대는 지났다”

1년간 현장을 살피며 조 대표가 내린 결론은 펀드 상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 대표는 “지금은 하나의 펀드가 1년 내내 인기를 누리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지난해만 해도 중소형펀드가 뜨는가 싶더니 다시 인덱스펀드가 인기를 누리는 등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가 3개월∼4개월 만에 바뀌더라” 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펀드 상품을 신속히 출시하려면 의사소통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합작투자회사(조인트벤처)여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렸다. 일단 내부 의사결정 속도부터 빠르게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식·채권에만 집중하던 관심을 다른 자산으로까지 넓혔다. 고객에게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자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해 지난해에 모두 4000억원에 대한 투자자문을 진행하고 관련 서비스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조 대표는 그러나 스스로 반성할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금융투자업계가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 회사는 흑자를 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환매 등으로 수탁액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펀드는 요리하듯”…지하철펀드 출시 하루만에 “완판”
“빠르게 변하는 고객 요구 맞춰 의사결정 속도 조절”

 

아시아 투자 공모형 롱쇼트 헤지펀드로 승부

조 대표는 올해 ‘히든카드’인 공모형 롱쇼트(저평가 주식 매수·고평가 주식 매도) 헤지펀 드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는 “자산운용 구조가 유사한 롱쇼트 펀드를 공모형으로 올해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공모형 롱쇼트 펀드는 국내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미 사모 형태로 비슷한 헤지펀드를 운용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모형 ‘신한BNPP명장 아시아 엑스 재팬 주식 롱숏’ 헤지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21.5%로 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또 올해 공모형 롱쇼트 펀드 외에 해외시장 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 상품도 내놓을 예정 이다.

조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BNP파리바가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라며 “올해는 액티브 펀드보다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오는 4월에 문을 여는 펀드슈퍼마켓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자산운용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펀드슈퍼마켓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조 대표는 “사실 그룹 내 증권과 은행 등 판매채널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온라인에 펀드 판매채널을 만드는 것은 회사의 실익을 떠나 업계의 숙원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매 채널이 없는 독립 중소형 자산 운용사의 상품들이 펀드슈퍼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전반적으로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면 자산운용업 전체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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